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과 조합원들에게 가진 걸 환원하는 것이 조합장 할 일”
“어촌과 조합원들에게 가진 걸 환원하는 것이 조합장 할 일”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6.02.01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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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수협 사홍만 조합장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형 신용사업 전개…지난해 최대 흑자 기록


▲ 장흥군수협 사홍만 조합장
대한민국 수도 서울 경복궁에서 정동쪽을 정동진이라 한다면 전남 장흥은 정남진에 해당한다. 정남진엔 장흥군수협이 있다. 장흥군수협은 작지만 살아서 꿈틀거리는 수협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흥군수협은 지난 2010년 정부 기금관리위원회로부터 5등급(부실조합) 판정을 얻어 합병권고를 받았던 수협이다. 그런 수협이 2010년 4월 현 조합장(사홍만) 취임 이후 눈부신 경영개선의 성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사홍만 조합장은 37년간 수협에 근무했던 직원 출신의 조합장으로 장흥군수협에서 전무까지 지내고 나로도수협에서 또 10년간 전무로 일하다 퇴임한 뒤 장흥군수협 조합장으로 돌아왔다. 나로도수협도 그가 살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 공적을 직접 보았던 나로도수협 조합장은 그가 떠난 후 그를 그리는 시비(詩碑)를 나로도에 세웠다. 거기엔 사 조합장의 자작시가 새겨져 있다.

사 조합장은 시인이다. 한국문인협회원이자 전남시인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그에게 바다는 어머니다. 그가 시인 조합장으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수협 창립 50주년 기념시’를 썼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 ‘바다여, 희망이여, 수협이여’는 지난 2012년 4월 2일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수협중앙회 50주년 기념식장에서 낭랑한 목소리의 여성 직원에 의해 낭독되어졌다. 이 시는 수협 50년사(‘바다에서 일궈낸 희망’)의 서시로도 쓰였다.

감성 시인 조합장

▲ 나로도에 세워진 사홍만 조합장 시비
그가 감성이 풍부한 시인이긴 하지만 수협 운영에 있어선 냉철하다. 그는 장흥군수협에 무엇이 필요한 지를 정확하게 진단했다. 패배를 맛본 임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솔선수범’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조합장에게 주어지던 업무용 차량과 기사를 포기했다. 업무용 차량을 처분하고 손수 자가용을 운전해 출장을 다녔다. 광주 전남 관내는 출장비도 받지 않았다. 법인카드도 쓰지 않았다.

인건비를 인상할 수 없었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도 없었다. 수협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했다. 7시 30분이면 출근해 있는 조합장보다 일찍 나오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작은 노력들이 쌓여 직원들의 의식이 바뀌고 함께 경영개선을 위해 노력하자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그가 취임한 후 꾸준히 이익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최근 5년 내 최고의 단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대손충당금, 경영개선자금 이자, 법인세 등의 경비를 빼고 6억 2,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사 조합장은 “경영개선자금으로 잉여를 냈지 실제 사업으로는 잉여는 못 내봤다. 2015년에 사업으로 최고 많은 잉여를 냈으니까 건전조합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사 조합장에게 최대의 숙제는 미처리 결손금을 모두 상환하고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경영개선자금은 2017년 말 상환이 약정되어있다. 미처리 결손금 289억원 중 140억원이 남은 상황. 근해안강망수협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미처리 결손금을 10년에 걸쳐 정리한 사례가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작은 군 단위 수협으로서는 천문학적 숫자다. 42개 어촌계에 조합원 3,000명이 조금 넘는 수협에서 내년까지 남은 140억원을 모두 정리한다는 건 아무리 경영을 잘 한다 해도 무리가 따르는 것.

사 조합장은 “최선을 다해 지금 추세로 갚아나가고 한번만 상환기일을 연장하면 모두 정리할 수 있겠단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직원들도 그런 마음가짐이다”라고 말했다.

▲ 장흥군수협은 경제사업에서 매년 이익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사진은 활·선어 위판장.

조합장, 손수 운전하며 경비 절감

장흥군수협이 어려운 점은 신용사업에서 이익이 크게 나지 않는다는 것. 사 조합장 취임 전부터 쌓여 있던 과다한 부실채권과 연체채권이 발목을 잡아왔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상호금융 적자가 가장 적었다.

“광주 상무지점에서는 예금 유치에 집중하게 하고, 상임이사가 있는 장흥읍 지점에서는 대출에 집중하게 한 것이 적중했다”며 2개의 영업점을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하는 ‘신의 한 수’를 밝혔다. 그는 또 “상호금융이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사업과와 판매과에서 잉여를 많이 냈다. 위판이 꾸준히 신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흥군수협은 지도사업 예산이 2,400만원에 불과하다. 회원조합 중 가장 적은 지도사업비를 지출하고 있는 장흥군수협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정상조합으로 가고 있는 것.

사 조합장은 중앙회와 회원조합 행사 등에도 빠지지 않고 유기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제1회 조합장 동시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중앙회 비상임이사에 선출됐고, 인사추천위원으로도 적극 활동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신임이 매우 두텁다.

그는 “정년을 마치고 조합장을 하고 있으니 덤이라 생각하고 어촌과 조합원들에게 내가 가진 걸 환원하려고 한다”며 조합장으로서의 마음가짐을 털어놨다. 내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는 장흥군수협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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