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④ 경남 통영시 정원주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④ 경남 통영시 정원주 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5.08.04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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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읽는 눈과 발상의 전환이 기회를 만든다



귀어 전 거주지역 : 부산
귀어지 : 경남 통영
귀어 전 직업 : 여행사 운영·회사원
귀어 결심동기 :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귀어연도 : 2013년
나이 : 43세
귀어 초기자금 : 귀어지원금 2억원, 개인자금 3억원
연간수익 : 약 10억원 (2014년)
사업규모 : (양식장) 1ha
                  (공장) 대지 2,148㎡ / 가공공장 793㎡

▲ 경남 통영시 정원주 씨 <자료협조=국립수산과학원 귀어귀촌종합센터>














누구도 택하지 않은 길을 가는 도전

많은 이들이 귀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선어업이나 양식업을 떠올린다. 직접 수산물을 잡거나 기르지 않는 형태로는 팬션 등의 관광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원주 씨의 선택은 달랐다. 그의 선택은 귀어인들이 쉽게 도전하지 않았던 수산가공업이었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정원주 씨 부부는 1999년 일본 대마도에서 팬션과 피싱 투어를 시작하게된다. 최근에는 대마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으나,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 대마도는 관광지로는 생소한 곳이었다. 정원주 씨 부부는 대마도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보고 발빠르게 투자한 것이다.

10여년의 일본 생활과 사업 성공 속에서 그는 하나의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에 우수한 품질의 수산물이 많은데, 왜 일본과 같이 고급화된 가공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일까”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정원주 씨는 다양한 가공방법으로 소포장된 일본의 수산 가공제품들을 보며 새로운 결심을 하게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수산가공업에 도전해보자는 것이었다.

정 씨는 “어느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하나 국내 시장을 조사하던 중, 통영이 가장 수산업이 활성화 되어있다는 판단을 하게됐고 산지로 직접 가서 일을 해봐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정부의 귀어지원 자금 2억원에 개인 자금 3억원의 자금을 바탕으로, 2012년부터 귀어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선례가 없는 귀어사례, 직접 발로 뛰어 이뤄낸 성과

수산물 가공업으로 귀어한 선례가 거의 없다보니 정원주 씨는 모든 것을 직접 발로 뛰어 배워야 했다. 정 씨는 “어선어업이나 양식업, 팬션사업 등에 대한 귀어프로그램은 마련돼 있었지만, 수산가공업에 대한 과정은 없었을뿐더러, 지원이나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고 귀어 초기를 회상했다. 그는 “양식의 경우 어장을 구입하고 어장 담보로 대출을 받아 어패를 얻어서 양식을 시작한다는 식의 일종의 정형화된 수순이 있으나, 수산물 가공은 그야말로 막막했다”고 설명했다.

수산물 가공은 어획되는 원료의 관리부터 가공, 포장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즉 어떤 수산물로 어떻게 가공을 해서 어떤 형태로 포장을 해야할지의 고민이 온전히 정 씨의 몫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포부가 있었다. 단순 수산물 가공제품이 아닌 ‘프리미엄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꿈이었다. 좋은 가공품을 위해서는 좋은 원물이 담보돼야한다.

이때 산지로 귀어 한 그의 선택이 빛을 발했다. 그는 “통영은 전혀 연고가 없는 지역이었지만, 산지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으리라 생각한다”며 “생물의 특성을 알아야 효과적인 가공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산지에 있으며 멸치가 어떻게 어획돼서 어떤 과정을 거쳐 육지에 이르게 되는지의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심보다 지원사업이 잘 되어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산지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은 그만의 차별화된 가공 방법인 ‘연속복합건조방식’을 탄생시켰다. 정 씨가 개발한 급속건조기로 빛을 이용해 15분에서 20분이면 건조와 살균은 물론, 식품 교유의 맛과 영양분까지 살리는 기술로 특허까지 받았다.

