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의 미래 산업화, 가공·수출에 달렸다
수산업의 미래 산업화, 가공·수출에 달렸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6.02.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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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본지 발행인
수산물 수출과 가공식품 개발에 희망이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 지역 인근 도시를 관광했던 한국인들이 면세점, 슈퍼마켓에서 어묵을 비롯한 수산가공식품을 싹쓸이하는 촌극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10여년전 후쿠시마를 방문했을 때, 어릴적 우리 시장에서 사먹었던 가마보코(판어묵 : 나무받침대에 생선살코기만 올린 어묵)를 찾았더니 면세점까지도 동이 나고 없었다. 도미살로 저민 흰살 어묵의 향긋한 향미를 찾아나선 사람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이후 아오모리를 방문했을 때도 튀김어묵을 제외한 최고급 찐어묵과 조미하지 않은 명란젓은 한국방문객들이 싹쓸이해가고 없었다. 뿐만 아니라 아오모리 인근해역의 특산품인 가리비를 형태 그대로 섞어서 구워낸 과자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선물용으로 몇 상자를 사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우리는 왜 아직도 수산물을 단순가공할 줄밖에 모르는가”하는 자괴감에 마음 한구석 서글픔을 금할 수가 없었다. 싼 값에 토마토를 팔아서 비싼 토마토주스를 사다먹는 우리나라의 전근대적인 농업 현실이나, 수산업 환경이 이제 겨우 탈바꿈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큰 위안을 얻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 우리의 속담처럼 우리 해양수산인들의 끈질긴 승부욕이 다시 한번 해양수산 중흥의 대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출효자품목 김, 제2의 전성기 맞았다

지난달 14일 해양수산부는 세종정부청사에서 ‘내수 수출의 균형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주제로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와 함께 대통령에게 신년 업무보고를 했다. 주 내용은 FTA를 활용한 수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었다. 이처럼 올해의 화두는 수출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수산물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나마 3억 달러 수출 목표를 달성한 ‘김’, 그리고 목표 1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년 대비 신장세를 보인 ‘굴’과 세계 생산량 2위를 차지하는 ‘전복’ 정도가 선전했을 뿐이다. 전통적으로 수산물 수출 1위의 자리를 차지해 온 참치는 주요 수출국이 일본이다 보니 엔저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전했다. 특정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수출품목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김이 2억 달러 목표 달성 이후 5년 만에 3억달러 수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상품의 다양성과 시장의 다변화라고 업계에서는 풀이한다. 조미김, 스낵김 등의 신제품을 계속 쏟아내며 신시장 개척에 열중하는 한편으로 김이 건강식품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홍보 마케팅을 펼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김 수출 성장에 기여한 주요 국가도 15~20년 전에는 일본, 5~10년 전부터는 태국, 최근 5년 정도는 미국,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중국 위주로 바뀌었다. 김은 세계 90여 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할랄시장도 계속 노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명가김’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삼해상사(주)는 3,8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신안천사김’은 미국 코스트코에 납품하며 3,300만 달러 수출에 성공했다. 또, 조미김 전문 생산업체인 한미래식품은 중국의 대형 할인마트인 메트로(Metro)와 1,0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본격 납품을 앞두고 있다. 이 중 한미래식품은 브라질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자치단체장이 직접 공장을 방문, 생산시설과 시제품을 맛보고 거래를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갔다고 한다.

발상의 전환이 수산물 수출전략의 성공 키워드로 떠올라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일은 한미래식품의 지리적 위치다. 한미래식품은 삼백(쌀, 누에, 곶감)의 고장으로 유명한 상주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다. 임해지역이 아닌 내륙지에서 수산물 가공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발상(發想)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됐다. 한미래식품은 조미김의 원료인 물김을 전남 및 충남 등지에서 수급받기 때문에 내륙이 연안 시·군보다 물류비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역시 내륙지인 문경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와 남해안 김 원료를 가공한 오미자김을 개발해 올해 처음 중국으로 수출했고, 대구광역시 인근의 청도에서는 참치 원료를 부산을 통해 수입, 재가공한 뒤 유럽과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예천군 용두리 소백산 자락의 용두황태법인은 해발 750m 위치에서 강원도 황태 못지않은 품질을 자랑하며, 연간 600여 톤의 황태를 가공생산하고 있다. 수출에 있어서도 부산항을 이용해 수출함으로써 강원도보다 운송거리도 짧아 물류비용 절감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통상 황태는 강원도 산간지방, 김은 남·서해안에서 가공한다고 생각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크게 성공한 사례는 또 있다. 값싼 길거리음식으로만 여겨졌던 어묵을 고부가가치화해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중국 등으로의 수출기반을 구축한 삼진어묵의 경우가 그렇다. 삼진어묵은 어묵 고로케, 어묵 가락국수 등 고부가 어묵 제품 70여 가지를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베이커리형 어묵 매장을 열어 어묵시장 고급화를 주도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삼진어묵의 매출은 2013년 80억원이던 것이 2015년에 이르러 무려 8배에 달하는 600억원대로 매출이 급신장했으며, 종업원 수도 2013년 45명에서 작년에 430명까지 늘었다. 중국 수출은 작년에 2,1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오는 4월에는 일본 휴쿠오카에 점포를 개설해 본격적으로 일본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1953년부터 3대째 대를 잇고 있는 박용준 삼진어묵 관리실장은 ‘어묵산업의 새로운 판로 개척’에 대한 공으로 2015년 수산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수부는 이러한 김과 어묵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상품화·생산→통관·물류→홍보·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수출지원 대책을 추진해 현지 입맛에 맞는 상품개발을 위한 R&D(연구 개발) 투자와 수산식품 가공 기자재 등 장비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김 등 유망상품의 양식면허 확대를 통해 수출물량을 확보하는 등 상품화 생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날 김영석 장관이 밝힌 올해 수출 목표액은 23억 달러이다. 2015년 수산물 수출은 19억 3,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김 장관은 이를 올해 23억 달러까지 끌어 올리고 내년엔 30억 달러까지 증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한중 FTA 등 자유무역협정이 본격 발효되는 시점에서 수출 품목과 상품의 다양화, 발상의 전환에 더해 신속한 통관을 위한 검역당국과의 협의, 신선식품 물류망 확보 등 수출 희망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바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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