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장어
먹장어
  • 임치원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15.06.0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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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장어


부산 사람들이 ‘꼼장어’라고 부르며 특히 즐겨 먹은 먹장어는 몸이 가늘고 긴 원통형으로 빛깔은 다갈색을 띠는 뱀장어 비슷한 바닷물고기다.

먹장어는 눈이 멀었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피부 아래 묻혀 있어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며 비늘은 없고 지느러미도 꼬리지느러미가 고작이다.

뱀장어, 갯장어, 붕장어 등은 모두 뱀장어목에 속하지만 먹장어는 칠성장어, 다묵장어와 함께 입이 동그랗다 하여 원구류로 분류되는 원시어류이다. 입이 둥글다는 것은 턱이 없기 때문이며 턱은 척추동물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먹이를 섭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먹장어는 턱이 없는 대신 입술이 빨판 모양을 하고 있어 다른 물고기에 달라 붙어 살과 내장을 파먹는 기생어류로, 수놈 1마리에 암놈 100마리 정도의 비율로 함께 살기 때문에 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먹장어는 몸의 양쪽에 점액공이 줄지어 나 있는데 여기에서 끈끈한 점액을 분비하는데, 특히 힘 센 다른 물고기의 공격을 받으면 더 많이 분비하며 큰놈의 경우 무려 7ℓ나 쏟아 붓는다고 한다. 이 점액질은 뮤신이란 물질로 단백질의 흡수를 촉진시키고 위벽을 보호하며 장내 윤활제 역할을 하는 당단백질이다.

먹장어는 포장마차의 으뜸가는 메뉴인데, 부산 자갈치 시장이 먹장어 구이의 원조가 된 것은 자갈치근처의 피혁 공장에서 껍질을 제거한 후 버리는 살아있는 먹장어를 가난한 사람들의 먹거리나 술안주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피혁가공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오히려 거의 대부분이 식용으로 사용되고, 가격도 꽤 비싸져서 선뜻 사먹기에는 부담스러워져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먹장어는 양념구이나 소금구이, 매운탕으로 먹어도 좋지만 짚불구이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먹장어(꼼장어) 짚불구이는 부산 기장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활활 타는 볏짚불속에 산 꼼장어를 던져놓으면 검게 탄채로 익게 되는데 이것을 먹기 좋게 잘라 소금으로 간한 기름장에 듬뿍 찍어 한입에 쏘옥 넣으면 힘이 불끈 솟는 것 같다. 내장과 쓸개를 함께 먹기 때문에 입안에서 터지는 쓸개의 쌉싸래한 뒷맛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먹장어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즐겨 먹지만 지금같이 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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