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 극복, 원로의 역할을 기대한다
난세 극복, 원로의 역할을 기대한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08.12.2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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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사라져 가는 사회

 

 

과거 30여년 동안 우리 수산계는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수산세력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수산계의 단결력과 한국 수산업을 이끌어온 수산계 원로들의 자기희생적 도전과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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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사라져 가는 사회

 늙은 아버지가 아들네 집으로 찾아갔다. 손자도 보고 싶고 아들 내외도 만나본 지가 꽤 오래되어 큰 맘먹고 아들네 집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즐겁지가 않았고, 가슴이 찡하도록 가족의 정을 느껴볼 수도 없었다. 처음부터 응당 그러려니 하고 찾아왔건만 막상 눈 앞에 벌어지는 가정사(家庭事)를 볼수록 휑하니 가슴 속에 찬 바람이 인다.

 맞벌이에 바쁜 아들내외가 살아가는 생활패턴에 늙은 아비는 완전히 주눅이 들고 만다. 개 밥그릇에 물주는 일, 저녁 개밥 챙기는 일이 아비에게 주어진 숙제다. 아들네 집에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된 서열(序列)에 아비의 어깨는 더 늘어진다. 무엇보다 먼저 챙기는 것이 손자다. 두 번째는 며느리, 세 번째는 아들, 네 번째는 애완견, 다섯 번째는 가정부, 그리고 여섯 번째로 전락한 자신의 위상(位相)에 세월의 무상함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늙은 아비는 아들에게 편지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선다 “3등아 잘 있거라, 6등은 간다”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빚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변화를 우스갯소리로 엮어낸 일화(逸話)다. 가족관계에 있어서 어른의 위상이 흔들린 지 오래다. 이러한 현상은 가정 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엄청난 변화와 파장을 몰고 왔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사라졌다는 극단적 표현까지 나온다. 사회적 갈등, 국가적 위기를 추스르고 화합의 에너지를 창출해 낼 원로(元老)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의 이면(裏面)을 들여다보면 더욱 소름이 끼친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우리 나라의 정체성마저 부정하려드는 좌파성향 사람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부정과 편견이 우리 사회의 전통적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초반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의 가족제도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며 극찬했다. 어른이 있고, 효도가 있고, 가족 간에 사랑과 유대가 흘러넘치는 한국의 가족제도야 말로 한국사회를 발전시킨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지금 우리의 가족제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핵가족으로 분화되고, 우리 사회는 세계화의 추세에 따라 다양화되고 전문화되어 간다고 해도, 어른을 공경하고 원로의 가르침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로충효(敬老忠孝)의 사상만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임에 틀림이 없다.

 비록 어른의 소중한 말 한 마디가 수구보수나, 반통일적 인물로 폄하되고, 부패하고 무능한 기성세대의 자기합리화 쯤으로 비난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후대에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있는 원로가 다시금 우리 앞에 나서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리는 바다.

 

 응급조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법이다

 수산업이 붕괴위기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수산업협동조합마저 존립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장 비상근제(非常勤制), 경제부문 지도부문 통합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수협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수협중앙회와 농림수산식품부간의 이견(異見)이 상당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경영개선을 위한 인력감축과 예산절감문제로 수협중앙회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데다가 공적자금의 조기상환과 정부출연 마저 법 규정상 어렵지않겠느냐는 정부의 반응이 흘러나오면서 수산계가 심하게 술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수협이 농협에 흡수될 지도 모른다는 근거없는 괴담(怪談)까지 나돌고 있어서 자칫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3년 앞으로 시행시기가 다가온 국제회계기준을 수협은행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1조 1,580억원의 공적자금이 고스란히 부채계정으로 분류되어 BIS(자기자본비율) 미달로 수협은행은 은행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악성 괴담까지 나돌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이성을 좀먹고 집단패배주의, 나아가서는 자포자기적 공황상태에 까지 빠져들 수도 있는 괴담(怪談)의 폐해를 조기에 불식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광우병파동으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국법질서를 뒤흔든 괴담정국으로 확산되었던 과정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수산업의 몰락은 수십만 어업인의 파산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천직(天職)인 수산업을 포기한 채 다른 생업을 찾아나설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몰락은 곧 한국 식량산업의 파국적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농수산부와 수협 사이의 줄다리기를 민관(民官)조직간의 갈등구조나 주도권 다툼으로 판단하는 것은 온당한 평가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수협회생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해결의 실마리는 더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응급조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법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어리석음을 다시는 범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과거 30여년 동안 우리 수산계는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수산세력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수산계의 단결력과 한국 수산업을 이끌어온 수산계 원로들의 자기희생적 도전과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이제 한국 수산업의 회생을 위해 원로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민관(民官)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이견을 조정하고 수산업계의 이해와 갈등을 통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원로수산인들의 헌신적 지원없이는 이 난국을 수습할 길이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본지(本誌) 또한 난제(難題) 해결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해나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200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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