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의 한국語와 자본의 국적
롯데家의 한국語와 자본의 국적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5.09.02 1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롯데그룹 삼부자의 다툼이 흥미롭습니다. 어린아이들 장난처럼 시작되는가 싶더니 다른 형제와 친척들까지 가세했습니다. 그야말로 가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룹의 경영권을 가지고 다투는 모습이 가관이라는 흥미를 넘어서서 국가경제에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눈에 띄게 보이는 것은 두 형제들의 한국어 솜씨입니다. 솜씨랄 게 없지요. 형이라는 사람은 아예 우리말을 못하고 동생은 일본말 발음과 억양에 우리말을 얹어놓은 어투입니다. 두 형제에게 언어는 무엇일까요.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해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퀴리부인의 고국은 폴란드입니다. 퀴리부인이 탄생한 1867년, 폴란드는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10세기경 폴라니에족에 의해 형성된 폴란드는 중세 농업강국이었습니다. 폴란드라는 국명도 ‘폴라니에’에서 왔습니다.

‘폴로늄’은 1898년에 퀴리 부부에 의해 피치블렌드라는 광물에서 발견됐습니다. 퀴리부인은 이 물질의 이름을 조국의 이름에서 따 이름지었습니다. 프랑스 남자 피에르와 결혼했지만 그녀의 고국은 없어진 나라, 폴란드였던 것입니다. 폴란드는 1792년부터 독일과 러시아, 오스트리아에 의해 3번에 걸쳐 분할 점령돼 그 국명을 쓸 수조차 없었습니다.

퀴리 부인의 초등학교 시절, 폴란드는 러시아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수업은 모두 러시아어로 해야 했습니다. 폴란드어는 몰래 공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교실에서 폴란드 역사를 배우고 있을 때였습니다. '찌링, 찌링, 찌링!' 교실에 달아 놓은 벨이 세번 울렸습니다. 러시아 장학사가 왔다는 신호입니다.

러시아에서는 폴란드 학교를 감시하기 위해 가끔 러시아 관리를 학교에 보냈습니다. 학생들은 재빨리 폴란드 역사책을 감추고, 바느질 도구를 책상 위에 내놓았습니다. 잠시 후, 러시아 관리가 거드름을 피우며 교실에 나타났습니다. 관리는 학생들을 한번 둘러보고서, 선생님에게 명령했습니다.

"내가 질문하는 것에 대답하도록, 한 학생을 골라주시오."
퀴리 부인은 '하느님, 부디 제가 뽑히지 않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

교장을 맡고 있던 시코르스카 선생님은 퀴리 부인을 불렀습니다. 왜냐하면 이 학급에서 러시아어를 가장 잘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질문 끝에 장학사가 물었습니다. "그럼, 지금 우리를 다스리시는 분이 누구인가?" 폴란드인으로서 러시아 황제가 폴란드를 다스리고 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할 수도 없습니다.

마리아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2세 폐하입니다."
장학사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교실을 나갔습니다.

그 순간, 퀴리 부인은 선생님에게 달려가 와락 안기며 외쳤습니다. "선생님, 저는 폴란드 사람이에요."

‘국어’ 이야기를 하면서 소설 ‘마지막 수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설의 무대인 알자스는 로렌과 더불어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지대입니다. 국경인만큼 분쟁지역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알자스는 평야지대로 곡창이며 로렌은 철의 산지이어서 서로에게 요충지대입니다. 역사적으로 알자스는 9세기 프랑크제국 분할시 베르뎅조약, 메르센 조약에 의해 東(동)프랑크의 영토가 됐습니다.

東프랑크는 독일의 모체입니다. 그러다 17세기 30년 전쟁의 결과 프랑스의 영토가 됩니다. 이 후 1870년 비스마르크에 의한 보불전쟁시 독일의 승리로 다시 독일이 차지합니다. 이후 이 지역은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한 후 프랑스에게 빼앗겼다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다시 빼앗았으나, 패전으로 인해 끝내 프랑스가 차지해 현재에 이릅니다.

소설의 무대는 프랑스가 1870년 보불전쟁에서 패해 독일에게 빼앗긴 알자스 지역입니다.

알퐁소 도데는 짓밟힌 프랑스의 자존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여러분, 이것이 여러분과의 마지막 수업입니다.
알자스와 로렌 지방의 학교에서는 독일어만 가르치라는 명령이 베를린으로부터 내려왔습니다.
내일 새로운 선생님이 오십니다. 오늘로 여러분의 프랑스어 수업은 마지막입니다. 여러분, 열심히 수업을 들어주기 바랍니다."

어디서나 점령지역에 대해 가장 먼저 취하는 조치는 언어입니다. 왜 그럴까요.

“학교 지붕 위에는 비둘기 몇 마리가 '구구구구' 울고 있습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저 비둘기에게도 독일어로 울라고 할지도 몰라!'”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철없는 학동 프란츠에게 아멜 선생님은 프랑스어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분명하며, 표현력이 풍부하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들이 잘 간직해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자기 말을 잘 지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니까……

자본은 국적이 없지만 자본가는 국적이 있습니다. 기업은 정신이 없지만 기업가는 정신이 있습니다. 롯데가의 두 형제는 과연 국적이 어디이며, 롯데그룹의 기업들은 어디에 정신의 뿌리를 두고 있을까요.

국적이 한국이라 하더라도 한국어를 말 할 줄 모른다면, 그 말이 서툴다면 그 정신이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구가 하나의 경쟁시장인 글로벌 시대에 기업가와 기업의 국적 운운은 시대착오적일까요?

국민, 국민경제는 무엇이며, 국익이란 무엇일까요. 롯데가의 두 형제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폴란드가 퀴리부인에게 준 질문처럼, 아멜선생이 어린 프란츠에게 질문했듯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