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의 정체성 확립
수협의 정체성 확립
  • 이종구 수협중앙회장
  • 승인 2008.12.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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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수협중앙회장
전국이 광우병 논란과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에 홍역을 앓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먹을거리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지금, 국민들은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식품을 원하고 있다.

 

 보릿고개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우리 국민은 단순히 활동 에너지를 얻기 위해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건강하고 질 높은 삶을 위해 먹을거리를 선택하고 있다.

 대통령은 논란이 일어난 원인으로 정부와 국민사이에 소통의  부재를 지적하고 활발한 의견교환과 정보 전달을 약속했다.

 신뢰는 한 사회가 그리고 한 국가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마찰과 갈등을 최소화하며 좀 더 성숙한 단계로 발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윤활유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신뢰는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뚜렷한 목표를  제시할 때만 형성될 수 있다.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 간에 대화와 배려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만큼 서로 간 불신의 벽은  높아지고 결국 서로 등을 돌린 채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정체성의 확립이다.

 한 개인이 자율적인 삶을 통해 끊임없이 자아를 실현하고 신뢰받는 구성원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확고한 정체성이 서있지 않다면 내부적 갈등과 외부적 마찰에 흔들리기 쉽고 결국 부초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정체성은 비단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 사회, 국가를 넘어 모든 집단은 그 고유의 정체성을 명확히 확립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의 신뢰 속에서 자율적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체성을 상실한 집단과 국가는 그 존립 자체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며 그로 인해 그에 속한 구성원의 삶에도 치명적인 붕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수협도 정체성 확립이라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현행 수협법이 자율성과 민주성을 보장받아야 할 협동조합의 조직법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협동조합 본연의 목적인 어업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과 육성에 많은 제약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수협 신용사업부문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수협 각 부문을 별도 법인에 준하는 강력한 독립사업부제로 기형 변화시켰다. 이후 수협은 어업인의 자조조직인 협동조합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게 되었으며  정체성이 많이 훼손돼 그 여파가 고스란히 우리 어업인에게 전가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수협의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이 제대로 보장이 되지 않으면 이는 수산업과 어업인을 무기와 방탄복 없이 전쟁터에 내보내는 꼴이 되며 결국 우리나라 식량산업에 엄청난 위협을 가하게 될 것이다.
우리 어업인의 위기가 곧 국민의 안전한 식량 확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수협은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보다 신뢰받는 어업인의 자주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수협법 개정 TF팀을 구성하고 외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다양한 논의와 회의를 거쳐 자체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마련한 자체 개정안은 지도사업과 경제사업부문을 통합하는 것을 비롯해 어업인이 주축이 되어 협동조합 원칙에 맞는 수협 운영을 해 나가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더불어 오는 2011년 전면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비해 상환의무가 있는 현재의 공적자금을 정부가 출연 출자할 수 있도록 해 현재 수협의 정체성 확립에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는 공적자금을 조기상환하여 정상적이고 내실 있는 경영의 초석을 다져 어업인 봉사에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부에서 다른 협동조합의 경우와 자본주의의 논리를 앞세우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타 협동조합과의 구조적, 산업적 차별성과 협동조합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협동조합이 배타적인 성격의 개인 소유권을 가진 자영업자의 조직이라면 우리 수협은 배타적 성격이 전혀 없는 공유재로의 참여권을 가진 집합 조직이다. 다른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소유권에 대한 효율과 경영의 논리가 적용될지언정 우리 수협은 이해와 자율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공동체의 논리가 적용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수협은 조합원의 갈등과 마찰을 조율하고 자율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도록 모든 조합원의 신뢰를 받는 전국 어업인의 대표가 본연의 임무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제5항에서는 ‘국가는 농어업인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 그 자율적인 활동과 발전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수협법 제 9조 2항에서도‘국가와 공공단체는 조합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엇이 진정 우리 어업인을 위한 길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약 력
·경남대학교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2007년 5월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
·1995년 7월 ~ 1996년 10월 경상남도 도의원
·1987년 4월 ~ 2007년 1월 진해시수협 조합장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
·2007년 1월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개발위원회 위원
·2007년 1월  22대 수협중앙회장
·2007년 1월~12월   2012여수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위원

 

  

200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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