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와 넙치
광어와 넙치
  • 김영혜 박사/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과
  • 승인 2010.02.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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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수산물>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눈도 많이 왔을 뿐만 아니라 기후온난화가 끝났다고 할 정도로 한파가 매서웠다. 지난 달, 서울 출장 가는 날마다 서울의 최저기온을 갱신한다는 소식을 접한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약간 짜증도 났다. 서울 날씨를 체크하고 잘 입지도 않던 내복도 꺼내 입고, 목도리, 장갑 등 중무장을 하고 나섰지만 따뜻한 남쪽에서 살았던 나에겐 너무나 힘들었다.

폭설내린 날은 도로인지 인도이지 구별할 수 없었지만 발자국이 나 있는 곳을 따라 걸으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힘을 주고 걸었으면 그날 집에 와서 다리가 아파 혼났다. 그 다음 출장길은 눈은 오지 않았지만 정말 기록적인 영하의 추위였다. 큰 도로를 약간 벗어나니 아직 여기저기 쌓여 있는 눈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하얀 눈을 보며 감탄을 했었겠지만 그날은 하얀 눈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었다. 도로를 따라 걷던 나는 ‘너무 추워 덜덜 떨었다’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가슴으로 확! 와 닿았다. 얼마나 추웠던지 내려오는 KTX에서 뜨끈 뜨근한 찹쌀 수제비 미역국이 먹고 싶어 혼났다.

내가 좋아하는 넙치미역국의 하이라트는 하얀 찹쌀수제비와 함께 뽀얗게 떠오르는 하얀 육질인 넙치 속살이다. 미역과 넙치는 같은 바다에서 생을 같이 했던 인연으로 다시 만나서 그런지 미역국 맛의 시너지 효과를 한층 더 내어 주는 것 같다. 내륙지방에서는 미역국에 쇠고기를 넣어 끓이지만 바닷가에선 싱싱한 넙치를 사용한다. 쇠고기로 끓인 미역국보다 넙치로 끓인 미역국은 바다의 넓고 푸르름을 간직해서 그런지 그 시원한 맛은 정말 일품이다. 넙치미역국을 한입 베어 물면 바다를 입안 가득 베어 문 것 같고, 바다의 내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먹어 본 사람들은 다시 먹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넙치미역국의 시원한 맛의 키포인트는 어린 생미역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린 생미역의 고운 연한 녹색은 입안 가득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함께 먹는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것 같다.

넙치는 일반적으로 광어라는 지방명으로 불린다. 어류에 대해 조금 아는 이들은 넙치라고 이야기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은 광어로 알고 있다. 횟집에 가면 광어회는 있어도 넙치회는 없다. 넙치라는 어류가 수산식품으로 인식되면 광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것 같다. 광어회!! 작은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회이다. 울 아들들은 가자미든 넙치는 모두 광어라고 부른다.

어느 날 작은 아들이 어류도감을 보던 중 광어가 너무 많다며 나에게 들고 왔다. 아들에게 그런 것이 아니고 넙치라는 종을 광어로 부른다고 설명을 해주면서,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라고 말해주었다. 어느 날  활어센터에 가자 아들은 광어를 구분한다고 온통 난리였다. 눈이 없는 쪽과 배를 밑으로, 입은 전방으로, 꼬리를 보는 사람의 배 쪽으로 놓고 보면 ‘좌광우도??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날 활어센터에서 아들에게 실험 대상이 되었던 광어는 아들의 입맛을 위해 희생되었다. 그러나 아들은 아직 광어회만 좋아할 뿐 광어를 넣어 끓인 미역국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부턴 광어회를 사고 난 뒤 남는 뼈와 대가리 그리고 조금 붙은 살점을 가져다 어린 생미역과 함께 맛있는 찹쌀수제비넙치미역국을 선보일 것이다. 먼 훗날! 엄마가 좋아했던 음식으로 기억해주길 바라면서…….  

 넙치(Paralichthys olivaceus)의 몸 빛깔은 눈이 있는 쪽은 흑갈색 바탕에 암갈색이나 유백색의 작은 둥근 반점이 흩어져 있으며,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이다. 몸은 긴 타원형으로 측편하며, 눈은 왼쪽에 있다. 입은 매우 크며, 위턱의 뒤끝은 눈보다도 더 뒤쪽에 도달한다. 우리나라의 연근해에 분포하며, 산장은 수심 20~40m인 바닥이 자갈 또는 암초지대로서 조류 소통이 잘 되는 곳으로 산란기는 2~6월이며 주산란기는 3~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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