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⑧ 전남 신안군 박성창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⑧ 전남 신안군 박성창 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5.12.02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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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긍심이 빚어낸 위생적인 천일염

▲ 전남 신안군 박성창 씨

귀어 전 거주지역 : 전남 신안
귀어지 : 전남 신안
귀어 전 직업 : 초등학교 교사
귀어 결심동기 : 건강 악화
귀어연도 : 2007년
나이 : 62세
귀어 초기자금 : 8억원
연간 수익 : 1억 5,000만원
사업규모 : 염전 44,000㎡
                   (창고, 관리동, 부속건물, 해주 등)













수 많은 손길과 정성으로 탄생하는 천일염

천일염을 탄생하기까지는 소금보다 더 짠 땀방울을 쏟아내는 수고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수산업에도 자동화 기기들이 많이 활용되고 있으나, 숙련된 손길이 닿아야만 하는 곳도 많다.

천일염의 생산과정은 특히나 그렇다. 탁도를 관리하고 소금을 거두고 염전을 청소하는 작업 등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새벽같이 염전에 나가 해가 지고 나서야 돌아오고, 제때에 소금을 거두지 않으면 그만큼 품질이 떨어진다. 자연방식 그대로 생산되는 만큼 벌레 등의 이물질을 걸러내는 작업에도 섬세하게 신경써야한다.

전남 신안군의 박성창 씨는 소금 생산과 유통으로 귀어에 뛰어들어 8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박성창 씨는 염전작업에 대해 “염전은 땅에 맞춰 시설을 갖추기 때문에 길쭉하거나 넓적하거나 모양이 제각각으로 자동화의 한계가 있으며, 특히 염전의 모든 시설은 염분과 자외선의 영향을 받아 변형이 나타나기 쉽다”며 소금 생산은 많은 수작업을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전남 신안군의 섬에서 태어난 박 씨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32년간 교편을 잡았다. 고향을 떠나 목포와 신안 일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에게 염전이 삶의 터전과도 같은 곳이었다. 아버지가 하는 염전에 따라나와 6~7살의 어린나이에 벌써 일을 도왔던 그는 11남매가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염전 덕이었다고 말했다. 천일염하면 신안을 떠올리는 이가 많을 정도로 신안 소금은 우수한 품질로 널리 알려져 중국산 소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좋은 대접을 받아왔다.

그런 고마운 염전에서 가업을 이어가는 박성창 씨에게 귀어의 각오는 남달랐다. 급성 심근경생과 당뇨병, 고혈압으로 명예퇴직 이후 찾은 고향 땅이지만, 지친 몸을 돌보는 것보다는 제 가치를 빛내지 못하고 있는 천일염과 염전을 살려내는데 모든 정성을 쏟기로 한 것이다.

박 씨는 “음식에서 맛을 내는데 소금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그만큼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소금이고, 특히 천일염은 자연의 방식으로 직접 손으로 빚어내는 것이니 자부심을 가지고 염전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박성창 씨는“많은 양보다는 좋은 품질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신념 아래 위생적인 시설은 물론 이물질을 제거하고 적시에 소금을 거두는 등 노력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천일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과감한 투자

박성창 씨가 귀어한 시기와 맞닿아 소금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광물로 취급되던 천일염이 2008년 식품으로 인정받으면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싸고 지저분한 소금에서 칼슘·마그네슘·아연 등 무기질과 수분이 풍부한 식품으로 재조명 받은 것.

박 씨는 천일염이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위생적인 부분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성창 씨의 염전이 자리한 도초도는 인근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청정지역이나 생산과정이 친환경적이어야만 우수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에 그는 퇴직금에 농지를 처분하고 사채까지 동원해 8억원이 넘는 자본을 들여 염전을 새롭게 단장했다. 둑을 덮은 부직포를 모두 걷어내 나무판자로 깔고 바닷물을 보관하는 슬레이트를 강판으로 교체했으며 작은 못 하나까지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로 바꾸는 등 그의 시선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또한 소금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수로를 파서 바닷물이 염전을 청소하도록 함으로써 이물질을 차단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깨뜻한 소금을 생산일자별로 분리 포장하고 자연탈수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자동적재, 이송포장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생산의 효율성을 높였다.

