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오늘 ① 현대해양 1980년 12월호 수록본
과거의 오늘 ① 현대해양 1980년 12월호 수록본
  • 현대해양
  • 승인 2015.11.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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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기술은 진보하고 이에 따라 시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가 일상이 된 지금, 속도를 늦추고 돌아본다면 기술의 진보만큼 우리 사회가 발전했느냐는 물음에는 확언을 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 역사의 흐름을 <현대해양>은 46년 동안 기록해 왔다. 그 페이지를 살펴보면 과거보다 나아진 현재의 모습에 뿌듯함이 느껴지는 대목도 있고, 수십년간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아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부분도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를 예측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에 본 코너를 통해 과거에 게재된 칼럼, 기사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오늘의 기류>

 

해양오염 방지수단은 범선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영일만 벙커C유 오염현장을 둘러보고-

김성욱 본지 발행인 (1980년 당시 편집장)

유출유로 연안어장 폐허화

마음놓고 들이킬 수 있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간다. 아니, 사라져 간다기 보다는 오염된 공기와 물이 사신의 입김인양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자동차의 매연, 공장에서 쏟아놓는 각종 폐기물, 생활 하수…. 이런 것들로 기름진 땅이 썩고, 아름다운 냇물이 썩고, 강물이 썩고, 바다가 썩고, 그 속에 서식하는 생물이 썩고, 마침내는 그곳을 원천으로 살아가는 인간마저도 시름시름 썩어들어 가는 것이다.

시골길에도, 산속에도, 강속에도, 그리고 아름다운 바닷속에도 인간이 토해놓은 온갖 쓰레기들이 뒹군다. 농약과 살충제에 익충이 죽고, 채소와 곡식과 물고기 조차도 오염되어 인간의 ‘먹는 즐거움’ 마저 앗아가고 있다.

농약을 쓰지 않고 경작한 쌀과 야채를 먹기 위해 돈 많은 어느 도회인들은 시골에다 계약경작을 시킨다는 얘기도 신문지상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이들에 대한 어떤 저항감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위기를 자초한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한탄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부터라도 경제개발계획과 맞먹는 정책적 차원에서 공해대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는 오염물질은 그 대부분이 육지에서 형성되어 해양으로 흘러들어갔으나, 세계 각국의 교역량이 점차 증대되고, 이에따라 해양운송 수단도 대형화되면서 선박충돌이나 침몰, 선상폐기물의 투기 등으로 해양오염의 정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연안에서의 기름 유출사고는 그 피해 발생이 즉각적일 뿐만 아니라 연안영세어민들의 생활터전을 송두리째 폐허화 시켜버린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한층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오염대책 강화시급

각종 선박에서 흘려 보내는 기관폐유나 탱크세정수, 그리고 밸러스트(ballast)수 등의 해상투기로 해양오염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인위적 오염행위는 적극적인 교육과 지도계몽으로 방지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나, 대형유조선의 충돌사고에서 빚어지는 대량의 기름유출사고는 대개의 경우 악천후에 발생하게 되므로 그 처리에 대단한 애로를 겪게 되는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해양오염방지 기자재로는 ‘오일팬스’와 유흡착제, 그리고 유처리제와 배 밑바닥에서 기름을 거둬들이는 ‘스키머’선 등이 전부이고, 하나하나를 검토해 보면 크고 작은 결함을 모두 다 지니고 있어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오일팬스’만 하더라도 유층이 두껍거나 파도가 심할 때는 제 구실을 다 할 수가 없고, 사고발생 이후 기름이 넓게 확산된 경우에는 그 사용이 불가능하며, 종래의 가마니 대신으로 사용하는 유흡착제도 사용후의 처리과정에서 2차요염의 위험성이 따를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기름을 제거하는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유처리제는 기름을 제거한다기 보다는 물 위에 뜨거나 응고시켜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하는데 이 경우도 역시 바다생물에게 2차독성을 줄 위험성이 따르는 것이다.

