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이 달린 물고기 ‘숭어’
배꼽이 달린 물고기 ‘숭어’
  • 황선도 FIRA 대외협력실장
  • 승인 2016.03.0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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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이 필요한 이유

숭어는 머리가 작고 위아래로 납작하며 허리가 절구통 같아서, 모양새가 보잘 것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머리가 납작하고 주둥이가 아래쪽을 향하는 것은 펄 흙에 있는 먹잇감을 주워먹기 위해서이다.

물고기는 보통 배꼽이 없다. 포유류가 교미기를 이용하여 체내수정을 하고, 태어나기 전까지 어미로부터 직접 영양을 공급받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경골어류는 부화된 뒤에 난황에서 스스로 영양을 섭취하기 때문에 모체와 연결되는 배꼽이 필요없다.

그러나 숭어는 배꼽이 있다. 진짜 배꼽은 아니고 외견상 주판알만 한 크기로 둥글게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배꼽이라고 말한다. 사실 숭어 배꼽은 위에서 소장으로 나가는 출구인 유문이 발달한 것으로 닭의 모이주머니를 생각하된 된다. 배꼽과 비슷한 것이 생겨난 이유는 숭어가 곤죽같이 된 진흙을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숭어는 펄 흙을 먹어 위 속에 저장한 뒤 유기물질이나 미생물 등 영양분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은 체외로 배출하는데, 이 배출 기관이 바로 배꼽 모양의 유문이다.

▲ 숭어

나머렉이, 눈부럽떼기…이름만 100개

옛 문헌은 숭어를 숭어(崇魚), 수어(水魚), 수어(首魚) 또는 수어(秀魚)라고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스님이 입는 암회색의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검게 물들인 옷에서 따온 치어(緇魚)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검은 까마귀 고기를 속칭하는 데서 오어(烏魚), 조어(鳥魚), 조두어(鳥頭魚) 등으로 통한다. 일본에서는 보라(ボラ)라고 하고 영어권에서는 Gray muller, Steiped mullet으로 부른다.

숭어는 우리나라 물고기 중 이름이 제일 많은 어종으로, 평안북도부터 경상남도에 이르기까지 100개가 넘는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를 보면, 평안북도 지방에서는 3월 초 꽃샘추위 때문에 무리에서 떨어져 헤내다가 잡힌 놈을 ‘굴목숭어’, 늙은 숭어를 ‘나머렉이’라고 부른다. 한강 하류 지역에서는 7월 숭어를 ‘게걸숭어’라고 한다. 숭어가 산란 진후 펄에서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에서 온 것이다.

숭어는 커 가면서도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다. 그래서 출세하면 이름을 바꾸듯 자라면서 이름이 바뀐다는 뜻에서 ‘출세어’라고도 한다. 강화도에서는 손가락 크기만 할 때 ‘모쟁이’, 몸길이가 20센티미터 정도 자라면 ‘접푸리’, 성어가 되면 비로소 숭어라 부른다. 무안도리포에서는 모치-훑어빼기-참동어-덴가리-중바리-무거리-눈부럽떼기-숭어로 구분짓는다. ‘눈부럽떼기’는 아직 덜 자란 숭어에게 “너는 숭어도 아니다”고 하자 눈을 크게 부릅떴다고 해서 나온 말이란다. 이름의 뜻을 알면 참 재미있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에서

황선도 지음 / 부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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