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와 떡전어
전어와 떡전어
  • 김영혜 박사/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과
  • 승인 2009.10.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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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수산물>

이젠 춥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지난여름 정말 더웠다. 가을의 문턱이던 입추에도 가을은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추석을 지나고는 성큼 성큼 다가왔다. 가을이 다가오는 것만큼 생각나는 것은 전어구이다. 전어가 생각날 즈음, 산 여기저기 단풍이 조금 든 모습을 난 참 좋아한다. 왜냐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니까….

단풍이 들 때쯤이면 항·포구 여기저기서 전어 굽는 냄새가 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는 것 같아서 난 가을과 함께 전어를 기다린다. 난 전어회보다 전어구이를 더 좋아했었다. 조그마한 포구에서 전어구이를 앞에 놓고 소중한 사람과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이다. 그리고 내 생애 단한 번 스쳐가는 그 해의 가을을 감상하고 싶어서 이다. 지난 달 휴가 나온 아들이 귀대 전, 회를 먹고 싶다고 해서 단골 횟집에서 회를 사러 갔다. 아들이 좋아하는 게르치, 광어 그리고 값이 싸지만 푸짐하게 해줄 전어를 시키는 순간 가격에 당황하고 말았다. 킬로그램(㎏)당 2만5,000원 이란다. 광어는 2만원인데……. 이유를 물어 보았다. 단골 아주머니 말씀이 올 추석엔 킬로그램(㎏)당 3만원이나 했는데도 전어가 없어서 팔지를 못했단다.

그리고 요사인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횟감용 고기란다. 그러고 보니 물 속에 돌아다니는 전어는 앙증맞은 크기에 눈부시게 하얀 은빛깔을 하고 활발히 수조안을 헤엄쳐 다니고 있는 것을 보니 너무 신선해 보여,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구이로 먹던 떡전어에 비해 훨씬 고급어종으로 보였다.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전어가 있을 때 먹지 않으면 돈이 있어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조금은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살 수 밖에 없었다. 맛도 뼈를 발라서 그런지 정말 씹는 맛도 일품일 뿐만 아니라 고소함도 구이 못지않았다. 나는 앞으로 가을이 되면 전어구이만큼 전어회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지난 주, 난 전어가 정말 국민 고기라는 실감을 했다. 야유회 갔다 온 아주머니들의 전어회 사랑에 흐뭇해하면서, 요사이 전어회가 야유회 단골 메뉴라는 것에 놀라웠었다. 수산에 관련된 사람들이나 산이나 야유회 갈 때 가지고 가는 줄 알았던 나에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찜질방의 온기에 눈을 감고 깜빡 잠이 들었던 나는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잠에서 깨어났다. 가만히 들어보니 양식산과 자연산 전어 구별법을 가지고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결론은 양식산은 크기가 고르지 않는 반면, 자연산은 크기가 고르단다.

그리고 자연산은 떡전어라고 하였다. 난 순간적으로 일어나 그것이 아니라고 말할 뻔 하였다. 가끔 사람들이 전어와 떡전어가 다른 종류인가 물어본다. 그러나 전어와 떡전어는 같은 종이다. 보통 진해에서 잡히는 전어를 ‘떡전어’라고 한다. 왜냐면 다른 해역에서 잡히는 것보다 크기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체격 조건이 크고 좋은 남자 아기를 보면 떡두꺼비 같다는 이야기를 곧 잘한다. 이처럼 덩치가 크다는 의미의 접두어가 붙어 ‘떡전어’가 된 것 같다. 전어는 내만성이 강한 종으로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 잠시 바깥으로 이동하고 산란기가 되면 내만으로 들어오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민물이 들어오는 기수역의 내만을 더욱 더 좋아한다.

특히 진해만에는 진해군항 통제보호수역이 있으며, 이곳은 어업이 금지된 수역이다. 따라서 전어는 약 20㎝(3세)정도로 성장하기 전에는 대부분 진해군항통제수역 내에 서식한다가 20㎝ 이상이 되면 통제수역 바깥 해역까지 분포하면서 어획되어진다. 따라서 다른 곳에서 어획되어지는 개체들은 일반적으로 3년 미만인 소형 개체들인데 비해 진해만에서 어획되는 개체는 약 3년 이상 자란 다 큰 개체들이기 때문에 덩치가 커다는 의미에서 ‘떡전어’라 불리는 것 같다. 그리고 양식산 전어는 사육시 크기가 비슷한 개체들끼리 모아 사육을 하기 때문에 양식전어의 크기는 고른 반면 자연산은 그렇지 못하다.

전어(Konosirus punctatus)는 우리나라 전 연근해(특히 남해), 일본 중부이남해역, 발해만, 동중국해에 분포한다. 연안의 표층~중층에 서식하는 연안성 어종으로 큰 회유는 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6~9월에는 바깥바다에 있다가 10~5월에는 연안의 내만으로 이동하여 생활한다. 산란기는 3~6월로서 이때가 되면 연안의 내만으로 떼를 지어 몰려와 만 입구의 저층에서 산란한다. 소형의 동물성, 식물성 플랑크톤 및 바닥의 유기물을 펄과 함께 먹는다. 위는 모래주머니 모양이며, 위벽이 두껍고, 가을에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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