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수산업 변화의 첫걸음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수산업 변화의 첫걸음
  •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사장
  • 승인 2015.11.03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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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사장

최근 우리 사회에 인문학 관련서적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것 뿐이야”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거 환경, 능력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가 부족하다는 말이며 바로 우리 수산업의 현재 모습을 적절히 설명하는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수산업은 식품 안전성, 위생적인 처리, 고차가공 등에 대한 소비자 요구에 따라 변화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 실행하는데 있어 용기가 부족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되돌아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듣는 것과 같이 많은 것을 이뤄냈다. ’70〜’80년대 국토종합개발과 함께 중공업이 부흥하던 시절, 우리 수산업도 중흥기를 맞이했고 특히 주요 외화획득 산업으로써 또 국가 기간산업으로 국가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수산업은 그 시절을 뒤로하고 왜 쇠퇴하게 됐을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우리 수산인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농사는 일 년을 보고 나아가지만 수산업은 오늘 하루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치열하기 때문에 내일을 그리고 일 년,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할 시간이 부족했고, 또 그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변화에 필요한 시간, 적응기간이 막막했으며, 그 변화가 실패했을시 다가오는 리스크는 생계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산업은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변화에 대한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식품위생 및 고차가공에 대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고자 유통구조 혁신 및 FPC 건립하고 있고, 줄어드는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 치어방류사업, 바다목장화 사업 등 적극적인 도전을 바탕으로 이제 더 이상 정체되면 안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공감하며 실행에 옮기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산지 어시장, 고등어 유통의 약 90%, 연근해 어업생산의 상징과 같은 부산공동어시장이 드디어 실시설계 공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오르기 직전에 있다.


현재 어시장과 관련된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설계공모지침을 작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공모가 진행되고 나면 실시설계가 착수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수산업의 발전을 이루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광기능을 포함한 부산 그리고 우리나라 수산업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어시장을 원하고 있다. 38년 이상 어시장에서 직원으로 그리고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실무자로써 관광기능 그리고 랜드마크와 같은 상징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또 그렇게 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실무를 책임지는 사장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시장이다.

어시장은 위판과정을 거쳐 수산물 유통의 시작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즉 위탁판매사업이 가장 핵심이며, 어시장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능들도 구상 중에 있지만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나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예타보고서 분석결과 관광기능에 대한 예산편성이 조금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 부분은 소프트웨어로 충분히 극대화 할 수 있는 부분이며 그 예로 일본의 츠키지 참치경매 견학, 삿포로 중앙도매시장의 관광객 동선분리 등 별도의 시설 없이도 충분히 관광이라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물론 시장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시드니 피쉬마켓의 경우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문제로 시장 운영이 조금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바로 갈매기로 인한 위생문제 때문인데 그로 인해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시장 기능은 주춤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 새롭게 개장할 어시장도 위판기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설계단계에서부터 고려돼야 할 것이다.

현재 위판시스템 개발을 위해 필요한 고려되는 사항은 위생적인 수산물 처리를 기준으로 밀폐형 위판장, 자동화 및 저온유통시설 수준, 물류 이동동선, 전자경매 도입 시기 및 범위 등이며, 이에 대한 생산자(수협 등), 중도매인, 항운노조 그리고 어시장 등 관련단체 의견을 수렴 중에 있고 요구사항에 대한 의견조율 과정을 거친 후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하여 새로운 위판시스템에 대한 원칙을 확립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위판시스템은 우리나라 산지 위판장을 포함한 수산물 유통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고, 나아가 산지유통의 교과서와 같은 모범사례로 미래 수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끝으로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은 부산에만 국한된 지방 산지시장 현대화 사업이라는 단순한 의미보다는 우리나라 수산업의 재도약과 함께 수산업이 미래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국가단위 사업개념으로 접근하고 이에 따라 관련당사자를 포함해 우리 수산인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 부산공동어시장이 세계적인 명품 어시장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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