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녹화 긴 여정의 시작, 바다식목일에 민간 참여해야
바다녹화 긴 여정의 시작, 바다식목일에 민간 참여해야
  • 강영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15.12.01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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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해방이후 많은 피난민들이 취사와 난방을 해결하기 위해 또는 나무를 해서 팔기 위해 산림을 벌채했고 국가에서도 부족한 군 물자공급원으로 또는 후생사업으로 산림 벌채를 남발했다. 이에 우리나라의 산은 황폐화돼 ‘민둥산’이라 불리는 굴욕을 맛보아야 했다.

민둥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1949년 4월 5일 대통령령으로 식목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으며 이후 1961년 산림법 제정으로 도벌 및 남벌 금지와 녹화사업에 힘쓴 결과 현재 우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푸른 숲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기까지 ‘식목일’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식목 행사는 미국 네브래스카주(州)에서 이뤄졌는데, 산림이 헐벗은 것을 본 개척민이 산림녹화운동을 전개하자 이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고 1872년 4월 10일, J.S.모턴이 주창해 제1회 식목행사를 실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네브래스카주에서는 모턴의 생일인 3월 22일을 나무의 날(Arbor Day)이라 해 이 날을 주의 축제일로 정했는데, 이 나무 심기 행사가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게 됐고 우리나라에도 민둥산을 울창하게 만드는 ‘식목일’로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 최초로 제정된 세계 각국에 바다녹화의 푸른 바람을 일으킬 국가기념일이 있다. 바로 ‘바다식목일’이다. 바다식목일은 매년 5월 10일로, 바다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범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바다에 숲을 조성하자는 뜻에서 2012년 제정됐다.

현재 지구는 어구의 발달 등으로 어획강도가 증가하면서 수산자원이 줄어들고 해양오염 및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변화가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진행으로 인해 우리 연안의 수산자원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는 실정이며 특히 바다사막화 현상이라 불리는 갯녹음 지역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전국의 바다 속이 황폐화되고 있다.

갯녹음 현상이란 바다에서 석회질 조류와 석회가루가 석출되는 백화현상으로 인해 해조류들이 없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갯녹음이 발생하면 해조류를 먹고 사는 조개류들이 없어지고 해조류와 조개류가 없어지면 결과적으로 해조류 숲에 산란을 하고 서식처로 삼아 해조류를 뜯어먹거나 조개류 같은 먹잇감을 잡아먹고 사는 물고기들까지 같이 없어져서 바다 속이 황폐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그래서 갯녹음을 바다의 사막화라고 한다.

갯녹음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해 발생하는 것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도 상승 등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의 갯녹음 발생은 1992년 제주해역에서 최초 보고된 이후, 경북 연안으로 확장됐고 최근 남·서해까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듯 심각한 상황에 처한 해양생태계이건만 국민들은 그 심각성을 알지 못한다. ‘수산’이라는 자원의 특성상, 수산자원은 이해당사자가 많고 넓은 지역에 이동·분포하기 때문에 관리의 어려움은 배가 되지만, 수중에 존재하기 때문에 관찰이 쉽지 않아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리 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세계 최초의 식목 행사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식목행사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힘의 원동력은 숲을 사랑하고 나무심기에 관심 가진 국민이었다. 최초의 식목행사를 전개한 J.S.모턴, 식목일 개념을 일본, 호주, 캐나다, 유럽 등 전 세계로 전파한 버시 노스롭 등, 이들의 관심과 열정이 전 세계를 푸름으로 물들였다.

미국 내에서 민간을 중심으로 시작돼 진행된 식목행사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 곳곳에 울창한 숲을 만들었듯이,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바다식목일을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산림녹화에 준하는 대규모 바다녹화운동으로 승화시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거룩한 여정의 첫 시작은 개개인이 바다숲에 관심과 열정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처럼 정부 주도의 바다식목일 행사추진에는 국민 주도와 국민 참여라는 필수 요소들이 빠져있다.민간이 관심 갖지 않고 주도하지 않는 여정이 순탄할 리 없다. 식목일의 역사가 400년, 바다식목일은 3년이다.

우리는 앞으로 수 백 년에 걸쳐 가야할 길고 긴 여정의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세계 최초 바다식목일, 국민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바다식목일로 전 세계 바다녹화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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