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빙하기가 오고 있다
경제 빙하기가 오고 있다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5.12.01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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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빙하기가 오고 있습니다. 온난화 시대에 웬 빙하기? 경기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조선소는 TV 종영시 애국가에 나오는 대표적인 영상입니다. 그 조선업종이 올해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손실만 7조원에 이를 거라고 합니다. 일감 수주도 형편없이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조선소가 모두 통폐합중입니다.

중소형 조선사는 중소형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합니다. 중국산 선박의 경우 가격 면에서 국내산보다 약 10~20% 저렴합니다. 현재 국내 중소형 조선사는 이미 초토화되었습니다.

철강업종도 급증하는 중국산 철강재 때문에 난리가 아닙니다. 시장에선 중국산 철강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었다고 아우성입니다.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남아도는 철강제품이 저가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국내 생산 공장은 재고는 쌓이고 가동률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은 2011년 최대 호황을 누렸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동안 중국과 중동지역의 설비증설이 중단되면서 공급이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특히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지속적으로 내리막입니다.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출의 45%정도가 중국으로 수출됩니다. 그런데 중국정부는 현재 70%인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자급률을 향후 5년이내에 10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라고 합니다. 필요한 것들을 국외에서 사오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쓰겠다는 것입니다.

전자산업도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중국 전자대기업인 화웨이, 사오미의 약진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국내 자동차부품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2, 3차 부품 납품업체들이 중국기업에 회사를 매각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토종 자동차기업들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기술력이 앞선 한국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지금 매물가치가 있을 때 기업을 매각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 구조조정이 아니라 국제적 사업재편이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악성재고가 쌓이고 있습니다. 누적된 재고가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가로막아 ‘생산절벽’이 온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재고가 쌓이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세계경제의 수요둔화 때문입니다.

세계경제가 살아난다는 전망이 예측을 벗어났습니다. 우리 제조업 제품의 70%는 수출로 나가는데 세계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다 보니 재고가 쌓이고 말았습니다.

국내 소비도 그 패턴이 변했습니다.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소비성향을 줄이는 현상이 추세로 자리잡았습니다. 기업들이 이러한 소비패턴 변화를 간과하고 제품을 생산했다가 막대한 재고를 떠안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이러한 추세는 변할 기미가 별로 없습니다. 당연히 설비 가동률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설비와 장비 가동률이 70%미만입니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방향은 잘 잡은 것 같습니다. 대상기업을 3개 군으로 나눈다고 합니다. 기간산업은 정부 주도로, 대기업은 은행공동펀드를 이용합니다.

중소기업은 거래은행의 자율로 추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선 기업신용평가를 엄격히 실시한다고 합니다. 대기업 구조조정기관으로 선정된 유암코는 대상기업 10곳을 내년까지 선정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계기업인 ‘좀비’중소기업 1934개에 대하여는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합니다. 조선, 건설 등의 업종에 대해서는 수주단계서부터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수익성을 검토합니다.

이를 위하여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확대한다고 합니다.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서 기업구조조정에 사용할 거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지난 IMF사태 때 성공적인 구조조정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구조조정 성공의 밑바탕엔 중국을 위시로 한 신흥국의 고속성장이 있었습니다. 2007년 14%로 정점을 찍은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6%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사됩니다. 또 당시에는 구조적 문제보다 일시적인 유동성이 문제였던 기업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지금의 기업 부실문제는 일시적인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들이 경쟁력 상실을 그 원인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종전의 구조조정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구조조정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사후 책임문제가 있어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정부마저 ‘시장 친화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합니다. 무리하게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렇게 곱게 될까요. 시장의 제약과 대주주의 비협조를 어떻게 제어해 나갈까요. 더구나 내년에는 총선이 있고 내후년에는 대선이 있습니다.

법제도는 또 어떤가요. 현행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한시법으로 그 수명이 올 연말로 끝나는데, 후속법은 그 방향이 아리송한 상태입니다. 구조조정, 과감하게 해야 성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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