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丙申年 띠풀이> 변화와 지략의 원숭이
<2016 丙申年 띠풀이> 변화와 지략의 원숭이
  • 정상박 교수/동아대 명예교수, 민속학
  • 승인 2015.12.3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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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자생하지 않는 원숭이

원숭이는 한국의 산야에 자생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십이지에 도교와 불교의 영향으로 동물상징을 결합시킨 뒤에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이므로 이 땅에 자생하지 아니하는 동물도 끼이게 된 것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원숭이는 사람 다음 가는 고등동물로서 대뇌가 발달한 영장류의 원숭이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길고 다섯 개의 발가락이 있으며 그 발톱은 물건을 쥐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연중교미를 하며 28일을 주기로 월경이 있고 임신 9개월만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떼를 지어 사는데, 우두머리가 이끄는 사회체제를 갖춘 단체생활을 하며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는 발화를 한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 분포되어 있는데, 한반도에는 기후가 맞지 않아 서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원숭이가 언제 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 조선 세조 12년(1466년)에 일본에서 임금에게 애완동물로 선물을 하여서 세조는 이것을 좋게 여겨 김종직(金宗直)에게 예찬시를 짓게 하고 이 신기한 동물을 백성들에게 널리 구경시키도록 했다고 전한다.

이보다 앞서 고려조 몽고의 침입 이후에 서역의 떠돌이 놀이패가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을 했다니 이 때에 원숭이 재주를 보여준 것을 일반 백성들이 이미 구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주별산대놀이, 송파산대놀이, 봉산탈춤 등 우리나라 가면극에 원숭이가 등장한다. 봉산탈춤은 제4과장 노장춤 제2경 신장수춤에서 신장수의 신을 넣은 짐 속에서 원숭이가 뛰어 나오자 신장수가 “네가 무슨 괴물이냐? 이것이 무엇이냐?”하고 놀라며 개, 돼지, 고양이, 사슴 등 온갖 짐승의 이름을 대도 아니라고 계속 부정한다. 그러자 신장수는 속담에 사람의 흉내를 잘 내는 것이 원숭이라 했으니 너가 원숭이가 분명하다고 하면서 선친이 중국 사신으로 다닐 때에 기념으로 사다 준 것이라고 한다.

재주 많고 방정맞은 원숭이

이런 것으로 보아서 옛날 사람들도 원숭이를 볼 기회와 그에 대한 인식도 오늘날 우리가 서커스단의 원숭이를 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원숭이는 재주가 있다. 까분다. 방정맞다. 흉내를 잘 낸다는 둥 비교적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했다. 이런 연유로 원숭이는 속담에 좋지 못한 비유로 쓰인다. 경망하게 재주를 잘 부리는 것을 두고 ‘원숭이 재주하듯 한다’고 한다. 조심성이 없고 경솔하게 굴 때에 ‘원숭이 밥짓 듯한다’고 핀잔을 준다. 남을 흉내내어 한 일이 제격에 맞지 않을 경우 ‘원숭이 잔치’라고 비꼰다. 아무리 재주 많은 사람이라도 실수할 때가 있다는 교훈으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있다’고 한다.

원숭이 우리 주변에 자생하지 않으므로 이에 관한 설화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 원숭이의 재주나 꾀에 관한 것이 가장 많이 이야기된다.

“옛날 여우와 이리가 길에서 고기 덩어리를 주워서 서로 내 것이라고 다투다가 영리하다는 소문이 난 원숭이에게 찾아가 재판을 했다. 원숭이가 공평하게 고기를 반으로 잘랐으나 똑같을 수가 없다.
그러고는 원숭이가 이쪽이 조금 많다고 자기가 베어먹고, 다시 보고는 다른 쪽이 많다고 베어 먹었다. 원숭이가 이렇게 되풀이하여 고기를 혼자서 다 먹어 버리고 도망쳤다.”

이 ‘원숭이의 재판담’은 꾀많은 원숭이가 얄밉게 제삼자로서 이득을 챙겼다는 줄거리지만, 속으로는 여우와 이리가 눈앞의 이익만을 다투다가 결국 작은 이득마저 놓친다는 교훈이 들어 있다.

“옛날에 원숭이와 게에게 떡이 생겼다. 원숭이가 그것을 재빨리 가지고 나무 위에 올라가서 혼자 먹으면서 나무 아래서 먹고 싶어 침을 흘리고 있는 게를 놀렸다.
화가 난 게가 나무를 흔들어 원숭이가 먹던 떡을 떨어뜨렸다. 게가 그것을 잽싸게 집어 땅 속의 게 구멍으로 들어가 먹고 있었다. 원숭이가 구멍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억울해 하면서 잔머리를 굴려 구멍에다 대고 방귀를 뀌었다.
구린내를 못 참고 올라온 게가 가위발로 원숭이의 궁둥이를 물어 늘어졌더니 궁둥이 껍질이 벗겨져서 게의 발에 붙어 벼렸다. 그래서 원숭이 궁둥이는 붉은 맨살이 되었고, 반대로 게 발에 그 털이 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원숭이 궁둥이가 벌겋게 된 연유’ 이야기는 잔꾀를 부려 혼자 이득을 취하려다가 혼난다는 우스게다.

원숭이는 수호신

우리나라 사람들이 놀이패의 재주부리는 원숭이만 보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던 사고에 명나라 때 소설 서유기(西遊記)의 손오공 때문에 조금 긍정적인 시각을 더하게 되었다. 지혜, 용맹, 의협심, 장수를 나타내는 좋은 상징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십이지신의 원숭이는 인도, 동남아, 남중국의 산야지대에 사는 얼굴이 붉은 미후(獼猴)의 일종이라고 한다.

원래 붉은 색은 귀신을 쫓는 벽사(辟邪)의 색채로서 그림이나 문양에 그린 얼굴이 붉은 원숭이 신상은 벽사의 기능을 한다. 십이지신상은 불교에서 약사여래를 보좌하는 시간과 방위의 수호신장으로 능묘나 석탑에는 서남서방향에 원숭이신상을 조각해 두고 있다.

원숭이해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할 수도 있고, 많은 굴곡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나 민첩하고 호기심 많은 원숭이가 모든 것을 시도해 보기 전에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도전할 일이 많은 한 해가 될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조차 이룩되는 것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을 수도 있다. 능동적인 사람에게는, 한바탕 휘몰아치는 변화에 기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다소 즐겁고 신나는 한 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금년은 국내외 환경으로 보아서 우리 민족에게 변화와 가능성의 해로 예측된다. 손오공 같은 변화무상한 재주는 부리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 원숭이 같은 결속력으로 뭉쳐서 지략과 용맹을 갖춘 도전 정신으로 매진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희망의 새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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