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5.06.0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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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안전성 확보, 고급화 전략이 관건


▲ 김성욱 본지 발행인
때이른 폭염–지구 종말의 예고편인가?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5월말 서울 기온이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 5월 26일 대구지방의 낮 기온은 34도를 넘었다. 강릉도 32도, 광주를 포함한 남부지역 대부분도 30도를 웃돌았다. 기상청은 27일에는 낮기온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1973년 기상관측을 체계적으로 실시한 이래 5월에 폭염특보가 발령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대도시의 평균기온이 지난 100년 간 1.8도나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올 봄에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거의 동시에 개화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했다. 꽃을 따라 이동하는 양봉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벌꿀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지구 온난화가 이런 속도로 계속된다면 인류 생존에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기상학자들의 연구 논문을 통해 수도 없이 반복되어 왔다.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도 2013년에 발간한 제5차 보고서에서 온난화현상이 지금처럼 심화되면 지구 생태계는 비극적 결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아주 심각한 경고를 내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가 현재의 추세대로 더워진다면 21세기말 이전에 지구의 온도는 3.7도, 해수면은 63cm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국립기상연구소도 IPCC의 자료를 근거로 재분석한 결과 기온은 5.7도, 동해안 해수면은 99cm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유엔에 제출된 세계해양생태계프로그램(IPSO)에서도 지구 온난화, 해양 산성화, 무분별한 남획과 환경오염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해양생물이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대 멸종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는 기후변화가 가장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 변화와 남획에 따른 종(種)의 감소는 생물다양성에 치명적인 해악을 안겨다 준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태양계 안에 에메랄드처럼 맑고 푸르게 빛나는 우리의 지구가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불안하고 착찹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인간은 땅과 바다, 그리고 대기(大氣)의 흐름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할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람은 자연 보호, 자연은 사람 보호. 얼마나 멋지고 철학적인 구호인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영화 ‘아마겟돈(Armageddon)’에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떠돌이별 소행성으로 돌진하는 브루스 윌리스 일행의 자기희생적 헌신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때다.

해양생태계 변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 해안에서 적조가 발생했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여름철만 되면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는 악성 적조로 양식어류가 떼죽음을 당하고 어업인들의 도산이 속출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을 멍하니 바라 볼 수밖에 없었던 수 많은 양식어민들은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여름철 우리나라 전 해역의 수온이 26~29도로 급속하게 상승하면서 적조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고수온에 따른 양식어류의 자연폐사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현실이 더 큰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전라남도 장흥의 수온이 31도를 기록한 것은 기상관측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해수온도 31도는 적도 부근의 수온에 해당하는 수치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제주 명물 한라봉이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동해 명산(名産) 오징어가 서해안에서 잡히고, 멸치떼는 서해안, 동해안을 따라 북상중이다. 멸치떼를 따라 움직이는 갈치들도 북상중이다. 제주 명물 오분자기(떡조개)는 제주해안을 떠나 서, 남해안에 상륙했고, 자리돔은 독도 연안에 터를 잡은 지 오래다. 4~5년 전 부터는 열대어류 날새기가 강원도 양양에서 잡힌다.

열대성 대표어종인 황새치, 돛새치도 경북해안에 출몰한다. 앞으로 수십년 안에 우리나라의 수산물 서식 지도가 상당부분 바뀐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이러한데도 수산당국은 동해안 명태 복원사업에 시간과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다. 로또복권처럼 살아 있는 황금 명태를 찾아나서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식에 실소(失笑)를 금할 수가 없다. 거제 대구의 치어방류사업이 성공한 것 처럼 동해의 명태복원사업도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해양생태계의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이 너무나 한가로워 보인다.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비전이 절실히 요구된다.

수산식품 안전성 확보 위한 메뉴얼 정착시켜야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여름철 수산물 위생문제가 또 다른 걱정거리로 떠오른다. 최근 모 방송국에서 고래회충에 대한 섣부른 보도가 나가고 난 뒤 전국 횟집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더위가 계속되면 여름철 단골메뉴 비브리오패혈증에 대한 보도가 또다시 터져 나올 것이다.

사건 위주의 한탕주의에 연연하는 일부 언론사의 잘못된 보도행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탓하기에 앞서 수산당국과 수산인들이 미리 나서서 여름철 수산물 취급요령과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산식품 위생관리메뉴얼을 철저하게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愚)를 또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조직이 먼저 나서서 선제적(先制的)으로 행정지도를 펼쳐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비브리오균이나 장염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0-157, 그리고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문제를 삼았던 노로바이러스 등은 익혀먹거나 깨끗한 물로 위생적 처리만 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들이다.

우리 수산업계는 시장개방과 무한경쟁이라는 파고 속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산중흥의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중국 상해(上海)를 방문했을 때 한류(韓流)의 위력이 서민들의 생활에 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위생적이고 자연 친화적으로 생산하는 한국 식품들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바로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산식품의 고급화, 안전성 확보가 한국 수산업의 앞길에 놓여진 최대의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내수(內需)든 수출이든 안전성 확보와 고급화 전략의 과제가 어업인들의 손에 달려 있음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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