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에 세월호에 고래회충에 메르스까지…고통받는 수산인
방사능에 세월호에 고래회충에 메르스까지…고통받는 수산인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5.06.27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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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난 5월 중순 수협중앙회에 회원조합으로부터 정식 공문이 접수됐다. ‘고래회충 괴담으로 수산물 소비가 줄어 어업인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데 중앙회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항의성 공문이었다.

이를 두고 중앙회 내부에서는 갑론을박 고민이 많았다. 고래회충 보도가 공중파 방송을 탄 것이 3월이었는데 지금 와서 오보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고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만들 수 있다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거나 직접 해명 보도를 내도록 항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했다. 처음 고래회충 관련 오보가 나왔던 3월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수협중앙회는 아무런 대응도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러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다. 메르스 사태는 수산업에 오히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각종 행사, 모임이 취소되고 사람이 많은 장소에는 가지 않으려는 심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횟집을 비롯한 식당, 레스토랑 등 수산물 소비지에는 파리만 날렸다.

가깝게 노량진 수산시장만 가보더라도 외국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조차 발길을 딱 끊어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90%까지 매출이 떨어졌다고 호소한다. 그러다 보니 소매상뿐만 아니라 중매인, 더 나아가 생산자인 어업인에까지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

수산물 소비가 급감했는데 수산물이 제 가격을 유지한다는 건 어불성설. 패류의 경우 팔지 못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양식어류는 출하를 미룬다고 한다. 비싼 활어를 싸게 선어로 파는 경우까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메르스 정국이 장기화 되면서 사태가 더욱 심각해졌다. 휴업을 하는 곳, 가격을 내리고 적극적인 호객 행위에 나서는 곳 등등. “얼음 값도 못 버는데”,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극한 처방을 하는 이들의 하소연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당국에서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손 놓고 있는 것이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마침 안전성 문제가 되풀이 되는 여름철이다. 비브리오균, O-157 등 극복해야 할 난관이 겹친다. 그런데 그 자체가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적극적인 선제적(先制的) 지도, 행정이 없다는 것이다. 농업 쪽에서 면역력 강화에 홍삼이 좋다고 홍보하는 것과 같이 수산물 중에서도 어떤 것이 몸에 좋은지 연구하거나 이를 홍보하는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땐 어떻게 먹으면 안전하다고 적극적으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재작년에는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로, 작년에는 세월호 사고로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수산인들에게 올해는 고래회충 괴담과 메르스 사태가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대처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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