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監場 풍경 - 그래도 희망은 있다
國監場 풍경 - 그래도 희망은 있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5.10.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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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본지 발행인
준비 안 된 국감, 民草의 힘으로 바로 잡아야

피감기관인 해수부 장관이 간간이 웃음을 터뜨린다. 긴장감이 없어 보인다. 호통 국회를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어째 국감장 분위기가 아주 묘하다. 이인제 의원을 비롯한 중량감 있는 중진의원들이 농해수위에 참석한 탓인지는 몰라도 국감장 분위기는 여느해와는 다르게 차분하면서도 정책질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한편으로는 싱겁다는 생각마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대안 없이 호통만 치고 다그치는 권위주의적 국감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나 타기관의 국정감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당의원의 날카로운 추궁과 정책 대안마저 사라져 버린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피감기관의 수장이 현 정권 실세의 3선 의원이라는 동료의식 때문이었을까? 여당의원은 물론 야당의원의 질의는 대부분 사실관계 확인, 혹은 당부 정도로만 그쳤다. 파장 국회 분위기가 역력했다.

농촌에 지역구를 둔 모 의원은 수협중앙회 국감장에서 수협중앙회장에게 “FTA 무역 이득공유제 도입 촉구 서명에 수산인들이 참여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까지했다. 이날 더 황당했던 것은 6명의 의원이 수협중앙회장에게 회장 맡은 지 얼마나 됐냐는 질문을 반복했다. 같은 대답을 6번이나 해야 했던 회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엉뚱한 곳에서 헛발질하는 의원도 있었다. 피감기관의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같은 질문을 반복해 하는가 하면, 엉뚱한 질문으로 기관장들을 황당하게 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야당의 모 의원은 해양수산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저인망 어업의 종류가 몇 가지가 있는지 아느냐”고 묻더니 “정부에서 트롤어업을 금지시키고 강도 높은 단속으로 벌금을 부과해 많은 어업인들이 이중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곧 이어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정부가 선진화된 어법인 트롤어업을 금지해 할 일 없는 어업인들이 도시로 몰려 노숙을 하고, 정부를 원망하고,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냐”고 따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처럼 소관 분야와 무관한 기관에 엉뚱한 질문을 던져 대답을 유도해 놓고 답을 할라치면 혼자 일방적으로 중언부언하며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고서는 서면으로 답변하라고 다그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의원도 있었다. 한 마디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피감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부기관을 견제하고 감시, 비판함으로써 국정을 바로 잡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취지가 국감 본연의 권능(權能)이다.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지위와 권위 때문에 피감 기관에서는 늘 국감철이 되면 긴장해야 하고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매달려 시간을 보낸다. 특히 매년 추석 즈음에 감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명절이 되어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국감자료 준비에 여념이 없는 피감기관 종사자들도 많다.

국감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피감기관만의 준비로 끝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감사를 하는 의원 본인과 보좌진들이 피감기관의 업무와 기능을 제대로 파악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각종 자료를 모으고 이를 숙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열심히 공부한 것 좀 물어주지… 왜 엉뚱한 질문만 늘어 놓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쓴 웃음을 짓는 어느 피감기관 수장(首長)의 뼈 있는 농담이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작은 물방울도 바위를 뚫을 수 있다.

우리나라 수산업은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형국이다. 한·중 FTA를 비롯한 여러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각종 수산물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지경에 몰려있다. 게다가 이웃 중국의 싹쓸이 불법조업으로 서해뿐만 아니라 남·동해 수산자원 고갈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서해 5도 어업인들은 꽃게철이면 많게는 2,000여 척까지 떼를 지어 몰려오는 중국어선들 때문에 정상조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동해 어업인들은 중국어선이 북한해역으로 입어하거나 기상악화로 피항하면서 우리 어구를 걷어가고 훼손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쏟아낸다.

중국어선들의 무분별한 고강도 조업으로 동해에서 오징어가 사라질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해양수산부가 지금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거국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이 성공한다고 해도 우리 어업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중국어선이 회유성 어종인 명태를 북한 해역 길목에서 싹쓸이 한다면 결국 예산만 낭비하고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일환인 FPC(수산물 산지거점 유통센터) 사업이 정부 부처 간 이견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발목이 잡혀 있다. 올해는 물론 내년도 예산이 1원도 책정되지 않았다. 이같은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따른 문제점을 비롯해 싱싱하고 안전한 수산물을 식탁에 올리기 위한 어시장 현대화사업, 철저한 한·중 FTA 보완대책 수립, 선박안전 문제 개선,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과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 어촌의 고령화, 외국인 선원 수급 일원화, 수협법 개정을 통한 수협 사업구조 개편과 자율성 확보 등등 수산계에는 현안이 넘쳐난다.

수협은 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정부 예산 지원도 필요한 만큼 얻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수협중앙회 국감에서는 부족한 정부 지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고 여러 의원들이 중복 질의한 뒤 수협 스스로 자구책을 내놓으라고만 했지 대안은 없었다. 이처럼 ‘알아서 하라’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어업인들의 자발적인 협동조직체인 수협의 살길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감사기관의 모습이 아닐까.대한민국 수산업의 발전은 해수부와 수협만이 짊어질 책임은 아니다. 정부당국과 입법기관인 국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을 때 가능한 것이다. 국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국감 무용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수능천석(水能穿石)이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작은 물방울도 능히 바위를 뚫을 수 있는 법이다. 해양수산계 민초(民草)들의 끊임없는 외침과 바람이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 수산업은 다시 한번 회생의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창간 46주년 - 대한민국 최고의 역사를 지닌 『현대해양』이 해양수산업 발전의 작은 밀알이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그동안 변함없이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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