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정부 출범과 한국수산업
실용정부 출범과 한국수산업
  • 옥영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위원
  • 승인 2008.12.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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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영수 한국해양수 산개발원 부연위원
2002년 많은 기대와 우려를 안고 참여정부가 출범하였다. 5년이 지나서보니 참여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책이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의욕이 대단하였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8년이 밝았다. 올해는 실용정부가 출범한다. 실용정부라는 명칭은 그동안 지속된 이념논쟁을 종식시키는 대신 실리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는 뜻에서 명명된 것 같다. 실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을 표출한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이는 일찍이 덩샤오핑이 주창한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같은 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즉 ‘고양이는 검든 희든 쥐를 잘 잡으면 된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의 주창은 곧 실용노선을 의미하며 당시 엄청난 이념대립의 골속에서 헤매고 있던 중국을 급격하게 변화시켜 오늘날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변모시켰다. 이렇게 본다면 향후 5년간의 정책이 여하히 실천되는가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실용정부를 표방한 차기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고 희망적이다. 이는 수산업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수산업이 안고 있는 내적·외적 문제들

 하지만 우려의 생각도 떨쳐 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수산업의 현재 모습은 너무나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크게 외적인 문제와 내적인 문제로 구분할 수 있으며, 시각을 달리한다면 산업적인 것인가 제도·행정적인 것인가의 문제로 구분할 수도 있다.

 이중 외적인 문제는 다시 국제어업환경과 관련된 문제와 어업자원의 문제로 나눌 수 있으며 내적인 문제는 어업생산과 관련된 구조(構造)의 문제와 유통문제로 크게 대별할 수 있다. 국제어업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무역자유화와 FTA 진전으로 인한 수입개방화 문제, 해외어장에서의 조업환경 악화로 인한 원양어업의 쇠퇴 등이 포함된다.

 또 어업자원의 문제는 우리나라 주변수역을 둘러싸고 한·중·일 3국의 조업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속적인 자원감소 문제, 그리고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중국어선의 무차별적 침입으로 인한 합리적 자원관리의 어려움 등이 있다. 또 작년 말 엄청난 사회적 충격을 주었던 서해안 유류오염 사고에서와 같이 해양환경오염이 점점 대형화되고 다발화된다는 것도 큰 문제의 하나가 되고 있다.

 내적인 문제 중 어업생산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의 경우 선진 자본화사회를 지향하는 오늘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어업은 대규모어업에서부터 전근대적인 영세소규모어업까지 다양한 형태로 계층이 분화되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결과 수산업에 대한 통일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마련이 어렵고 정책실행에 있어서도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유통문제는 농산물과 매우 다른 상품특성을 지니고 있는 수산물이 과거 농수산행정이 단일행정이었던 관계로 농산물유통의 틀 속에서 수산물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비효율성을 노출시키고 있다.

 한편 시각을 달리하여 본다면 우리나라 수산업이 안고있는 문제는 산업적인 측면과 행정·제도적인 측면으로 대별해 볼 수도 있다. 산업적인 문제란 앞서 언급하였던 대외적 문제, 자원문제, 구조 문제, 유통문제가 모두 포함될 것이지만 여기에 더하여 수산업의 개념 속에는 항상 어촌이라는 지역문제가 포함된다. 이 결과 산업정책과 지역정책이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행정·제도적인 문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은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해양수산정책의 최고 결정기관인 해양수산부의 존폐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나돈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대단히 부정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런 문제는 보다 차원 높은 통치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지속적 정책 안정성 차원에서 해양수산부가 유지존속되어야 한다는 입장만 밝힌 채 향후 실용정부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들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실용정부에서 해결되어야 할 외적·내적 문제들

 우선 외적인 문제에서 수입자유화문제는 세계경제의 큰 물줄기임으로 부정할 수 없지만, 중국어선의 우리 어장으로의 침입은 강력하게 막아야 할 것이다. 이는 합리적인 자원관리의 측면도 있지만 외교적인 관점에서도 자주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 해양환경오염은 산업적,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도, 방제 등에 대한 종합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업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하여야 할 것이다. 과거 어업구조개편이라고 하면 어선감축을 생각하였으나 단순하게 어선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어업의 구조(structure)를 바꾸도록 해야 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어업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어업의 틀(frame)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고도 산업사회를 지향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 수산업은 아직도 1950,60년대의 어업 틀 속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중요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 수산업을 보다 고도화된 산업구조로 탈바꿈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유통문제는 수산물유통법의 실현이다. 수산물은 산지에서나 소비지에서 별도로 유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근대적인 농안법의 틀 속에서 존립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독립된 수산물 유통법의 반대논리가 기껏 1시장 2법 체제 불가론 등이지만 1시장에 2법이면 어떠한가? 어차피 별도 상장되고 별도 유통되지 않는가?

 다음으로 행정·제도적인 문제에 있어서 해양수산부 존립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어장이용권을 둘러싼 어업허가, 면허제도의 대폭적인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신자유주의경제가 커다란 화두를 이루고 있다. 오늘날 수산제도의 근간은 일제 강점기 식민지 지배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고자 일본 어업법의 틀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한 것이다.

 물론 해방 이후 부분적인 개정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근본적인 틀을 바꾸지 않은 채 수많은 개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히 누더기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효율적인 행정결정, 행정집행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시간은 과거로 가지 않는다

 이제 새해의 태양이 밝았다. 김훈은 최근의 인기작 「남한산성」에서 ‘시간은 과거로 향해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흘러오는 것’이라 했다. 남한산성에 갇혀 항전도 항복도 할 수 없었던 인조는 수많은 고뇌 끝에 결단을 내린다. 수많은 후회가 겹쳐오지만 현실은 오직 현실인 것. 많은 신하의 반대가 있었지만 죽음이라는 명분보다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실리를 택하기 위해 삼전도의 치욕을 당하기로 한다.

 그렇다. 많은 문제가 있고, 그것을 고칠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과거는 과거일 따름이다. 문제는 영광된 앞날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큰 틀의 변화는 감당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 변화는 명분보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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