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남중국해
요동치는 남중국해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 승인 2010.02.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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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시나리오- 중국항모의 남중국해 차단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가령 제 1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전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을 2012년 11월 어느 날, 따렌(大蓮) 항을 떠난 중국 북해함대의 한 주력 항공모함이 동진(東進)을 계속하여 일본 규슈 인접한 해상까지 진출한 다음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항로를 차단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코 있을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될 가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세계의 권위 있는 군사 전략가들은 그 같은 상황의 도래를 크게 부인하지 않는다.

최악이라고나 해야 할 중국의 모험과 도전을 놓고 미국이나 일본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당장 전 세계적으로 포진하여 작전중인 항모 전단 모두를 동북아로 집결시키면서 위협을 가할 것이고, 해군력으로 치면 미국 다음의 서열을 가진 일본 역시 몇 척이나 되는 이지스함 등을 류큐열도에 나란히 배치시키면서 중국 해군과 일대 결전을 벌일 게 틀림없다. 그만큼 남중국해는 동서양을 연결하는 항로의 중추이자 전략적 오충지인 것이다. 

하지만 함대의 전술력이나 수적 면에서 열세인 한국해군은 그저 영해권에서만 맴돌며 자국의 안전보장에만 치중하는 게 고작일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당장 세계로 나아가는 동지나해 항로가 차단된 한국은 원유나 가스 등의 전략물자 수송로가 막히면서 부득이 남중국해가 아닌 서부 태평양 멀리로 우회할 수밖엔 없는데, 거기에 추가되는 보름 이상의 시간적 손실로 국내에서는 당장 비축물자가 동이 나면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반도는 하루아침에 동력(動力)을 상실한 허수아비 꼴이 되고 말 터이며, 대통령선거 또한 순조롭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고립된 한반도로서는 그 같은 해로확보 문제가 두고두고 헤쳐 나가야 할 숙제이자 살아남는 유일한 길인 셈이다.

대양해군으로 발전한 중국해군

앞서의 시나리오가 전혀 허튼 것이 아님은 최근 자주 보도되고 있는 중국의 해군력 증강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는 자국 경제력을 바탕으로 2001년 280억 달러에 불과하던 군사비를 2008년에는 850억 달러로 늘이면서 지난 7년 동안 무려 세 배 이상 증강시켜 왔는데, 이는 매년 17% 이상씩 꾸준히 증액된 수치이며, 그렇게 증액된 군사비는 종전의 육상군이 아닌 해군력 강화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들은 긴장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비 증강은 당연히 주변국에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켜, 가령 인도는 최근 수년 동안 7.3%(300억 달러)를 증액시켜 왔으며, 호주도 그에 못지않은 7.6%(184억 달러)를 증강시키면서 서부태평양 일원은 당장이라도 3차대전이 발발할 것처럼 아연 긴장 속에 휘감겨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 같은 중국 해군력의 증강은 확실히 반세기 전과는 판이하다. ‘조어도(釣魚島) 영유권’ 문제로 일본과 대립각을 세워 온 30년 전, 덩샤오핑은 “그 문제는 우리 해군력이 일본을 앞지를 때까지 기다려라!”는 식으로 말해 왔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엔터프라이즈 호에 버금가는 초대형 항공모함을 두 척이나 보유하게 되었고, 거기에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감당해 온 미 항공모함 전단(戰團)도 공격 가능한 사정거리 1만2,000km 이상의 다탄두 ICBM인 DF-31A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KJ-2000까지 보유하게 되자 ‘이제는 그 시기가 왔다!’는 식으로 아주 적극적인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중국은 지금 마오쩌둥 시대와는 판이하게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전역을 작전 범위로 하는 대양해군(大洋海軍)으로 거듭나 있는 것이다.

땅굴 전문 베트남의 잠수함전단

중국의 집중적인 해군력 증강은 앞서 말한 조어도와 함께 자국 최남단인 하이난다오(海南島)로부터 무려 1,500km나 떨어진 스프라틀리 군도(Splatly Is.)에 대한 집착이 그 원인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섬이라야 수면 2~3미터 높이의 사주(砂洲) 20여 개가 모두이고, 기타는 암초나 모래톱뿐인 그 군도에 놀랍게도 쿠웨이트의 매장량보다 더 많은 1백77억 톤의 석유가 잠자고 있다는 보고가 있고서부터다. 그렇잖아도 후진타오 주석은 기회만 있으면 ‘석유나 철강 등 원자재 확보야말로 경제성장 등 국가발전에 원동력’이라 공언해 왔는데, 그 결과로 작년에는 세계 최고의 석유수입국이 되면서 철강이나 석탄 등 각종 원자재까지 마구잡이로 사들여 비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프라틀리 군도 소유에 대한 중국의 집착은 예사로울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맞짱을 뜨기로 작정한 나라가 베트남이다. 예전 베트남의 주된 수입원은 쌀이었다. 그러나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며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85년부터 베트남은 남지나해 여러 해역에서 매년 600만 톤 가까운 원유를 생산하면서 아시아권에서는 단연 최고의 석유생산국으로 부상하자 중국 외교부는 ‘동남아 각국은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엄포성 성명을 발표하면서 유독 베트남 해안으로부터 500km 떨어진 스프라틀리 군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아노는 것이다.

이에 대한 베트남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지난 해 연말 응웬 떤 베트남 총리는 브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 후 35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할 20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 6척과 주력 전투기인 수호이(SU-30MK2) 12대를 구입키로 약정했다. 비록 땅굴작전이라는 기묘한 호치민 식 전술에 근거한 것이지만, 세계 최강 미국을 패배시킨 베트남의 끈질긴 임전태세를 얕볼 주변국은 없다. 그럼에도 베트남이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다분히 남중국해 전역을 송두리째 자국 앞마당으로 만들려는 중국에 대한 다부진 경고인 것이다.

날로 악화되는 지구환경 재앙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각국의 치열한 군비증강은 자원내셔널리즘의 치열한 각축전을 불러일으키면서 한반도의 평화로운 해상로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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