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② 부산 기장군 최일천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② 부산 기장군 최일천 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5.06.0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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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서 다시마 양식 어업인으로 건강한 삶 찾은 최일천 씨


귀어 전 거주지역 : 울산
귀어지 : 부산 기장군
귀어 전 직업 : 울산시 지방직 공무원/중견기업 임원
귀어 결심동기 : 부친 건강악화·가업승계
귀어연도 : 2009년
나이 : 50세
귀어 초기자금 : 1억원
연간수익 : 5,000만원
사업규모 : (보유어선) 2.42톤 /
             (양식장) 미역·다시마 2ha

▲ 부산 기장군 최일천 씨 <자료제공=국립수산과학원 귀어귀촌종합센터>












공무원, 기업 임원…많은 젊은이들이 꿈꾸는 직업이다. 그러나 최일천씨는 그 직업을 뒤로하고 바다에 몸을 내던졌다. 기장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울산시청 지방공무원으로 15년 재직하고 일반 기업체에서 다시 10년을 근무한 최 씨는 도시인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에서의 삶은 최일천 씨에게 몸과 마음의 근심만을 더해갔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노후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걱정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과 함께 건강상태도 나빠져있었다. 스트레스와 계속 앉아서 일하는 업무 환경은 고혈압과 비만을 불러왔고 허리 디스크로 수술을 받기까지 했다.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도시에서의 하루하루에 지쳐가던 그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준 것은 가족이었다. 기장에서 양식업을 하던 최일천 씨의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아들이 자신의 일을 돕길 바랐다. 그는 “대변항에서 미역·다시마 양식을 오랜 기간 해오신 아버지께서 힘이 드신다며 고향에 돌아와 일을 돕길 원하셨지만, 당시에는 공무원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거절했다”고 회상했다.

대신 최 씨의 동생이 귀향을 해 아버지의 일을 도와 미역·다시마 양식을 이어갔다. 그러나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고 동생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귀어를 고민하던 최 씨는 고향으로 돌아가 가업을 잇기로 결심하게 된다. 직장생활로 많은 스트레스와 나빠지는 건강에 힘들어 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본 최 씨의 가족은 귀어 결심에 동의하고 함께 부산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어업

가업을 잇는다고는 했으나,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최일천 씨가 어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것도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다. 2009년 9월 고향으로 돌아온 최씨는 우선, 동생이 운영하는 미역·다시마 양식장에서 2년간 양식일을 배웠다. 그리고 2012년부터 직접 양식장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최일천 씨는 아버지가 하던 양식장 1ha와 어촌계원 자격증을 승계받아 연고없이 귀어한 이들에 비해서는 수월하게 어촌에 정착했으나,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약 1억원의 귀어비용을 투자해야했다.

가업으로 이어받은 것 이외에 마을공동어장 1ha를 추가로 임대하고, 신조된 2.42톤급 배 한 척을 사는데 7,000만원, 미역·다시마 건조장 시설에 3,000만원이 소요됐다.

어선과 양식장 등을 갖추는 외형적인 부분은 귀어를 위해 필수적인 것임에 분명하지만, 많은 귀어인들은 외부인에서 어촌 일원이 되는 것을 귀어정착에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최일천 씨가 귀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가 가업을 이어받아서만은 아니다. 최 씨는 양식어업인들과 화합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최 씨는 “ ‘기장군대변해조류양식협회’에 가입하고 동창들과의 모임, 어업경영인 연합회 모임 등에 참여하며 지역민들과 친분을 쌓고 어업 경영에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들을 모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다만 “어촌에 연고가 없는 경우 귀어 정착을 위해 5년 정도 더 걸린다”고 조언한다. 수협 출자금 200만원을 내야하고, 5년 동안 수산 관련 일을 해야 어촌계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여기서 또 한번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최 씨는 어촌계 진입장벽이 높더라도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어촌에 인력이 부족해 일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귀어 정착을 위해서는 어가에서 직접 일을 배우면서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소중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 6월, 최일천 씨는 다시마 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최 씨는 “날씨가 좋은 요즘이 가장 일하기 좋을 때”라고 말하며, “7월에 다시마 작업이 끝나면 8월에서 9월은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여행도 다니고 휴식할 수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최일천 씨는 그의 사례를 듣고 조언을 얻고자 하는 귀어 희망자들에게 귀어 선배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미역·다시마 양식을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은 직접 직원으로 채용해 일을 가르쳐 주고 있다”며 “성공적인 귀어를 위해서는 원하는 지역, 희망하는 업종에서 자리잡은 분들 밑에서 최소 2년정도 일을 배우며, 수산업을 익히고 어촌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많은 귀어 희망자들이 우려하는 어촌의 텃세에 대해서는 “귀어인이 단기간 돈벌이만을 생각하는 외부인이라는 인식때문인데, 귀어인 스스로 어촌에 정착하고 비전과 꿈을 가진다면 충분히 지역주민들과도 어우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귀어로 찾은 건강한 몸과 마음

