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⑨ 전남 완도군 장창현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⑨ 전남 완도군 장창현 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6.01.04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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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지렁이 양식으로 귀어의 새로운 길을 열다


▲ 전남 완도군 장창현 씨

귀어 전 거주 지역 : 부산
귀어지 : 전남 완도군
귀어 전 직업 : 수협 근무·개인사업
귀어 결심동기 : 고향에 대한 그리움·새로운 일 시작
귀어연도 : 2011년
나이 : 57세
귀어초기자금 : 약 3억원
연간 수익 : 약 1억원
사업규모 : (양어장) 부지 약 3,636㎡,
                   (하우스) 약 1,322㎡
                   (관리사) 49㎡















익숙한 고향에서 시작한 낯선 갯지렁이 양식

귀어는 많은 이들의 인생에 새로운 출발선이 된다. 그동안 살아온 곳을 떠나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내려놓고, 낯선 곳에서 한사람의 어업인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은 모험이고 도전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귀어를 준비하는 과정은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안정적으로 귀어생활에 정착한 사례를 바탕으로 귀어의 방향을 잡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

전남 완도군의 장창현 씨는 지난 2011년 부산에서 고향인 완도로 귀어해 ‘갯지렁이 양식’을 시작했다. 현재 전라도 지역에 6~7곳 밖에 없다고 하는 갯지렁이 양식. 도시에서 생활을 하다 어업에 뛰어드는 귀어인에게는 더더욱 생소할 수 밖에 없다.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갯지렁이 양식에 뛰어든 장창현 씨는 “갯지렁이의 경우 넓지 않은 장소에서도 양식이 가능하며 혼자서도 돌볼 수 있고 전기세, 사료비 등이 다른 양식에 비해 적게 드는 편”이라며 “연안양식장의 경우 이미 포화상태로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걸음 멀리 보는 시각으로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옅본 것이다.

완도에서 나고 자라, 직장생활까지 했던 장 씨는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IMF의 타격을 벗어날 수 없었고 직장을 그만둔 그는 고향과 같이 바다가 있는 도시 부산으로 간다. 14년동안 일식집, 위생설비 사업 등 쉼 없이 일하던 중 부경대학교의 아는 교수님으로부터 ‘갯지렁이 양식’에 대해 듣게 된다.

장 씨는 “항상 나이가 들면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닷가이다보니 처음에는 미역이나 전복, 김 등 양식으로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향이라 하더라도 귀어인이 양식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허가를 얻어 육상에서 양식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었고 갯지렁이 양식이 여러모로 장씨의 상황과 맞아 떨어졌다.

또한 갯지렁이는 주로 낚시용 미끼로 사용하는데, 레저 문화가 확산되고 낚시인구가 늘어나면서 갯지렁이 수요도 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자연산 갯지렁이를 잡는 것은 불법이어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장창현 씨는 갯지렁이 양식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성공을 거둔다면 수익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그렇게 장 씨는 대학에 다니는 두 자녀를 남겨두고 아내와 완도에 다시 자리잡게 됐다.


정형화된 양식기술 없어…독자기술 개발 위한 끝없는 연구

장 씨는 갯지렁이 양식을 시작하기 위해 경남 고성의 부경대 수산과학기술센터에서 8개월간 기술을 배우고 이후 센터 연구원을 완도로 초빙해 함께 현재의 양식장에 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인 갯지렁이 양식을 시작했다. ‘친환경갯지렁이사업’을 통해 정부로부터 양식장 공사비 3억 1,000만원 중 60%를 지원받을 수 있어 초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다만 나머지 40%의 비용과 부지 구매 비용 등 초기 투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아직 양식기술이 안정화되지 않은 갯지렁이 양식은 연구원의 도움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다. 장장현 씨는 “연구원과 많은 실험을 하면서 양식기술을 찾아갔다”며 “처음에는 센터의 기술에 의존해 양식을 했으나 아직 보편화된 양식이 아니다보니 현장의 상황과 다른 부분이 많아 자체적으로 연구를 지속해 지금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양식을 꾸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갯지렁이는 부화에서 성장까지 오랜시간이 걸린다. 출하까지는 약 2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갯지렁이는 흙 속에 살고 죽은 채 땅 밖으로 나오니,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도 애로 사항이다.

정보를 얻을 곳도 많지 않아 하나하나 자신의 손으로 양식장을 꾸려가던 귀어 1년차 장창현 씨는 갯지렁이 치충(새끼)이 대량폐사해 무려 6,000만원의 손해를 입게 된다.

그는 “귀어하기 전 2년동안 갯지렁이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기술지원도 받았으나 현장과는 다르다는것을 살로 느꼈다”며 “이후 종묘생산기술과 사육관리를 표준화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갔다”고 전했다.

장 씨는 최근에는 갯지렁이 양식에 민간이 참여하면서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는 등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며, 지자체가 귀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은 생소한 분야이다보니 스스로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해야하는데 연구소의 경우 R&D지원금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이만, 민간에서는 소득없이 자비로 연구에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민간의 기술개발에도 지원과 관심을 요청했다.

▲ 갯지렁이는 100g에 1만 2,000원, 1kg에는 10만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고부가가치 양식종이나 아직 정형화된 양식기술이 없다. 이에 장창현 씨는 끝없는 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양식기술을 만들어가고 있다.

갯지렁이·해삼 복합양식으로 소득 증대 모색

갯지렁이 양식은 인건비가 들지 않고, 사육시설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특히 갯지렁이는 100g에 1만 2,000원, 1kg에는 10만원이라는 높은 몸값을 가진 고부가가치 양식종으로 주목받는다. 귀어인으로 양식업의 미개척지를 개발하고 있는 장창현 씨는 이같은 갯지렁이의 가능성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장 씨는 적은 면적에서 많은 갯지렁이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며 복합양식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갯지렁이와 같이 양식할 수 있는 해삼 혹은 전복과의 복합양식을 구상하며 어떤 품종이 갯지렁이와 잘 맞는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귀어생활 5년차에 접어드는 장 씨는 “지난해 귀어귀촌박람회에서 귀어희망자들의 귀어상담을 진행하며 양식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그는 “연안양식장은 밀집으로 인한 폐사 문제도 감안해야하며 기존 양식업자들은 양식장을 더 넓히려고 하고 있는 상황으로 허가를 받는 것부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또 육상에서 광어나 전복종묘 생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초기자본이 많이 투자된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수산업의 환경과 현장을 이해하고 귀어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도전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장창현 씨의 귀어가 후배 귀어인들에게 수산업에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길 기대한다. <자료협조=국립수산과학원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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