바야흐로 해양개발의 시대가 도래하고 해상운송수단은 속도화의 길로 치닿고 있는 마당에 이처럼 해양오염 방지수단은 ‘범선시대’에 머무르고 있으니 정말 큰 일이다.

몇달 전 삼천포 앞바다에서 있었던 선박충돌 사고로 벙커C유 450드럼이 유출되어 광진만, 사천만과 통영 앞바다까지 번져서 이 일대의 각종 양식장과 해수욕장을 오염시키고 말았는데 어민들 말에 따르면 피해액이 21억 5,000만원이나 됐다고 한다.

이때에도 오염대책 본부에서는 기름제거를 위해 가마니를 사용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어민들은 바닷가에 엉겨붙은 기름을 걸레로 닦아내는 원시적인 방법밖에는 별다른 대책을 세워볼 도리가 없었다.

이밖에도 부산에서만 3년새 10여차례의 크고 작은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그때마다 각종 메스컴들의 목청만 요란했지 장·단기 해양 오염 대책의 수립이라는 산울림은 들어 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환경청이 신설되어 공해추방을 위한 종합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과감한 예산 투입과 감시감독기능의 강화가 시급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염피해, 국가에서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

지난달 6일 포항의 신항입구 2km 해상에서 동양상선(주) 소속의 제53호 동양호(999톤 급 유조선)와 선일상선(주) 소속의 한일호(349톤급 화물선)가 충돌하여 1,200여 드럼의 벙커C유사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강풍과 3~4m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 미쳐 손쓸 여유를 갖지도 못한채 온 바다가 기름으로 뒤덮히고 말았던 것이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바다를 덮은 기름 위에 돌멩이가 얹힐 정도로 기름이 엉겨붙어 1,300여 미터의 오일팬스는 아무 쓸모 없는 물건으로 되어 버렸고 흡착제나 처리제도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이리하여 영일군 동해면 마산동, 부산1, 2동과 대동배1, 2동은 온통 기름범벅이 되고 말았고 코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온 해변이 오염되어 연안어민들은 깊은 시름에 빠지고 말았다.

바가지와 물통, 물걸레로 해변을 닦아내고 있는 어민들에게 남는 것은 ‘체념’뿐,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제1종 공동어장의 겨울철 수확을 바라보고 있던 어민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재앙이었으며 오징어 성어기를 맞은 연안 영세어민들은 생활터전 자체를 잃고서 당장 먹고 살 일들을 걱정해야만 되는 딱한 처지에 빠지고 만 것이다.


몇천만원, 몇십억원의 피해액 계산이 이들에게 중요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돌김을 뜯고, 돌미역을 채취하고 홍합을 따고, 그리고 유자망에서 고기를 잡아들이는 일 그자체가 우리 도회인들이 직장에서 근무하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니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을 어떻게 보상해 주어야 옳다는 말인가.

불의의 재난을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지, 쥐꼬리만한 보상금이라도 감지덕지해야 옳은 일인지, 생각할 수록 가슴이 답답하다. 연안 영세어민들에게 이와같은 재난이 닥쳤을 경우 국가가 일차적으로 피해어민에 대한 완전보상의 책임을 지고 그에 따른 구상권을 국가가 갖도록 하는 등의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어촌복지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에 덧붙여 우수한 오염제거장비의 대량확보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선속이 빠르고 현대식 유흡착장치를 갖춘 ‘오일스키머’선 몇척이라도 주요 항구마다 마련되어 있어야 겠고 한걸음 더 나아가 유조선 전용부두를 지정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해양오염대책은 곧 수산식량 증산대책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해외단신>

10년후 일본의 수산물, 수급에 큰 격차 예상

일본의 농정심의회가 작성한 농산물의 수요와 생산에 관한 장기전망이 최근 일본개의를 통해 통과했는데 여기에는 90년도 수산물의 수급전망도 기재되어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90년도의 어패류 총수요량은 1,396만톤이고 생산량은 1,110만톤으로, 앞으로 10년후에는 일본국내의 수산물 수급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어패류의 총수요량은 지난 78년도의 1,190만톤에서 17.3% 늘어난 1,396만톤이 되며, 이에 대해 총생산량은 1,034만톤에서 7.3% 늘어난 1,110만톤밖에 안될 것으로 지적했다.