▲ 정원주 씨의 원동력은 프리미엄 수산가공식품을 향한 확고한 소신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이었다.

‘해통령’ 프리미엄급 수산식품을 향한 고집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시작이었다. 포장과 제품명을 아우르는 브랜드화와 시제품 생산, 판로 개척까지 많은 과제가 남아있었다.

정 씨 부부는 고민 끝에 ‘해통령’ 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탄생시킨다. 그는 “브랜드명에 바다나 지역명이 들어간 것들이 많아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며 “해통령은 한번 들어도 기억할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이름을 만들자는 아내와의 상의 끝에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해통령의 제품들은 우수한 품질은 물론이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먹기 편한 소포장으로 가치를 높였다.

다음 넘어야 할 산은 판로 개척이었다. 보통 수산물은 산지에서 대량출하해 대형 유통가공 업체에서 소분돼 백화점이나 마트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정 씨는 직접 자신의 브랜드를 전하고 싶었다.

정 씨는 “3년간 국내외 박람회에 30회 이상 참가해 직접 바이어를 만나서 홍보했고, 국내 백화점과 마트는 물론 해외 고급 쇼핑몰까지 우리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며 “현재는 홍콩, 태국, 미국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 박람회에 참가할 때는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로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손으로 직접 포장지를 만들어나간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정원주 씨가 일반적인 제품 판매 경로를 따르지 않고 직접 나선 것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당장 작은 이익을 내는 것보다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급 제품을 만들겠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바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기존 방식대로 납품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이익을 낼 수 있었겠지만 항상 ‘고급화’를 우선순위에 뒀다”고 설명했다. 그의 고집의 성과는 매출 증가로 증명되고 있다.

첫해 5억원에서 지난해 10억원, 올해는 7월 현재 12억원의 수익을 올려 30억원을 목표로 순항중이다.


트렌드를 읽고 변화를 주도한다

그가 귀어 초반에 내놓은 제품은 반건조 굴이다. 통영의 특산품인 굴을 이용한 제품은 홍콩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성공의 순간에 변화를 모색했다. 정원주 씨는 “과거에는 트렌드가 변하는 주기가 5년 정도였다면, 지금은 당장 내일 바뀔 수 도 있는 것이 소비 트렌드”라며 “변화를 읽고 발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그가 주목한 것은 천연조미료. 다시마, 멸치 등으로 쉽게 육수를 우려낼 수 있는 팩 제품인 ‘엄마국물’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지자체 지원사업으로 신청한 수산물 스낵사업에 대한 지원이 확정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 씨는 “주변에서는 천연조미료 제품이 이제 자리 잡았는데 왜 또 다른 것을 하려고 하냐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고 웃으며 “국내의 좋은 수산물을 다양한 제품으로 선보여 일본의 가공제품들을 앞지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낵제품은 첨가물 없이 제작할 계획이며, 비린내가 없고 먹기 간편한 제품을 모토로 하고 있다.

그는 “수산물 가공은 원물을 한단계 진화시키는 과정”이라며 “부피는 줄어들면서 부가가치는 높아진다”고 수산가공업의 매력을 표현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임에도 수산가공 부분이 뒤쳐지는 것 같다 “어촌에서 어민으로 한평생 사신 분들은 우리 수산물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도, 그것을 어떻게 발현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정원주 씨가 주목하는 것은 ‘아이디어’ 이다. 그는 “귀어인들을 위한 자금지원제도는 초기정착에 좋은 뒷받침이 되지만 그 이후의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독특한 아이디어와 특화된 제품을 가진 사업자가 이를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중장기적인 관리가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덧붙여 “농업의 경우 어느 지역에나 지역 특산품 연구소가 있어 누구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데 시제품 제작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른 생각, 한 발 빠른 움직임으로 수산가공식품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정원주씨. 작은 발상의 전환이 우리 수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자료협조=국립수산과학원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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