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일시정지’
투쟁의 붉은 조끼로 물든 도심 속 바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일시정지’
투쟁의 붉은 조끼로 물든 도심 속 바다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5.12.02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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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수산시장 이전 어떻게 하나>
합의 내용 부정하는 이전 반대, 사업 지연 시 어업인 부담만 가중

 

 

 


2009년 상우회 80.3%, 중도매인조합 73.8% 동의 얻어 입주조건 결정
판매자리 기존 면적과 동일, 관리비는 매출액 대비 1.44~4.11%에 불과


‘노량진수산시장을 시민의 품으로’

도심 속에서 바다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최근에는 서울과 인근 도시의 방문객들뿐만 아니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비롯한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노량진수산시장은 이제 글로벌 도매시장으로 뛰어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다. 설립 연한 44년 경과로 노후한 시설을 정비하고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획대로라면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전으로 바빠야 할 시장이 현대화의 문턱 앞에 멈춰서 있다. 직판 상인들이 이전을 거부하고 나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생계대책워윈회는 지난 10월 열린 ‘도심 속 바다축제’가 열리는 중에도 붉은 조끼와 투쟁의 목소리로 수십만의 방문객을 맞았다. 상인들이 방문객들의 손에 쥐어준 인쇄물은 ‘노량진수산시장을 시민의 품으로’라는 제목으로 현대화사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현대화사업으로 인해 사방으로 트여있어 여유있던 시장은 비좁은 공간에 갇히게 됐으며, 수협은 소비자를 위한 기능성와 효율성을 축소하고 호텔, 카지노 등 임대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또한 과다한 관리비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현대화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며 서명을 호소했다.

축제의 날 마저 투쟁에 나선 상인들은 수협 사옥 앞에서 집회를 하는 등 이전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시작됐어야할 현대화시장 이전은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다. 시장에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바로 상인들이다.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상인들의 비판은 실효성 있는 현대화사업을 위해 소중안 제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2009년 기존 합의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입주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객관성이 의심된다. 또한 비대위는 현대화 자리추첨에 참여한 상인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해당 상인에 대해 폭언을 비롯한 비난과 영업방해를 서슴치 않으면서 주장의 진실성도 퇴색되고 있다.

 

 

 

 

 


판매자리 면적 기존과 동일…2009년 공식 합의해

현대화시장은 당초 경매장 및 판매자리가 1,2층 복층으로 설계돼 현재 대배 약 두배의 면적을 활용할 수 있었으나 당시 비대위의 복층화 반대로 판매자리를 1층에 평면 배치하고 2009년 7월 8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화시장 주변에 증축을 요구하고 있는 비대위의 현재 주장은 당시의 복층 반대 요청을 전면 부정하는 셈이다.

판매장소가 협소하다는 불만 역시 사실과 다르다. 판매자리는 현재와 동일한 1.5평으로 설치됐다. 또한 서울시의 고가차도 계획과 시장영업을 유지하면서 현대화를 시행하는데 있어 공간의 제역으로 현재 면적대로 배치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은 시장 종사자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부지 변경에 대해서는 2009년 6월 15일 시장상인 대표자들이 참여한 현대화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됐으며 4차 회의에서 비대위원장, 폐류상우회장, 대중상우회장 등이 경매장 2,384평, 잔품소매장 1.5평을 전부 1층으로 배치하는 안을 지지해 결정됐다. 이 결정은 상우회 80.3%, 중도매인조합 73.8%의 동의를 얻어 확정된 것이다.

판매자리에서 변동사항이 있다면 기존 가로 1.9m, 세로 2.68m에서 현대화시장의 경우 가로 2.55m, 세로 1.95m로 가로로 긴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실성 없는 점포 형태와 배치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수협측에 의하면 현대화시장은 고객의 쇼핑 편의성에 초점을 뒀으며 이에 측면이 길게 배치된 판매자리를 전면에 길게 구획했다. 전면이 길면 소비자의 시선을 오래 끌 수 있고 다양한 진열이 가능해 대다수 대형 쇼핑몰에서도 판매장을 전면이 길게 배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판매대의 진열상품은 소량만 진열되고 대부분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 상자채로 판매대 하부 또는 경매장 등에 보관됨에 따라 신규 판매대는 매대와 작업대 하부에 판매 대기 어상자의 수납 공간을 확보하는 등 효율적인 공간 배치를 위해 지원할 계획이다.

