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과 된장뚝배기
전복과 된장뚝배기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5.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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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전남 강진군 대구면 일대는 고려청자문화 특구로 우리나라 청자의 보고(寶庫)다.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고려청자를 만들었던 가마터가 대규모로 발견되어 1963년, 국가사적 제68호로 지정되었다. 국내 유일의 청자박물관이 있고, 복원해 놓은 가마터와 고려청자를 재현하는 작업장, 청자공동판매장 등 볼거리가 많아 사람들의 발걸음 잦다.
 
청자 도유지 특구의 유일한 식당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는 음식점도 많은 법인데, 고려청자 문화특구에는 이렇다 할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청자 공동판매장 2층에 자리 잡은 ‘온유네식당’이 유일하다. 낙지요리가 전문인 듯싶은데, 색다른 메뉴가 눈에 띈다. ‘전복된장뚝배기’다.

전복이라면 값 비싼 고급 수산물, 귀한 수산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반면에 된장은 우리 전통 토속음식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서민냄새가 물씬 풍기는 음식으로 여긴다. 그 전복과 된장이 만났다. ‘전복된장뚝배기’는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묘한 어울림으로 새로운 맛을 내는 음식이다.

전복된장뚝배기를 맛깔스레 조리하는 온유네식당 최희선(32)씨만나 그 비결을 물어봤다.  최씨는 된장뚝배기의 깊은 맛은 육수에서 나온다고 한다. 먼저, 다시마, 무, 가무락, 멸치, 대파, 고추씨 등을 한데 넣어 육수를 만든다. 이때 들어가는 고추씨는 얼큰한 맛을 내면서 음식 맛이 느끼하지 않게 해주는 데, 마지막에 넣어 끓이는 것이 요령이라 귀띔한다. 또 너무 오래 끓이면 매운 맛이 강해진다는 것도.

이렇게 만든 육수를 뚝배기에 넣고 조선된장과 왜된장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푼다. 두가지 된장을 섞는 것은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여기에 두부, 호박, 청양고추, 붉은고추, 팽이버섯, 파, 양파 등을 넣어 끓인다. 한소끔 끓은 다음, 깨끗이 씻은 전복을 껍데기째 넣어 더 끓인다. 전복은 반드시 살아있는 활전복을 사용한다. 냉동 전복은 끓으면서 크기가 거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고 맛이 덜하기 때문이다.

활 전복이 들어가야 제 맛

인근 마량항 연안 양식장에서 전복을 들여온다는 온유식당 바깥주인 정준석(38)씨는 최근 들어 전복생산량이 많아져 전복의 소비량도 늘어나야 할 것이라 한다. 전복된장뚝배기를 메뉴에 올려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씨의 얘기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국은 언제나 그리운 고향을 느끼게 해준다. 된장이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으로 오랜 옛날부터 우리 식탁의 근본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된장에는 단(丹), 항(恒), 불(佛), 선(善), 화(和)라는 오덕(五德)이 있다. 첫째는 단심(丹心)으로 어떤 음식과 섞어도 제 맛을 유지 한다는 뜻이고, 둘째는 항심(恒心)은 아무리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고 제 맛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셋째는 불심(佛心)으로 기름진 냄새와 우리 몸에 좋지 않은 기름기를 없앤다는 뜻이고, 넷째는 선심(善心)은 매운 맛을 부드럽게 해주고, 다섯째는 화심(和心)으로 된장은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잘 이룬다는 뜻이다.

이렇게 된장은 고유의 맛과 영양으로 우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온 우수한 식품이다. 최근 된장이 더욱 환영을 받는 것은 맛과 영양 뿐 아니라, 항암효과, 혈전분해효과와 항체효과 등이 속속 입증되어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으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 진사황이 불로장생에 좋다하여 널리 구한 품목 중에 전복이 있었다 한다. 그 만큼 전복은 조개류 중에서도 영양가가 높고 귀한 식품이다. 병후회복이나 허약한 사람에게 전복죽을 먹이면 기운을 낸다. 전복에는 풍부한 단백질과 그것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다양하고 인, 철, 요오드 등 미네랄과 비타민 등 영양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복 껍데기를 한방에서는 석결명(石決明)이라 하여 결막염과 백내장 치료에 이용한다. 예로부터 전복은 ‘몸을 가볍게 하고 눈을 밝게 해준다’고 전해오는 것도 다 그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된장과 전복의 만남

전복과 된장의 만남은 된장 오덕(五德) 중 단심(丹心)과 화심(和心)이다.
된장 고유의 맛은 그대로 내면서 전복의 감칠맛 또한 그대로 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담 없이 먹는 된장뚝배기에 전복을 넣음으로서 귀하게만 여겨온 전복이 우리와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귀하고 비싸다고만 생각해온 전복이 양식기술의 발달로 대량 생산되고 있다. 특히 전남 지역의 전복 생산량은 전국의 90퍼센트를 넘어서고 있다. 전복과 된장의 만남은 우리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우리 입맛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국에서 판매되는 된장뚝배기에 전복이 들어간다면 전복소비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국민 건강과 어업인의 소득증대를 위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 온유네식당 : (061-432-8777) 전남 강진 대구면 사당리 323-27(청자공동판매장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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