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느리게 ‘청산도’
한 걸음 더 느리게 ‘청산도’
  • 양이진 기자
  • 승인 2010.05.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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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

여기저기 봄 꽃 소식으로 처녀가슴이 콩닥콩닥~ 따스한 햇살에 옷차림까지 가벼워지니 이 봄을 놓치기 전에 어디로든 떠나 줘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아무 곳이나 떠날 수는 없는 법. 잠시 숨을 고르고 봄을 느끼기 위한 고민에 들어간다. 향기로운 꽃 내음에 봄의 푸르름까지 느끼며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곳. 바로 자연을 벗삼아 느림의 미학을 전하는 완도 청산도가 정답이다.

봄의 향기를 머금은 곳

우리나라 남쪽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전남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50여분을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 ‘청산도’.

바다, 하늘 그리고 산과 들이 모두 푸르다 해서 靑山島라 불리는 이곳은 완도 남동쪽 해안에서 남동쪽으로 약 19.7㎞ 지점에 있다. 주위에는 장도·지초도·항도 등의 부속섬과 대모도·소모도·여서도 등이 둘러있다.

특히, 최고봉인 매봉산(385m) 이외에 대봉산(379m)·보적산(330m) 등 300m 내외의 산이 사방에 솟아 있어 섬이라 여겨지지 않을 만큼 멋진 산세를 자랑한다.

청산도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서울에서 출발해 최소 1박2일 일정은 세워야 한다. 가히 철저한 시간 계산과 여행을 즐기기 위한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 먼 거리조차 용서가 되는 것은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10일부터 오는 5월 2일까지 청산도에서 2010 청산도 슬로우 걷기 축제가 개최 중이어서 평일에도 섬으로 들어가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배가 청산도 도청항에 도착하자 유채꽃과 보리 등으로 노랗고 푸른 봄이 관광객들 맞이한다.
그 봄을 온 몸으로 만끽하기 위해서 슬로우 길을 걸어본다. 느릿느릿 한 걸음에 봄 향기 가득 머금은 유채꽃 향기를 담고 또 한 걸음에 푸른 바다를, 바람에 넘실대는 보리밭의 푸르름을 담는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곳

청산도 하면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봤던 그 길을 걸어보고 드라마 세트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남다르지만 국내 최초로 슬로우시티(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그 지역에 나는 음식을 먹고, 그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며, 자유로운 옛날의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로 조성된 곳인 만큼 자연 그대로의 청산도를 알아가는 맛과 멋은 영화 속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특히,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구간별 슬로길로 1코스부터 3코스까지 조성돼 있다.
1코스는 도청항-서편제세트장-새땅끝-당리 갯돌밭-봄의 왈츠 세트장까지로 총 6.8㎞구간이며 청산도의 대표적인 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구간이다.

2코스는 당리 갯돌밭-읍리 갯돌밭-말탄바위-범바위-장기미해수욕장-청계리까지로 7.5㎞구간이다. 이곳은 섬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슬로길로 자연 그대로의 멋을 감상할 수 있다. 

3코스는 청계리-매봉산-상서돌담길-신흥해수욕장-항도-동촌리까지로 6.5㎞구간이며 등산로를 따라 걷는 산악인용 코스로 자연의 절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농업과 어업이 어우러진 곳

구간별로 슬로우코스를 걸었다면 이번엔 허기를 채울 시간. 농업과 어업을 겸하는 반농반어인 이곳에는 쌀, 보리, 마늘, 고구마 등의 농산물뿐만 아니라 전복, 삼치, 문어, 멸치, 김, 미역, 다시마 등 풍부한 수산물 등이 생산된다.

하지만 도시처럼 식당이나 편의시설 등이 많지 않아 도청항 인근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도청항 앞에는 식당 등을 비롯해 옛 면사무소 건물이나 오래된 여인숙 등이 자리하고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천천히, 느리게 둘러볼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섬 청산도이지만 걷는 게 쉽지 않다면 올 3월부터 투입된 순환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약 150분간의 투어시간 동안 섬 구석구석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는데다 설명까지 들을 수 있어 1석2조다.

청산도 찾아가기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완도직행 버스 1일 4회 운행
-서울에서 열차, 고속버스, 항공편으로 광주(또는 목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완도 방면 버스 이용
-완도 여객터미널에서 청산방면 배 이용
-청산 고속 훼리호 운항 시간표(하절기 기준, 약 45분소요)
완도출발 : 08:00 / 11:20 / 14:30 / 18:00
청산출발 : 06:30 / 09:50 / 13:00 / 16:20


양이진 기자

<사진설명>
도청항의 든든한 파수꾼 등대
완도와 청산도의 다리가 되어주는 청산고속훼리
청산도 슬로우 걷기 축제를 알리는 달팽이 조형물
도청항 전경
비가 내린 바닷가에 갯돌 구르는 소리가 청아하다
금방 이라도 아리랑이 울려퍼질 듯한 서편제 촬영지
청산도의 대표적 명소인 도락리 전경
지금 청산도는 노란 유채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유채꽃과 대조를 이루는 맥주보리가 푸른 들판을 수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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