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⑪ 전남 완도군 윤인범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⑪ 전남 완도군 윤인범 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6.03.02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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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고향 바다를 향한 젊은 열정

▲ 전남 완도군 윤인범 씨 <자료협조=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귀어 전 거주 지역 : 전남
귀어지 : 전남 완도군 청산도
귀어 전 직업 : 남서해수산연구소 인턴
귀어연도 : 2010년
나이 : 31세
귀어 초기자금 : 약 8,500만원 이상
연간 매출 : 5,000만원 예상


전복양식으로 바다에 도전하다

많은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꿈을 키운다. 대도시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은 모든 청년들의 정형화된 미래 희망이 됐다.

그러나 꿈은 어디에서도 자랄 수 있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의 젊은 전복 양식인 윤인범 씨는 “열려 있는 바다야말로,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윤인범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고향인 청산도로 귀향한 귀어인이다. 또한 그는 준비된 수산인이기도 했다.

윤 씨는 또래의 동창생들이 고등학교가 없는 청산도를 떠나 광주나 목포 소재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완도수산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여수의 수산대학 양식학과에 입학해 무척추동물학(패류) 실험실에서 양식 공부에 매진했다.

한 단계씩 수산인의 길을 걸어오다, 학과장의 추천으로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수산연구소 인턴으로 들어가지만 그에게는 청산도로 귀향해 전복양식을 해보겠다는 결심이 선 이후였고 계약기간 1년 후인 2010년 귀어하게 된다.

이미 고향의 가족들이 전복양식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패류 양식을 전공한 그였지만 귀어 초반에는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양식장 계약부터 시설확충까지 모든 것이 돈으로 이어졌다.

어려움을 겪던 윤 씨는 그해 말 어업인후계자로 선정됐고,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완도지원에서 지원받은 어업인후계자 육성자금을 비롯한 영어자금을 전복 해상가두리 양식시설 확장에 투입하며 기반을 잡아갔다.

그렇게 귀어 당시 2.4m×2.4m 해상가두리 104칸 규모였던 전복양식장은 현재 704칸에 이르게 됐다. 초기 계획대로 해마다 100칸씩 확장해나간 결과로 연 1톤 안팎이었던 전복 생산량은 약 7톤으로 증가했다.

전복의 먹이가 되는 다시마 양식장은 230줄 정도로 한 줄에서 300kg정도의 다시마를 키워낸다. 12월 중순부터 3월까지 포자실 감기가 이어지는 다시마 양식은 전량 전복먹이로 들어가며, 전복은 3월부터 11월까지 다시마를 먹이로, 12월부터는 미역을 먹으며 자란다. 한시도 쉴 틈이 없는 셈이다.

그는 “바다는 내가 한 만큼 돌려주는 곳이지만, 그런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윤인범 씨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견뎌낼 의지와 도전정신만 있다면 바다는 누구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전복 청년 윤인범 씨는 아직도 도전 중이다. <자료협조=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청산도 전복양식의 미래를 보는 눈

윤인범 씨가 귀어에 있어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장기적인 관점’이다. 이는 귀어인이 어촌의 식구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바다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살아나가는 보다 먼 미래의 이야기도 포함한다.

윤 씨는 “많은 분들이 귀어 후 1~2년 만에 다시 도시로 떠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복양식의 경우 초기 3~4년간 2억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고 2~3년간은 고정수입이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기반을 구축하는 어려운 시기를 지난다면 내가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다”며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촌 고령화가 가속화 되면서, 최근 귀어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젊은층의 귀어에 대한 윤 씨의 생각은 현실적이었다.

그는 “청산도는 2~30대가 4~50명정도 있어 비교적 젊은 세대가 많은 편인데, 힘든 일을 나누고 일을 품앗이 할 수 있어 의지가 되는 것은 물론 기존에 고수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데 더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있는데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특히 과하게 욕심을 부려서 가두리를 늘리는 형태는 바다 환경이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인범 씨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어민들이 모두 양식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질서있고 깨끗하게 이용해야 한다”며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가두리 양식을 하는 것에 대한 규제와 바다정화사업 등이 정부 차원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에게 귀어는 시작만 다른 것이지 결국 하나의 바다에서 터전을 꾸려간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가는 것이었다.

이에 윤 씨는 수산과학원과 협력을 통해 가두리 시설 개선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뻘이 깨끗하게 유지돼야지 오염되면 그만큼 전복 폐사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다”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양식장 대형화와 밀집화는 전복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에 윤인범 씨는 가두리를 늘려나가는 것보다 양식기술의 개선, 판로와 상품 다양화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료협조=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할 일이 많은 바다, 전복 청년은 아직 도전 중

전남지역은 우리나라의 전복 생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많은 양식 가두리가 밀집해 있고 양식장 대형화와 밀집화는 전복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에 윤인범 씨는 가두리를 늘려가는 것보다 양식기술의 개선, 판로와 상품 다양화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전복을 단기간에 크게 키워서 출하하고 폐사율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가공을 통한 판로 확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 씨가 생산한 전복의 상당수는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엔저가 지속되면서 전복값이 떨어진 것은 물론,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소비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윤인범 씨는 최근 일본 이외에 홍콩, 중국쪽으로 청산도 전복의 활로가 열렸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의 경우 건전복 등 생물보다 가공식품을 선호하는데 현재 수출형태는 대부분 생물이고, 완도 관내에는 가공공장이 한 곳 뿐”이라며 “정부나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가공인프라를 구축하고 다양한 가공식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관심을 요청했다.

그는 “바다는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시설이 필요하고 인력이 필요하다. 윤 씨는 수산업경영인 청산면협의회의 사무국장으로 귀어인들에게 정책자금 등 상황에 맞는 자금지원 방안을 추천해주고 있는데, “초기에 자본금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리 융자 등 다양한 지원방안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윤인범 씨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이는 수산업을 생각해보지도 못한 이에게도 바다로 가고싶지만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도 유효한 조언이고 응원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견뎌낼 의지와 도전정신만 있다면 바다는 누구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열려 있다”고 말했다.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있는 것이 젊음이라면 넓은 바다야 말로 그 화려한 무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무대에서 전복청년 윤인범 씨는 아직도 도전 중이다.
<자료협조=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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