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人才, B급 人才
A급 人才, B급 人才
  • 이준후/시인, 산업은행 제주지점장
  • 승인 2010.05.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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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현재로 청년실업율이 10년 만에 10%를 넘었다. 또 매년 약 50만 명에 달하는 대학졸업생의 절반가량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때 ‘1명의 인재가 1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소위 A급 인재라는 스타플레이어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모든 기업이 A급 인재를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헌데 정말 A급 인재들만이 기업을 먹여 살린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하버드 경영대학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90%에 달하는 CEO가 그들이 직원을 위해 할애하는 시간 중 대부분을 A급 인재 혹은 우수인재라 불리는 직원에게 투자한다고 한다. 이러한 투자는 ‘A급 인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라는 경영자들 믿음을 전제로 할 때 당연해 보인다. ?

하지만 A급 인재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기업에서 ‘조연’으로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직원들을 심각한 수준으로 저평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와 생존여부는 A급 인재가 아니라 오히려 B급 인재들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조직내 인재는 대체로 우수인재라고 평가하는 A급 인재(약 10~15%), 성과나 태도가 최악인 직원들로 평가되는 C급 인재(약 10~20%), 그리고 그 중간의 60~80% 정도를 차지하는 B급 인재로 나눈다. B급 인재들은 말 그대로 매우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하지만 중간 정도의 성과를 내면서 회사를 지탱하고 있는 직원들이다.

B급인재는 어떤 사람들일까.

지난 1월말 국내 최고의 직장인 삼성전자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던 고위임원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2006년 삼성의 기술을 대표하는 S급 핵심 기술 인력인 삼성펠로우에 선정될 정도로 A급 인재였다. 그런데 올해 초 인사에서 연구-개발 부문을 떠나 시스템LSI 기흥공장 공장장으로 전보인사 조치된 후 자살하였다. 보통사람의 입장에서 자살한 이유가 이해 안 되는 자살, 이것이 A급 인재의 특성이다. 그러면 B급 인재의 특성은 무엇일까.

B급 인재의 특징은 ‘promotion 보다는 networking', 즉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일만큼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최대한 그러한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B급 인재들도 승진을 바라고 승진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B급 인재라고 해서 결코 A급 인재들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아니다. 단지 승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 A급 인재와의 차이나는 점이다.

B급 인재의 두 번째 특징은 소위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상사와의 관계에서 지나치다 할 정도로 ‘정직’하다. 이 그룹의 대부분은 각 부서나 소속 분야의 전문가인 경우가 많고 승진과 같은 본인의 커리어관리 보다는 자신이 맡고 있는 일 자체에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기업에 충실한 것을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로 생각한다. 따라서 A급 인재나 상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기업에 불이익하거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솔직하게 그 점을 지적하므로,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인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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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중요한 특징이 있다. 보통 A급 관리자들은 성과를 중시 여기고 그 이상으로 자신이 주목 받고 승진하는 데만 집중한다. 따라서 부하직원들이 회사에서 어떤 것에 힘들어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즉 갈등관리에 관심이 적다. 반면에 B급 관리자들은 프로젝트의 결과를 아주 뛰어나게 만드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기업의 가치와 프로세스에 정통한 경우가 많고 아래 사람들의 갈등관리 및 의사소통에 강하다. 그래서 A급 관리자 밑에서 일하던 우수 인재는 자신이 힘들어 하는 일에 회사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여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B급 중간관리자의 경우 뛰어난 인재와 B급 인재 모두가 조직의 가치를 잘 내재화하고 더욱 충실하게 일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이렇게 말했다. “5%의 우수 인재가 95%의 직원들을 선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95%를 차지하는 B급 인재 없이는 5%의 우수 인재는 물론, 기업 그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A급 인재 못지않게 B급 인재 또한 중요하고 필요하다. 왜냐하면 A급 인재가 기업의 성장에 공헌한다면 B급 인재는 회사를 계속기업으로 유지하는데 공헌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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