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 돌기를 흔들어 낚시하는 물고기 ‘아귀’
유인 돌기를 흔들어 낚시하는 물고기 ‘아귀’
  • 황선도 FIRA 대외협력실장
  • 승인 2016.02.0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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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귀


머리 위 돌기 흔들어 먹잇감 ‘낚시’

아귀의 입 바로 위, 즉 머리 앞쪽에는 가느다란 안테나 모양의 돌기가 있다. 등지느러미의 첫 번째 가시가 변한 것으로 그 끝 부분이 주름진 흰 피막으로 덮여 있는데 이것을 좌우로 흔들어서 먹이를 유인한다. 그래서 일명 ‘낚시대’라고도 부른다.

아귀는 헤엄치는 속도가 매우 느려 물고기를 쫓아가서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유인 돌기를 미끼처럼 흔들어 먹잇감을 유인하는 것이다. 다른 물고기가 이 유인 돌기를 먹잇감으로 알고 가까이 접근할 때, 아귀는 순간적으로 큰 입을 쩍 벌려 한 입에 삼켜 버린다.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아귀를 ‘낚시하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조사어(釣絲魚)’라고 기록했다. 서양에서 아귀를 ‘낚시꾼 고기(anglerfish)’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산란기엔 암컷 비율 증가

▲ 황아귀

우리나라에는 아귀와 황아귀, 그리고 용아귀가 서식하는데,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황아귀이다. 근래 상업적으로 중요한 수산자원의 감소로 인해 아귀류 역시 고가어종으로 부각되어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제주도 부근의 동중국해에 서식하는 황아귀 암컷의 생식소 발달 단계를 조사한 결과 산란기는 2~4월로 추정되며, 낭소에 들어 있는 알의 수는 30만~180만개로 크기가 클수록 알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자원 관리 측면에서 알을 많이 낳을 수 있는 큰 개체의 어미를 보존해야할 것이다.

암수의 성비는 6대 4로 산란기에는 암첫의 비율이 66~81퍼센트로 늘어난다. 아마도 수정의 기회를 더 가지려는 종족 번식의 본능이 아닐까? 물고기 스스로도 생존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데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 인간은 과연 어떤 배려를 하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아귀아귀’ 먹다 ‘아귀도’에 떨어질라

아귀의 이름은 불교의 육도 중 아귀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죽으면 여섯가지 세상으로 가게되는데 천상도, 인간도, 아수라도, 축생도, 아귀도, 지옥도가 그것이다.

생전에 음식에 욕심이 많았거나 인색하여 보시를 하지 않았거나 남의 보시를 방해했던 자는 아귀도에 떨어져 배고픔과 목마름의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아귀는 배가 산만큼 크지만 목구멍을 바늘구멍 같아 늘 배고픔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몸은 해골처럼 야윈 데다 벌거벗은 채로 뜨거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늘 목이 말라 있단다.

스님들이 발우 공양을 하고 나서 그릇을 깨끗이 씻은 다음 그 물을 마당의 돌 위에 버리는데, 이는 아귀들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귀들은 다른 물을 보면 불을 보는 것과 같아 마시지 못하며, 또 목구멍이 좁아 다른 음식을 넘기지 못하여 이 물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에서
황선도 지음 / 부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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