영광을 이어온 물고기 ‘조기’
영광을 이어온 물고기 ‘조기’
  • 황선도 FIRA 대외협력실장
  • 승인 2016.04.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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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중 으뜸이라는 ‘조기’

동해에서 명태, 남해에서 멸치가 유명하다면 서해에서는 조기가 으뜸이다. 조기는 특유의 맛을 지니고 있어 예로부터 고급 생선으로 대접받아 왔다. 보통 조기라고 하면 참조기를 가리키는데, 배 쪽 빛깔이 황금색을 띠고 있어 다른 조기류와 구별이 된다. 영광굴비라고 하면 다들 알 것이다. 그 굴비를 만드는 조기가 참조기이다.

조기라는 이름은 한자로는 물고기 중 으뜸이라는 뜻의 ‘종어(宗魚)’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종어라는 이름이 급하게 발음되어 조기로 변했다는 것이다. 조기라 부르게 된 뒤에는 사람의 기를 돕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조기(助氣)라고도 하였다. 이렇게 조기는 생선 중의 으뜸으로 쳐 제사상에 오를 자격을 얻었는데, 조상을 대신해서 후손들에게 사덕(四德)을 일깨워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한다. 조기의 사덕이란, 이동할 때를 정확히 하는 예(禮), 소금에 절여져도 굽히지 않는 의(義), 염치 있고 부끄러움을 아는 염(廉), 더러운 곳에는 가지 않는 치(恥)가 그것이다.

떼 지어 우는 소리는 구혼신호

이젠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조기의 산란 시기가 되면 칠산 앞바다에서 조기 떼 우는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조기 떼가 우는 소리는 부레에서 나는 소리이다. 참조기는 평소에는 바다 바닥 가까이에 살지만, 산란할 때가 되면 수면 가까이로 떠올라 떼를 지어 다니며 부레를 폈다 오므렸다 하며 소리를 내는 습성이 있다. 산란장에 들어올 때 울고, 산란할 때 울고, 산란을 마치고 나갈 때도 운다.

조기가 울음 소리를 내는 이유는 수컷과 암컷이 산란장에 들어가고 나올 때 서로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는 일종의 구혼 신호 일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조기 떼를 찾기 위해 구멍 뚫린 대롱을 바닷물 곳에 넣은 뒤 대롱 반대 쪽을 귀에 대고 조기 우는 소리를 들어 조기 어군의 규모를 탐지하였다고 한다.

▲ 굴비구이.

‘밥도둑’ 영광 굴비의 비밀

산란 직전에 잡힌 조기는 알이 꽉 차 있고 살이 올라 배에서 황금빛이 난다. 특히 곡우절(양력 4월 20일게)에 잡힌 조기는 ‘오사리 조기’ 또는 ‘곡우살 조기’라 하고, 이것으로 만든 굴비를 ‘오사리 굴비’라 부른다. 어찌나 맛이 좋은지 ‘밥도둑’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맛과 품질이 뛰어나 궁중에 진상했다. 일반 백성들은 맛보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그러고 보면 굴비를 천장에 매달았다는 자린고비는 아주 짜게 절인 ‘절인굴비’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칠산 바다 조기가 맛있는 이유는 갯벌이 드넓게 발달한 덕에 영양염이 풍부하여 먹이생물이 많고, 수심이 얕아서 조기의 산란장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어패류는 산란 직전이 가장 맛있는데 산란을 대비하여 영양소를 축적한 결과이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에서
황선도 지음 / 부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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