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경기도)자락에서 맛보는 벌교 꼬막
천마산(경기도)자락에서 맛보는 벌교 꼬막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3.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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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감기 석 달에 입맛은 소태 같아도 꼬막 맛은 그대로’라는 말이 있다. 꼬막 맛을 두고 하는 말이다. 또 이런 말도 있다. ‘꼬막 맛 떨어지면 죽은 사람’. 그 만큼 꼬막 맛이 좋다는 얘기다. 꼬막은 가을이 끝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맛이 들기 시작해서 이듬해 봄철 알을 품을 때까지가 가장 맛이 좋다.


 겨울에서 봄까지가 꼬막철

 

△ 꼬막

 

 꼬막은 모래가 없는 차진 갯벌에서 자란다. 이른바 ‘진뻘’이어서 ‘뻘썰매’를 타고 꼬막을 채취한다. 전남 여자만 일 때가 꼬막의 주산지.

 이곳에서 전국 꼬막 생산량의 90%가 생산된다. 꼬막 산지와 가까우면서 교통의 요지가 되는 벌교가 ‘꼬막의 고장’으로 불리어 지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벌교는 조정래씨의 인기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기도 하여 소설 중에는 꼬막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이 나오는데, 조정래씨는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비릿하기도 한 맛’이라고 꼬막의 독특한 맛을 이야기해준다.

 벌교꼬막이 태백산맥에 소개되고,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으로부터 수산물 지리적 표시 제1호에 등록이 되고, TV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 등에 소개되면서 꼬막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남도 사람들만 알던 고막 특유의 맛이 알려지면서 꼬막전문점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다. 경기도 천마산 자락에서도 ‘벌교꼬막’의 맛을 볼 수 있다. 택배 시스템의 발달로 남쪽 바다의 수산물이 하루면 북쪽 내륙지까지 도착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남양주 마석터널을 지나 축령산,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수동계곡으로 가는 길 왼편으로 ‘벌교꼬막 음식 전문점’입간판이 보인다. 벌교가 고향이라는 김연수(56)씨가 고향의 맛을 알리기 위해 차린 꼬막전문 식당이다.
벌교꼬막 정식, 꼬막 회무침, 삶은 꼬막, 짱뚱어 탕과 전골, 장어탕, 매생이 탕, 양태탕 등. 메뉴에서부터 남도스러운 맛이 느껴진다.

 안주인 이영순(52)가 직접 조리하는 20여 가지 밑반찬은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디포리나 멸치, 다시마 등 수산물을 이용한 자연의 맛으로 조미를 하여 그 맛이 담백하면서 남도 음식 고유의 맛이 입안을 감친다.


 감칠 맛내는 남도 음식 

 꼬막 정식을 주문했다. 매생이 탕이 먼저 나왔다. 꼬막을 삶고, 밥을 안치고, 전을 부치는 동안 속부터 부드럽게 달래라는 뜻이다. 음식을 미리 해놓지 않고 손님의 주문을 받아서 조리하는 것이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굴과 조랭이 떡이 들어간 매생이탕은 국물이 시원하고 맛이 깊다. 조미료를 일절 넣지 않고 육수를 따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어서 따끈하게 막 삶아낸 통꼬막이 나왔다. 조개껍데기를 엄지손가락으로 까서 국물과 육질을 훑듯이 들어 마셨다. 짭조름한 맛이 입안으로 흘러들고 육질이 졸깃거린다.

 벌교의 차진 갯벌, 참꼬막의 맛이다. 이 맛에 벌교꼬막을 찾는 것이다. 꼬막은 삶기를 잘해야 한다. 물을 팔팔 끓은 다음, 불기를 죽이고 그 물에 꼬막을 넣고 데치듯 잠깐 삶아내야 한다. 그래야 간간한 맛과 육질에 물기가 그대로 남아 꼬막 제 맛이 난다. 

 

△ 꼬막 회무침

 

 

△ 꼬막정식 상차림

 

 

 

 

 

 

 

 꼬막 회무침과 돌솥밥, 양태탕이 갖가지 밑반찬과 함께 상을 그득하게 채운다. 꼬막회무침은 잘게 채선 무에 참나물 또는 미나리에 당근, 양파를 넣어 초고추장으로 무친다고 한다. 회무침은 초장 맛이라 하는데, 이집 초고추장에는 꼭 막걸리로 만든 양조식초를 사용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새콤달콤하고 졸깃한 꼬막 맛이 일품이다. 회무침은 술안주와 밥반찬으로 그만인데, 흰 쌀밥에 얹어 먹거나 비벼서 먹기도 한다.

 남도지방에서 꼬막과 함께 반드시 제사상에 올린다는 양태. 양태를 탕으로 끓여 냈다. 서해안 지방에서는 장대라 부르기도 하는 양태는 말린 것을 그대로 쪄내기도 하고, 탕을 좋아 하거나 해장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탕으로 낸다. 양태탕은 말린 양태를 찐 다음, 따로 낸 육수를 붓고, 나박 썬 무, 고춧가루, 파, 마늘, 미나리, 청양고추를 넣어 끓이는데, 그 맛이 매콤하면서도 시원하다.

 양태를 한 번 쪄서 끓이면 비린내가 없어지고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고막전과 양태구이는 말할 것 없고, 풀치라 부르는 갈치새끼 무침도 맛깔스럽다. 천마산 자락에서 먹어보는 남도의 맛이 예사롭지 않다. 


 제사상에 올리는 꼬막

 꼬막에는 단백질, 무기질, 칼슘, 비타민 등이 많이 들어 있어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친다. 또 핵산과 타우린이 풍부해 노화방지와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헤모글로빈이 많이 함유돼 수험생이나 산모 등에게 좋고, 철분이 많아 빈혈을 없애고 혈색을 좋게 해준다고 한다.

 

꼬막은 옛날 임금님 수랏상에 여덟까지 진미 가운데 첫째로 올렸다고 한다. 조상의 제사상에도 반드시 올린다. 그 맛이 그 만큼 출중한 것이다. 꼬막은 먹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야 한다. 이제 힘들여 벌교까지 갈 필요 없이 인근 꼬막 전문점을 한 번 찾아 볼 일이다. 이 봄에 반가운 친구와 꼬막을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왕이면 매생이와 양태탕도 곁들여 남도의 맛을 즐겨보자. 그런 다음, 꼬막이야기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느긋하게 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 벌교꼬막음식(시골밥상) : (031-511-1652)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가곡리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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