그가 염전과 천일염을 연구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천일염이 최상의 맛과 영양을 갖추게 됐을 때, 적시에 소금을 거둬들이고 유통하는 것이었다. 소금에 함유된 미네랄의 함류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소금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2시간 간격으로 시료를 채취해 연구하고 염도 측정도 수도 없이 시행했다.

박성창 씨는 “염전의 일이 고된 일이다보니 오늘 거둬들일 소금을 내일, 모레로 미루는 경우도 있으나 최상의 맛을 내는 천일염을 위해 적시에 소금을 거두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며 “많은 양보다는 좋은 품질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의 노력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친환경 시설은 2010년 ISO22000인증을 획득했고 2012년에는 제1회 어업인의 날에 국무총리 표창까지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해양수산부로부터 수산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 염전에는 남아나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염분과 자외선으로 염전의 시설은 쉽게 부식되고 변형된다. 박성창 씨는 2007년 귀어하며 8억원을 들여 친환경적이고 위생적인 시설을 갖췄으나 곧 교체 시기를 앞두고 있고, 교체비용을 수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생적으로 생산된 천일염의 가치를 인정하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천일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앞으로는 장기전, 염전 맞춤형 정책과 기술 필요

박성창 씨는 위생적인 시설를 갖추고 맛과 품질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고품질의 천일염을 시장에 내놓는다면 그 가치를 모두가 알아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

박 씨는 “최근 한 맛 칼럼리스트가 천일염은 알려진 바와 달리 비위생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불거진 유해성 논란과 함께, 무조건 싱겁게 먹어야한다는 식약청의 권고는 천일염 업계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일부 비위생적인 염전도 있으나, 임대가 아닌 직접 운영하는 염전의 90%는 친환경 자제로 시설을 개편했다”며 “무조건 천일염을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소금을 골라서 적량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 박 씨가 중요한 과제로 꼽은 것은 기술개발, 정책자금 등의 정부 지원과 천일염 등급제 도입이다.

천일염이 식품으로 지정되면서 가치가 제고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식품으로 규제만이 강해진 것이 현 실정이다. 염전은 염분과 자외선의 영향을 받아 자재들이 쉽게 변형을 일으키는데 이에 맞는 시설이나 자재를 찾기 어렵다.

그는 “몇년 전에 연구소의 추천을 받아 새로운 자재를 약 1억원을 들여 염전에 설치했는데, 한 두해가 지나고 부드러웠던 소재가 유리조각처럼 단단하게 지고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며 “식품으로 규제만 있을 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식품규제에 맞는 자재는 찾아보기 힘들거나 지나치게 고가”라고 어려움을 표했다.

특히 올해는 값이 떨어졌던 지난해에 비해서도 소금값이 30% 가량 하락해 지역 염전이 울상이라고 전했다. 시설 비용에 인건비, 염전에서 보내는 시간과 노력에 상응하는 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곧 천일염의 품질과도 연결된다. 그는 “최초에 염전에 시설을 개선할 때 10년 정도 주기로 교체할 것을 예상했으나 벌써 교체주기가 다가왔다”며 “수만평에 이르는 염전의 시설을 다 교체하려면 수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소금값은 날로 떨어지고 있고 천일염 전체를 매도하는 보도들로 소비자들이 우리 천일염을 회피하니 최근에는 회의감까지 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일부 천일염에 문제가 있다면 소비자들이 선택해서 섭취할 수 있도록 등급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산자들은 이물질이나 입자크기 등에 보다 신경써 질 좋은 천일염을 생산하고, 제대로 생산한 천일염은 제 가치를 인정받으며 소비자들은 안심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제안했다.

박성창 씨는 옛날에는 천일염을 ‘노력염’이라고 불렀다며 노력한 만큼 질과 양에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 바로 천일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량이 줄더라도 바람이 불어 이물질이 많이 섞인 일부 소금은 거두지 않고 폐기하고 최상의 소금을 최적의 시기에 거두기를 게을지하지 않는 진정한 소금쟁이로 자긍심을 보였다.

그러나 천일염 시장을 둘러싼 외부의 분위기는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박 씨는 “우리의 좋은 천일염의 빛을 밝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5년 안에 천일염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믿고 나아갈 것이며, 정부와 소비자들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자료협조=국립수산과학원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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