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과 007 와인
수산물과 007 와인
  • 이주/국립수산과학원 해외개발실
  • 승인 2010.05.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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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수산물>

금년 2월에 캐나다에서 열린 벤쿠버 동계올림픽에 우리나라의 김연아 선수가 쇼트프로그램에서 영화 '007'시리즈의 테마음악을 배경으로 역대 최고점수인 78.5점을 받았으며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미국작곡가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의 선율에 맞춰 열연하여 150.06점을 받고 합계 228.56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김연아 선수가 선택한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인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테마음악은 강한 비트와 박진감 있는 멜로디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전 세계적으로 회자되던 음악이었다. 김연아 선수가 007 음악을 주제곡으로 선택한 이유는 본드걸의 역동적인 모습과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잘 알고 있는 곡을 활용하여 친근감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하였다고 한다. 김연아 선수로 인해 한국인에게 007 시리즈 영화와 본드걸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고 있다. 

와인은 007 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데 테렌스 영감독이 연출하고 숀 코너리가 주연을 맡은 1963년 작 “007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이라는 영화는 악당이 소련의 암호 해독기를 탈취하여 자유진영과 소련간의 심각한 갈등 상황을 만들어 자신들이 그 사이에서 이익을 꾀하려는 음모를 제임스 본드가 파악하고 그 계획을 분쇄한다는 시나리오이다. KGB의 미녀 첩보원 타티아나가 제임스 본드에게 자신을 데려가 주면 KGB의 암호 해독기를 제공하겠다는 비밀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것은 본드를 유인해 낸 후 함정에 빠뜨려 암살하려는 악당의 계략이었다.

