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갈등 현장에 해수부가 보이지 않는다
수산업 갈등 현장에 해수부가 보이지 않는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5.09.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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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본지 발행인
수산업 6차산업의 실체가 무엇인가? 수산업 새로운 비전이 없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뒤덮었다. 당초 우려했던 불길한 예측이 현실로 나타난 것에 불과 하지만, 수산인들의 좌절감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했던 카지노복합리조트 개발지 선정과정에서 수협이 제안했던 노량진수산시장 유휴부지가 탈락하고 말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 6개소와 경남 진해, 부산 북항, 전남 여수 등 총9곳이 후보지로 1차 선정되었고 이 가운데 두곳이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황금알을 낳는’ 복합리조트사업이 결국은 지역안배라는 정치논리로 귀결되고 말았다는 점에서 허탈한 감정을 금할 수가 없다. 수협은 당초 노량진수산시장 재개발에 따른 유휴부지를 복합관광단지로 개발함으로써 여기서 발생되는 막대한 수익을 수산업 발전과 수협의 정체성 확립에 투입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으나 안타깝게도 수포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두고, 수협과 수산인들에게 좌절감만 안겨 준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 첫째는 수협이 자체 사업수단과는 다소 동떨어진 복합리조트사업을 계획할 정도로 공적자금의 족쇄가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에 다시 한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수협의 사업구조개선작업에 소요되는 자금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수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적 6차산업으로 육성해나가겠다는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상당한 문제점을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수산업을 생산, 가공, 유통, 물류, 해양관광산업과 융합함으로써 창조경제의 핵심적 6차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정부 정책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불만의 소리까지 터져나온다.

요즘 수산계에서는 해양수산부에 대한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장관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세장관이라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수산업 갈등의 현장에 해수부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비전도 없고, 수산계에 내재되어 온 해묵은 갈등이나, 어업인들이 그토록 갈망해 왔던 갖가지 숙원사업들을 어느것 하나 속 시원하게 풀어낸 것이 없다는 불만의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절망감이 분노로 이어지는 일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수산업이 과연 지속가능한 산업인지, 수산인 스스로도 의구심에 빠져들 때가 많다. 재탕, 삼탕하는 그럴듯한 구호만 무성할 뿐, 수산업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집중해 나갈 것인지 그 실체적 그림이 보이질 않는다는 얘기다. 자원회복이나 양식성패(成敗)를 가늠할 수도 없는 명태 인공부화에나 매달리고, 판로(販路)와 가격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 예측하기 조차 어려운 참치, 연어 등 외해양식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는 수산당국의 안일한 행정이 수산인들의 눈에는 참으로 아슬아슬하게만 느껴진다.

더 이상 어업인들이 해수부를 걱정하고 수산업의 미래를 절망의 눈으로 바라보게 해서는 안된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외쳤던 유기준장관의 취임 일성(一聲)이 허황하게만 들리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 수산 공직자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깊이 반성해 주길 바랄 따름이다.

남해안 멸치조업문제, 해수부가 풀어라

수십년 동안 지속되어온 해묵은 갈등이 어업인들의 마음을 또다시 아프게 한다. 멸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조업구역 다툼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서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지난 7월 대법원이 기선권현망수협 조합원 12개 선단을 포함, 17개 선단이 남해군 남방 백서섬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 여수해경 및 여수시청 어업지도선으로 부터 단속된 사건에 대해 ‘전남-경남 간 해상 경계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확정했고 이 판결에 따라 해상경계가 전남 쪽에서 경남 쪽으로 5㎞ 가량 옮겨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황금어장을 잃고 범법자로 몰리게 된 거제, 통영, 마산, 사천, 고성, 하동 등 경남지역 어업인 1,000여 명이 경남연근해어업조업구역대책위원회 출정식과 함께 해상시위를 벌이고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응해 전남수협조합장협의회, 여수수산인협회 등 전남지역 15개 수산인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에서 ‘전남과 경남 간의 해상 경계인 도계(道界)가 존재한다’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경남 어민들과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집단행동에 나선데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판결을 무력화하고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억지주장을 하는 세력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견(一見) 타당해 보인다.

갈등해역은 전남도가 일제 침략기에 일본이 작성한 지형도를 근거로 1973년 국토지리정보원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도를 근거로 전남해역이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반면 경남은 대통령령으로 1982년 개정된 수산자원보호령에 의해 수산자원관리법상 경남 기선권현망 조업구역으로 지정돼 전통적으로 조업해 온 경남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어업인들은 “국토지리정보원조차도 ‘지형도 상에 표시된 선은 해상경계가 아니다’라고 누차 언급하고 있는데도 법원이 그걸 외면하고 판결을 했다”며 억울해 하고 있다. 반면에 전남 어업인들은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나타난 해상경계가 조업구역기준(도계)”이라며 경남 어업인들의 조업을 막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해상경계로 인한 어업인 간의 갈등은 하루 이틀있어 온 일이 아니다. 문제는 중재자(仲裁者)가 없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 도계는 행자부 소관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어업인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업인들이 서로 갈등으로 반목(反目)하며 소모전을 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해양수산부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어업인들에게 극단상황을 맞도록 유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이라도 해수부는 모호한 해상(海上)경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어업인 간의 갈등을 조율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나 남해의 갈등해역은 멸치어장으로 유명한 황금어장이다. 멸치는 단년생이다. 1년 동안 다 자라고 성장을 멈추는 어종이다. 단년생인 멸치를 적극적으로 어획하지 않는 것은 아까운 수산자원을 바다에 수장(水葬)시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다. 해수부는 보다 더 합리적인 중재로 어업인들이 서로 화해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어업인들이 대법원에 이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 전에, 그리고 지금보다 더 극심한 지역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해수부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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