최일천 씨의 하루는 새벽 6시에 시작된다. 12월 중순부터 7월까지는 다시마 작업을 하고, 9월 중순부터 미역양식에 들어간다. 8~9월은 비수기로 여행을 다니는 등 직장생활을 할 때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개인시간도 가질 수 있다.

하루 작업시간은 6시간 정도이다. 아침 7시에 배를 타고 나가 오전 11시에 들어와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일을 나간다. 4시쯤 항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한다.

최일천 씨는 “요즘은 다시마 건조 작업이 한창”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오후 4시쯤 양식장에 나가 다시마를 채취하고 건조장에 돌아와 저녁 11시까지 건조장에 널고 다음날 아침 10시쯤 아주머니들과 함께 다시마를 한 장 한 장 선별해 나쁜 부위를 잘라내는 작업을 하고 다시 또 양식장으로 나간다.

최 씨는 “날씨가 좋은 요즘이 가장 일하기 좋을 때”라고 말하며, “7월에 다시마 작업이 끝나면 8월에서 9월은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여행도 다니고 휴식할 수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일천 씨는 “귀어 초기에는 25년간 직장생활만을 해온 자신이 새로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해나가니 이제는 안정적으로 양식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배를 타고 바다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위험하고 힘들 것이라는 편견도 있지만, 도리어 최 씨는 귀어를 통해 건강을 얻었다.

도시에서 생활할 때 그를 괴롭히던 고혈압과 편두통, 허리 디스크가 귀어생활을 통해 호전돼 혈압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하루 종일 서서 일해도 다리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근력도 높아졌다.

최 씨는 “요즘은 많은 일을 기계로 하기 때문에 우려하는 만큼 고되지 않으며, 양식장은 배로 5분 거리로 근해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위험성도 적다”고 설명했다.


6차산업화를 통한 새로운 출발 준비

최일천 씨는 운영하는 양식장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음에도 더 이상 규모를 늘리지 않는다. 양식장 규모 확대를 통한 대량 생산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양식업자들은 전국 상인들과 사전계약을 맺고 미역을 생산, 유통, 판매한다. 그러나 최 씨는 생산량의 반 정도를 도매상에 판매하고 나머지는 그의 아내가 대변항에서 생미역을 직접 판매한다. 처음에는 판매량이 많지 않았으나, 지금은 다른 미역·다시마 양식경영인보다 약 1.5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 씨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온배수로 인해 미역·다시마 어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며 “어장 확장 보다는 생산과 가공, 유통을 아우르는 6차산업으로 전환을 통해 미역과 다시마의 안정적인 생산과 고부가가치 창출을 고민하고 있다”며 “인터넷 쇼핑몰이나 직판 매장을 마련해 웰빙식품인 미역과 다시마를 판매하고자 한다”며 포부를 전했다.

“바다는 열심히 찾는다면 어느 곳보다 일거리가 많은 곳”이라고 말하는 최일천 씨는 정체된 삶이 아닌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귀어인이자, 어촌의 또 다른 미래이다.

<자료협조=국립수산과학원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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