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뤄지는 섬 ‘비금도’
사랑이 이뤄지는 섬 ‘비금도’
  • 양이진 기자
  • 승인 2009.11.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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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

 

 푸른 하늘이 유난히 높던 날 문득 첫사랑 기억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고 있노라니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 나에게도 사랑 가득한 시절이 있었음에 가슴 한 켠이 따스해진다. 20대의 사랑이 열정이라면, 30대는 체험, 40대의 사랑은 조화, 50대는 동행, 60대는 추억, 70대는 재생, 80대는 주책으로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갑자기 웬 사랑타령이냐고? 이곳, 비금도에 다녀와서는 사랑에 목마름을 느낀다. 눈앞에 펼쳐진 하트해변에 홀로 서있음이 처음으로 외로워졌기 때문이다. 하누넘해수욕장의 하트해변 앞에서 속삭이는 사랑고백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없다하니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한 번 비금도에 달려와야 할 것 같다.


  염전의 시초

 섬의 형태가 매가 나는 형상이라 해서 지어진 비금도는 날 비(飛), 새 금(禽)자를 쓴다. 목포시에서 서쪽으로 약 54㎞떨어져 있어 목포 북항에서 쾌속선으로 50여분, 차도선으로 1시간 40분정도가 소요된다. 북항에서는 9시, 11시 두 차례 가산선착장으로 배가 운항되고 있다.

 삼국시대와 조선시대에 유배된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는데 정약전 선생이 9년간 유배살이를 했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산어보(玆山魚譜)’ 초고를 이곳에서 만들었다. 

비금도에 도착해 선착장을 지나면 2번 국도를 따라 길 양쪽으로 늘어선 염전이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로 천일염이 시작된 곳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육각형의 보석 같은 소금의 결정체들이 기자의 눈길뿐만 아니라 비금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비금도의 천일염은 1946년 평안남도로 징용됐다가 돌아온 박삼만 씨가 만들었다. 당시 신안은 강우량이 많아 천일염을 만들기 어려운 곳이었으나 박삼만 씨는 개펄을 막아 ‘구림염전’을 개척해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염전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450세대의 주민들이 ‘대동염전조합’을 결성하고 100여㏊가 넘는 염전을 조성해 냈다. 화폐개혁과 함께 소금 가격이 급등하면서 염전 인부들까지 돈지갑 실밥이 터질 정도여서 한 때 돈이 날아다닌다는 뜻의 ‘飛金島’라고 불릴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염전 뿐만 아니라 지금부터 파종을 시작해 3월까지 수확하는 섬초(시금치)도 비금도의 빼놓을 수 없는 특산품 중의 하나이다. 반농반어인 이곳 비금도의 주요 수입원이기도 하다.


  이세돌과 명사십리

 염전을 지나 도고마을에 들어서니 바둑천재로 알려진 이세돌 바둑기념관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바둑기념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앞쪽 입구 전면에 바둑판 형상의 전시물이 눈길을 끈다. 내부에는 전시관, 대국장, 추억의 공간, 펜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개관이후 전국 바둑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니 비금도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이다.

 바둑기념관 뒤쪽으로 ‘망각의 길’이라는 산책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500미터를 걸어가면 비금도에서 가장 알려진 원평·명사십리해수욕장과 만난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은 71미터 높이의 풍력발전기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어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진흙처럼 고운 모래가 10리(4㎞)에 걸쳐 펼쳐진데다 썰물 때면 백사장의 폭이 150미터에 달해 여름철 피서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특히, 단단한 모래해안으로 차를 타고 해안을 달려도 바퀴가 빠지지 않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차로 해안을 달려볼 수도 있다. 


  사랑은 해변을 타고

 

 명사십리만큼이나 비금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하트해변’으로 더 잘 알려진 하누넘해수욕장이다.

 

 

 비금도의 서남쪽 내월리에 자리한 하누넘해수욕장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 서산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임도 위에서 내려다 본 해변이 하트모양 그대로다.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밖에 없다’는 뜻의 하누넘은 산과 섬들에 둘러싸여 있어 아늑하고 한적한 분위기 탓인지 이곳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이뤄진다는 소문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최근에는 화이트데이에 ‘연인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젊은 층의 관광객들에게 지역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금도의 해수욕장에 비슷한 점이 있다면 해변근처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유흥, 편의시설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데다 피서철이 끝난 이후에는 인적마저 드물어 사랑하는 연인과 단 둘이 하트해변에서 노을이 지도록 사랑을 속삭여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을 수 있다.

 비금도는 차로 한 바퀴 도는데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이정표나 도로가 잘 정비된 곳이 아니라 마을길, 논길 등을 지나야해서 간혹 길을 헤맬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섬 여행의 낭만이자 추억이라 생각한다면 즐겁기만 하다.

 짧은 시간 내에 섬을 둘러보고 싶다면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섬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다면 꼭 자전거나 도보여행을 권하고 싶다.

 큰 도로가 아닌 농로길, 마을길, 산길을 지나기에 가을 억새와 갈대가 운치를 더하고 산비탈에 한우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도, 돌담이 늘어선 마을길도, 스프링클러가 대파 위로 물줄기를 뿜어대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여행의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올 가을,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비금도 여행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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