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낙지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09.10.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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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스태미나 식품

낙지는 뼈가 없고 살이 야들야들해 연체동물(軟體動物)이라 하며 머리에는 발들이 줄레줄레 매달려 있어 두족류(頭足類)라 부른다.

선조들은 낙지의 풍부한 영양에 주목해 ‘갯벌의 산삼’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특히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 먹이면 금세 강한 힘을 갖게 된다’고 하기도 했다.

봄철에 알을 낳고 약 2~3개월의 포란 과정을 거치는 낙지는 오뉴월께 알이 부화할 때쯤이면 태어나는 새끼들을 위해 기운과 영양을 이미 다 쏟아버리고 만다.

새 생명을 탄생시킨 어미 낙지는 그 길로 생의 마감을 앞둔 춥고 배고프고 굼뜬 묵은 낙지가 된다.

낙지에 관한 속담은 대체로 이러한 낙지의 생태나 낙지를 잡는 행위와 관련된 것이 많다.

‘오뉴월 낙지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대표적인데 산란기인 오뉴월의 낙지는 영양가가 다 떨어져 맛이 없어 쳐다보지도 않는다. 덕분에 산란기를 맞은 낙지의 포획을 막을 수 있어 낙지 자원이 풍부해지므로 그야말로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개 꼬라지 미워서 낙지 산다’는 속담은 고기를 사면 먹고 남은 뼈다귀는 개를 주게 되므로, 개가 뼈다귀 먹는 꼴이 미워서 뼈 없는 낙지를 산다는 말로, 자기가 미운 사람에게 이롭거나 좋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또 일이 매우 쉽다고 할 때는 ‘묵은 낙지 꿰듯’이라고 했고 일을 단번에 해치우지 않고 두고두고 조금씩 할 때는 ‘묵은 낙지 캐듯’이라고 했다.

다 늙은 낙지 대신 알에서 부화한 새끼 낙지는 여름철이 되면 국수 가락처럼 발(足)이 가늘어져 세발낙지로 성장한다.

여름을 지낸 세발낙지는 가을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 때쯤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데 이 낙지를 선조들은 ‘꽃낙지’라 부르며 최고로 쳤다.

그래서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도 생겼다.

제 때가 돼서야 제 구실을 한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은 봄에는 겨우 내내 움츠러들었던 입맛을 조개가 다시 살아나게 하고 가을에는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몸을 추슬러 원기를 북돋우는 데 낙지만한 것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맛있던 꽃낙지도 겨울을 넘기고 산란을 준비하는 봄이 되면 다시 묵은 낙지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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