이 답신서에는 1인당 총 순식료도 35.5kg보다 4.5kg 늘어난 40kg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어패류가 일본국민의 중요한 동물성단백질로서 애호를 받을 것으로 나타나있다.
해조류에 대해서도 총수요량이 78년도의 17만톤에서 41% 늘어난 24만톤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인당 순식료도 1.2kg에서 1.6kg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국내생산량은 13만톤에서 19만톤으로 46%가 늘어나 증가율로서는 생산이 수요를 앞지르고 있지만 절대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도 농정심의회는 80년대 농정의 기본 방향을 전망하면서 앞으로 식생활면에 있어서도 일본형 식생활의 정착을 중요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종래 일본의 식생활은 구미에 비해 열량수준이 낮고 전분질의 비율이 높은 점이 영양학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구미형 식생활을 모델로 삼아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구미형 식생활의 영양편재가 문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하며 동물·식물성 단백질의 섭취량을 반반으로 하고 있으며, 또한 동물성단백질 중에서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서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일본형 식생활의 독자패턴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전통적 식생활인 쌀과 생선을 주최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재인식시키고, 수산물이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희박해져 가는 현상을 비판하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수협소식>

전국 80만 어민대표, 일본의 주권침해 규탄

전국어민대표 1,200여명은 12월 2일 상오10시,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강당에서 ‘자주성수호 전국어민궐기대회’를 열고, 최근 스즈끼 일본수상의 발언과 일본언론의 편향보도, 노조 등의 불온행동을 80만 어민의 이름으로 규탄했다.

각 도에서 긴급 상경한 각 도별 어민대표들은 ‘일본은 주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등의 어깨띠와 머리띠를 두르고 김대중 재판과 관련한 스즈끼 수상의 망언과 일부 언론보도가 노골적인 내정간섭이라고 지탄, 우리의 자주성을 저해하는 어떠한 압력과 제동도 단호히 분쇄할 것을 다짐했다.

어민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일본은 아직도 식민주의적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일본의 망언과 편향보도를 비난했다.

특히 이들은 ‘일본은 인권을 운운하기에 앞서 우선 60만 재일동포의 차별대우를 철폐하고, 더이상 위선과 간교한 책동을 자행하지 말도록’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어민대표들은 스즈끼 젠꼬 일본수상의 정중한 사과와 편파보도하는 일부 일본언론의 자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이밖에도 대정부 건의문과 일본수상, 일본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채택했다.

<결의문>
일본의 주권침해적 경거망동을 규탄한다.

새 시대에 총화로 뭉친 80만 어민은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스스로가 새 역사의 주인임을 다시한번 다짐하고, 최근 야기된 일본정부와 일본언론의 주권침해적 경거망동을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스즈끼 젠꼬 일본수상은 자신의 망언에 대해 3,800만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라.
1, 남북분단의 이 아픔도 일본의 책임이거늘 이제 또다시 분단의 아픔을 이용하려는 일본의 교활한 언동을 규탄한다.
1, 불순세력의 허수아비가 되어 한일 양국의 유대를 저해하려는 일본의 일부 언론을 정책적으로 자중시키도록 일본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1, 3,800만 단합된 우리의 의지앞에 어떠한 외세의 압력도 비굴한 타협도 용납할 수 없음을 다짐한다.
1, 한민족의 자부심을 손상시키는 어떠한 언동도 좌시하지 않을 것을 굳게 맹세하면서 우리들 스스로가 새시대의 주역임을 만천하에 선언한다.

1980년 12월 2일
전국어민대표 일동

 

<1980년 12월호 수록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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