시장 관리비, 매출액 대비 1.44~4.11% 수준

상인들의 이전 반대의 주요한 이유로 주장하는 과다한 관리비 인상 역시 관련내용을 포함하는 최종합의서가 상우회장단과 올해 3월 26일부터 7월 27일까지 23차례에 협의를 거쳐 체결됐다. 수협노량진수산(주)과 상우회장단 간 협의안은 고급부류, 대중부류, 패류, 냉동부류 등 각 부류별 소속 상우회의 임시총회를 통해 찬성 동의를 받아 ‘현대화시장 등급별 월 관리비 및 입주조건에 대한 최종 합의서’를 체결했다.

현대화시장 판매자리는 A, B, C의 기존 3등급으로 구분해 건립비 및 시설유지비 증가에 따른 최소한의 관리비를 인상한다는 방침으로 기존보다 약 80% 인상될 예정이며, 단순한 시설관리비가 아닌 공간사용료 성격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납세조합 세무신고자료에 따른 지난해 상인 평균매출액은 2억 718만 9,783원임으로 관리비의 매출액 대비 비중은 A등급 4.11%, B등급 2.72%, C등급 1.44%에 불과하다.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상인 1인 최고 매출액은 17억 5,916만 8,908원이며 납세조합은 카드매출과 소액의 현금매출만이 포함돼 시장에서 주를 이루는 현금거래 매출이 포함되면 실제 매출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 거부로 인한 사업 지연, 어업인 부담만 가중

이와 같이 이전을 반대하는 비대위가 내놓은 현대화사업의 지적사항은 이미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합의된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다. 수협은 사업 추진에 있어 시장유통종사자와의 협의를 2007년 현대화사업 워크숍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2009년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진행해왔다.

수협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현대화시장으로 이전을 진행하고 내년 1월 중순 시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비대위의 주장으로 사업에 제동이 걸렸고 현대화시장 개장은 기약없는 기다림이 빠졌다.

이에 수협은 상인생계대책위원회 주장에 대한 설명 안내문을 지속적으로 배부하고 사업의 추진내용이 시장종사자들과의 합의 사항임을 설득하는 한편, 내년 1월 이전을 시작해 5월 중공에 앞서 현대화시장을 먼저 오픈할 예정이다.

수협노량진수산(주)측은 “현재 상인들의 원활한 입주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할 예정이나 끝까지 입주를 거부하는 상인이 발생할 경우 불가피하게 잔여개소에 대한 일반인 입주 기회 여부도 검토될 수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건물로 이전이 지연될 시 발생하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발주자의 귀책사유로 공사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간접노무비, 유휴건설장비 임차비, 각종 수수료 등 간접비가 발생하며 사업기간 늘어남에 따라 건설사업관리 용역비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사업비 증가로 인한 국고보조가 불가능해 수협측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시공사로부터 현대화부지를 인수할 후에는 기존시장과 현대화된 시장을 중복 운영해야해 난방, 각종 설비류, 보험료 등 시설물 기본 운영비가 증가하며, 관리 운영을 위한 인건비도 발생하는 등 수협노량진수산(주)측은 두개의 시설을 동시에 운영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속에 비용부담을 떠안아야한다. 무엇보다 신·구건물을 모두 관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즉 사업 지연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 발생은 고스란히 수협이 감수해야하는 상황에서 수협의 부담은 결국 어업인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시장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함께 꾸려나가는 곳이며 이 연결고리는 생산지에서부터 소비지까지 이어진다. 새롭게 태어나는 노량진수산시장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상생의 정신이 가장 요구되는 이유이다.

<글=장은희 기자, 사진=박종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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