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좋은 학습 기회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좋은 학습 기회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6.02.29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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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베노믹스가 초반 성공을 거두는가 싶었는데, 올 들어 기대가 무너지고 있던 차에 일본은행이 대단한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원래 ‘마이너스 금리’란 실질금리 개념이었습니다. 즉, 예금이나 채권 등에서 실질적으로 금리의 혜택을 볼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더라도 저금리로 인해 돈을 찾을 때쯤에는 물가상승률이 더 높게 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그러나 이때도 표시금리, 명목금리는 마이너스가 아니었습니다.

채권의 경우에는 채권 발행 시에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에 발행(이를 할증발행이라 함)하면서 표면이자는 할증률 이하로 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마이너스 금리'라 합니다. 이는 만기에 받을 돈보다 더 돈을 주고라도 채권을 사는 것으로, 경제위기 때 미국이나 독일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릴 경우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번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는 차원이 다릅니다. 실질금리가 아니라 표시금리, 명목금리를 ‘마이너스’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예금자와 은행간의 거래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중은행은 예금 중 일부를 지급준비금이란 명목으로 중앙은행에 예치하게 합니다.

또 은행들은 보유현금이 많을 경우 지급준비금 이상의 현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기도 합니다. 이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기준금리라 합니다. 원래는 이자를 주었지만 이제는 그 반대로 지급준비금 이상의 돈을 맡길 경우 이자를 주는 대신 보관료를 받겠다는 겁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면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이유가 사라져 시중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 확대에 나설 것이고 그러면 기업의 투자나 가계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투자와 개인의 소비를 통해 통화를 순환시키고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금융정책의 한 수단입니다.

이번 일본은행이 발표한 마이너스 금리의 폭은 0.1%, 2월 16일부터 적용하기로 했으니 아마 지금은 시행중일 것입니다. 이런 상태라면 일반 금융기관에서 정말 눈곱만큼 주었던 이자도 하락 내지 중단 시킬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개인들이 맡긴 돈에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물론 ‘아직 아니라’는 것이지 ‘아주 아니라’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개인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나라는 역시 ‘아직’ 없습니다.

개인들이 은행에 맡긴 돈에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스위스 은행들에서 이른바 '뒤가 구린 돈'을 보관해 줄 때 약간의 이자를 지급하면서 이자보다 훨씬 더 큰 수수료를 '자산보관수수료', '계좌유지수수료' 등의 이름으로 부과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주 특별한 성격의 예금에 해당하는 특별한 경우라 하겠습니다.

현재 중앙은행과 시중은행간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나라는 유로존 19개국과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가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ECB가 지난 2014년 6월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방법으로 처음 적용했습니다.

스위스의 경우는 양적완화와는 경우가 다릅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2015년 1월 15일에 기준금리를 낮췄습니다. 2014년의 -0.25%에서 –0.75%까지 낮춘 것입니다.

스위스 통화인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너무 올라서 그렇습니다. 스위스는 대표적인 금융안전 국가입니다. 따라서 각국의 투자가들이 달러를 싸 들고 스위스 은행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외화가 몰리다 당연히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스위스 중앙은행 입장에선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너무 높으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통화 강세는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걸 우려해서 기준금리 마이너스 폭을 더 확대한 것입니다. 그러면 시중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하는 대신 자금을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그러면 시중에 스위스 프랑화가 많아질 것이고 그 결과 통화가치는 하락할 것입니다. 이런 효과를 위해 스위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더 떨어뜨린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덴마크도 기준금리를 낮췄습니다. 크로네화 가치가 너무 상승한 부작용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 결과 은행저축과 채권투자는 줄어들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가격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자금이 은행으로 들어가지 않고 시장에서 순환한 결과입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경기회복에는 소비가 지름길입니다. 그런데 일본인들의 저축습관은 유별납니다. 고령화에 접어든 시민들이 저축을 해놓고 소비를 안 합니다. 아무리 양적완화 정책으로 통화를 많이 풀어도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급기야 ‘마이너스 금리’까지 동원한 것입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수출일 것입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했고 그로 인해 옌화 약세가 되면서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했습니다. 일본의 주가가 이를 말해줍니다. 2010년에 비해 주가가 2015년 2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럼에도 내수는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쌓아둔 저축을 헐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금융상품은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습니다. 풀린 통화만큼 해외자본이 유입되어 이를 상쇄한 것입니다. 일본은 이에 대한 방어조치를 할 필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적어도 예금부분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개인에게도 적용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그러면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는 이를 통해 어떤 학습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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