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명물 오징어 순대
속초명물 오징어 순대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09.10.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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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강원도 속초 명물을 꼽으라면 설악산과 오징어를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설악산 자락에 속초항이 있고, 속초항은 동해안의 오징어 주산지가 되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며 부담없이 먹는 수산물 중 하나.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에서부터 생오징어,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숙회, 오징어 볶음, 오징어젓갈, 오징어채에 이르기 까지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여기에 오징어순대를 빼놓을 수 없다. 오징어순대가 속초 명물 이어서다.

속초 명물 오징어 순대

순대란 원래 소나 돼지의 창자 속에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 소를 넣어 삶거나 쪄서 먹는 음식이다. 오징어순대는 창자대신 오징어 몸통에 소를 넣어 먹는 음식. 오징어순대 유래에 대해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전해 오고 있다.

6.25 전 함경도 지방에서 오징어 몸통에 소를 넣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오징어잡이 나간 어부들이 배에서 오징어 창자를 빼내고 가져온 쌀과 김치 등 부식을 넣어 해먹던 음식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쨌거나 오징어순대의 시작은 속초지방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힘을 얻는다. 속초지방이 오징어의 주산지이고 오징어순대 메뉴를 속초지방에서 흔하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역사가 말해주듯 속초에는 40여년 오징어순대를 만들어 온 집이 있다. 속초시 중앙동에 있는 ‘진양횟집’이 바로 그 집. 오징어순대를 처음으로 상품화하기 시작한 진양횟집은 이정해(79)여사에 이어 지금은 그의 딸 이영숙(58)씨가 대를 잇고 있다.

오징어순대가 널리 알려지면서 오징어순대를 메뉴에 올리는 음식점이 늘어나고, 가공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나오기도 하지만 그 맛이 진양횟집의 오징어순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소에 들어가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다르고, 오랜 세월 다져온 비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오징어순대에 들어가는 소는 찹쌀과 다진 쇠고기, 표고버섯, 새송이 버섯, 풋고추, 양파, 파란콩, 시금치, 당근, 당면, 양파, 깻잎, 계란, 김치 등등 십 수가지. 소는 맛과 영양을 위해 넣는 것이지만 소에 따른 독특한 기능을 응용하기도 한다. 표고버섯은 향을, 새송이 버섯은 졸깃한 맛을 내고, 양파는 단 맛을 내면서 잡냄새도 없애 준다. 김치와 시금치는 개운한 맛을 내고 파란 콩은 칙칙한 소를 산뜻하게 보이게 하는 시각적 효과가 있다.

소를 볶다가 물기가 나오면 계란을 풀어 줄여주고 다시 마른 당면을 넣어 육수를 흡수시킨다. 이때 당면에 맛이 배고, 수분을 머금게 되어 소가 퍼지지 않게 해준다. 모두 오랜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다. 진양횟집은 휴일은 말할 것 없고 평일 오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오랜 세월 다진 노하우가 내는 맛

오징어는 냉동오징어를 사용한다. 생 오징어를 사용하면 삶았을 때 껍질이 다 벗겨지기 때문이다. 고실고실하게 쪄낸 찰밥에 살짝 데쳐 물기를 뺀 시금치를 넣고 양념장으로 간을 하면서 버무리다 밥알이 거무스레해지면 나머지 소를 넣는다.

내장과 다리를 떼어낸 오징어 몸통에 소를 넣을 때는 가득 차지 않게 하고 다 넣은 후에는 소가 빠져나오지 않게 끝을 꼬지 등으로 저며 둔다. 찜통에 5분 정도 쪄내면 오징어순대가 완성된다. 오래 찌면 살아 얇아지고 질겨진다. 쪄낸 오징어는 꼬지를 빼고 2~3분간 김을 뺀 다음 썰어야 속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진양횟집은 소를 넣은 오징어를 냉장보관 해 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그때그때 쪄낸다. 그래야 통통한 오징어 육질에 소의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오징어순대는 담백한 맛을 내는 오징어 육질이 소에 들어가는 갖가지 재료의 맛이 한데 어우러져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오징어먹물을 넣은 먹물순대는 고소한 맛을 더 난다. 오징어순대는 술안주와 밥반찬으로는 물론, 육고기와 생선, 찰밥과 김치, 야채가 고루 들어가 주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눈으로도 즐기는 음식

진양횟집은 오징어순대의 상차림이 예사롭지 않다.
동서양 음식이 합해진 퓨전음식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옥수수범벅, 감자샐러드, 묵은지, 으깬 두부, 메밀 전, 깻잎 오징어젓 등으로 하나같이 우리 전통음식이요, 강원도 토속음식이다. 그런데 그 솜씨와 정성이 놀랍다. 담아내는 음식에 맞추어 준비한 접시, 예쁘고 앙증맞게 솜씨 부린 음식, 여기에 곁들인 야생화가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작품이다. 마치 현대식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음식은 예술’이라는 이영숙씨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음식의 상차림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눈으로는 즐거움을, 맛으로는 옛 생각이 나게 하는 음식이다.

진양횟집은 오래된 음식점이다. 겉보기에는 적어도 시장바닥에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음식점이기도 하다. 그런 집을 젊은이들이 앞 다투어 찾는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음식은 배만 부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함께 느끼는 시대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 진양횟집(033-635-9999) : 속초시 중앙동 47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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