이를 알지 못하는 본드는 Q로부터 특수장비들을 받아 타티아나를 찾아 이스탄불로 떠난다. 암호해독기를 손에 넣어 세계질서를 흔들어놓으려는 스펙터의 두목 블로펠트는 KGB에 침투해 있는 자신의 요원들을 이용하여 본드와 쫓고 쫓기는 치열한 추격전을 벌인다. 중요한 순간에 와인이 등장하는데 첩보원으로 위장한 악당이 생선요리에 키안티 레드와인을 주문한다. 키안티 와인 같은 드라이 와인은 육류에 곁들여 마시는 게 일반적이며 화이트와인은 존재하지 않아 레드와인을 강조할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키안티 레드와인을 주문하여 제임스 본드가 악당임을 눈치 채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007 위기일발에서 나오는 키안티 레드와인은 이탈리아 중부지역인 피렌체에서 남쪽으로 시에나에 이르기까지의 지역인데 이미 8세기부터 키안티 와인을 양조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며 전에는 동그란 피아스코 병에 볏짚을 싸서 와인을 판매하였다. 로마의 휴일이란 유명한 영화에도 나오는 키안티와인은 그리스 최고의 신인 제우스의 피(Blood of Zeus or Jupiter)란 의미를 가진 포도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를 최소 75% 이상 사용해야 하며 병목에 빨간 원 안에 수탁이 그려진 라벨이 붙어 있는데(화이트 와인은 연두색) 이탈리아 와인을 고를 때 이 수탉이 그려진 라벨을 보고 사면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키안티와인과 같이 산도가 높은 와인은 크림이나 치즈 소스를 이용한 요리, 해산물을 곁들이고 토마토소스를 기본 베이스로 한 파스타와 피자처럼 신맛을 지닌 요리와 훌륭한 마리아주를 보여준다. 또한 염분이 있는 음식일수록 산도가 있는 와인으로 조합하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짠맛과 신맛이 어우러지면 각자의 맛을 살려주는 상생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가이 해밀턴감독이 연출하고 숀 코너리가 마지막으로 주연을 맡은 1971년 작품인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라는 영화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인공위성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스펙터와 이를 저지하려는 007의 치열한 추격전을 그린 영화이다. 남아프리카에서 밀수된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가 사라지자 영국 정보부는 제임스 본드인 숀 코너리에게 다이아몬드 추적을 지시한다. 제임스 본드는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찾기 위해 라스베가스의 도박판에 뛰어든다. 그는 악당 스펙터가 자신의 음모에 사용할 인공위성을 만들기 위해 다이아몬드를 모은다는 사실을 알고, 악당인 스펙터를 뒤쫓기 시작한다. 다이아몬드 밀수 조직을 추적하다가 아내를 살해한 원수를 만나 다이아몬드에 관한 정보를 얻고 관련자들을 한 명씩 추적하며 라스베이거스까지 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차례대로 살해되고 본드도 몇 차례 위기를 넘긴다. 악당은 다이아몬드를 탈취하여 레이저 빔을 이용한 특수무기를 만들고 이 무기로 세계각국의 군사시설을 파괴하여 위력을 보인 후 적성국가에 팔려고 하는 과정에서 본드는 기지에 뛰어들어 음모를 분쇄하고 일당을 모두 처치하여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도 와인이 등장하는데 웨이터로 변장한 악당이 프랑스 보르도의 고급와인인 ‘샤토 무통 로칠드’를 보여주자, 제임스 본드가 “클라렛이 좋은데”라고 말한다. 영국에서는 보르도 레드 와인을 클라렛(Claret)이라고 애칭으로 부르고 있었는데 샤토 무통 로칠드가 바로 보르도 1등급 레드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웨이터로 분장한 악당은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였기 때문에 “클라렛은 없습니다”라고 말해 제임스 본드에게 악당의 정체가 탄로나게 된다는 재미있는 와인관련 영화이다.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는 그 이름만으로 세계 와인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최고의 와인이며, 세자르, 샤갈, 칸딘스키, 피카소, 앤디 워홀 등의 세계 유명 예술가들의 그림을 매년 새로운 와인에 라벨로 사용한다는 원칙과 와인을 생산자가 직접 샤토에서 병입한다(mis en bouteille au chateau)는 원칙을 고수한 필립 남작의 집념은 그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1855년 보르도 와인 등급체계에서 2등급으로 결정된 후 118년이 지난 1973년 1등급으로 격상시킨 집념은 와인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1989년에 필립 남작이 사망한 후 포도원을 주인이 된 무남독녀인 필리핀 남작부인은 1991년부터 지금까지 무통 카데 와인을 공식만찬주로 제공하며 프랑스의 칸느 국제영화제를 후원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예술활동 지원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2002년에 개봉한 007 언아더데이(Die Another Day)의 내용은 북한의 문대령과 군부 강경파가 문대령의 아버지로 상징되는 온건파를 제거하고 ‘이카루스’라는 최첨단 무기를 만들어 남침하려다가 007의 활약으로 평화를 되찾는다는 내용인데 북한에 감금된 007은 14개월에 걸친 고문에도 기밀을 누설하지 않다가 석방되어 군사분계선에서 맞교환되어 북한의 수중을 벗어나게 된다. 감옥을 나온 제임스 본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볼랭저(Bollinger)를 맛보는 것이었으며 볼랭저는 일명 ‘제임스 본드 샴페인’이라고도 불린다. 프랑스의 샹파뉴지방의 3대 샴페인 명가 가운데 하나이며, 아직도 가족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이미 20세기 초부터 영국 왕실의 공식 샴페인으로 지정되엇으며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연회 때도 사용돼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와인이다. 영화 ‘007 시리즈’의 22편 가운데 12번이나 등장해 ‘제임스 본드 샴페인’, ‘007 샴페인’으로도 불리는 볼랭저는 배, 사과 등 과일의 신선한 맛이 특징이며 풍부한 미네랄과 토스트, 버터 스카치, 감귤류, 바닐라 페이스트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와 부케를 보여주는 환상적인 샴페인이다. 이 샴페인은 이탈리아의 프로슈트나 스페인의 하몽과 생선으로 만든 전채요리에도 어울리며 채소와 함께 가리비나 키조개의 패주를 사용한 음식이나 연어요리에도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준다. 또한 살짝 구운 해산물 요리와 소금과 후추 등 기본양념을 베이스로 그릴에서 요리한 바다가재(Lobster)에 아스파라거스를 함께한 요리는 맛이 일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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