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그리고 명태
응답하라 1988, 그리고 명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5.12.31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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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이라는 TV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다. 줄여서 ‘응팔’이라고만 해도 알아들을 정도의 인기 드라마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던 중년 남성들도 TV 앞에 앉게 하고, 본방송을 놓친 이들을 ‘다시보기’로 찾아보게 한다. 시청률이 최고 18%까지 올랐다고 하니 웬만한 지상파 TV 드라마보다 경쟁력이 높은 셈이다.

이 드라마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향수다. 옛 것에 대한 향수. ‘응팔’ 주 시청자층은 이른바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다. 1980년대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녔던 지금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브라운관 앞에 앉는 것이다. 고교시절 아름다운 추억 하나쯤은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중년들. 과거의 나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아, 옛날이여!’를 외치는 것이다. 이제 드라마 속 엄마, 아버지가 나의 모습이 되어 부모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내가 저랬는데’, ‘우리 엄마가 저랬는데’하며 추억을 곱씹는다.

지난 12월 18일 수산계에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바로 명태 치어 방류. 우리 바다에서 씨가 마른 명태 자원을 다시 살리기 위해 어미 명태로부터 채취한 수정란으로 종묘를 부화시켜 얻은 치어. 이를 동해 중층에 방류해서 성어로 키워 번식시키겠다는 본격적인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의 시작인 것이었다.

한 때 명태는 흔하디 흔한 어종이었다. 그래서인지 생태,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백태, 먹태, 노가리 등등 흔한 개체수 만큼이나 그 이름도 다양하다. 특히 노가리의 경우 술집에서 기본안주로 내 놓을 정도로 흔한 생선이었다. 그것이 벌써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됐다.

그 많던 동해의 명태가 자취를 감춘 이유 하나만 꼽으라 하면 단연 ‘남획’이 그 원인이다. 너무 많이 잡았기 때문에 씨가 말랐다는 분석이다. 성어뿐만 아니라 치어인 노가리까지 마구 잡아 그 많은 술집마다 내놓았으니 그 개체가 남아나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명태는 지난 1970년대에는 7만톤, 1980년대에는 7만 4,000톤이 잡혔으며,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6,000톤을 기록했으나 2007년 이후에는 연간 1~2톤 정도로 급감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1톤 미만으로 위판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2014년에 “동해의 살아있는 어미명태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동해 포구마다 걸렸다. 그 흔하디 흔했던 명태를 찾는다니! 환경변화를 탓하기 전에 우리의 잘못이 크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100% 성공한다고 확신하지도 못한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 1980년대만큼만 볼 수 있어도 좋겠다. 어미명태를 찾는다는 현수막이 드라마 소재로 쓰여지고 그 현수막이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

응답하라 1988 명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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