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추락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5.05.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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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상경계로 인한 조업구역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멸치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선권현망 어선의 멸치잡이 조업구역 분쟁은 대법원에 상고해 법리적 판단을 목 빼고 기다릴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멸치 조업구역 분쟁의 핵심은 경남과 전남의 도(道) 경계선을 어디로 보느냐에 있다. 이에 관해 통영해양경비안전서와 여수해양경비안전서의 관할 경계선이 서로 다르고, 1982년 11월 13일 구 수산자원 보호령 개정 전후의 조업구역 경계선이 서로 다르며, 현행 수산업법 시행령 상의 조업구역 경계선이 서로 다르다. 어느 것을 경남-전남 사이의 해상경계선으로 봐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가 없다.

이런 와중에도 해양경찰이 수산업법 위반 단속 근거로 삼는 국토지리정보원의 1973년 지형도 상에 나타나는 선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표시한 것이다. 이를 광복 이후에도 국토지리정보원이 수정 없이 그대로 반영해오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스스로 이것을 도계로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해경은 여전히 이를 기준자처럼 적용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어업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 법상에 기준으로 삼을 명확한 문언적(文言的) 표현이 없기 때문에 애꿎은 어업인들만 동서로 나뉘어 갈등의 골만 깊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해상경계 분쟁은 어업인들만의 갈등이 아니라 세수(稅收)를 걷는 행정자치기구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법령에 조업구역을 명확히 명시해 어업인들이 불편이나 애로사항이 없게끔 지원해야 할 정부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해수부 담당 부서의 얘기인즉 해상경계는 민감한 부분이라 언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행정안전부 소관이지 해수부 소관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부처 간의 ‘칸막이’를 지적했다. 이는 부처 간 협력으로 원활한 공무 수행을 하고 나아가 시너지 효과를 얻으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 어업인들에게 조업구역은 일터임과 동시에 생계수단이다. 일터를 잃고 생계수단을 빼앗겨 억울하다는 어업인과 수산인이 있다는 것은 이들을 안고 아픔을 달래야 할 부처가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즉 직무유기인 것이다.

과거 수산청 시절에는 불합리한 해상경계 조정을 염두에 두고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어 수산업법(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하지만 부활 3년차를 맞고 있는 해수부 공무원들은 “도계는 행안부 소관”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해당 지자체와 이웃 부처와 협력해 어업인들 간의 분쟁과 아픔을 해소할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적극적으로 소임을 다하고자 할 때 존재의 가치가 있는 법. 뒷짐 지고 있는 부처는 정리될 수밖에 없는 것. 추락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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