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싱싱회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조영제 교수/부경대학교
  • 승인 2008.12.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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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펄떡펄떡 튀는 활어회의 맛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우리국민들의 활어회 식문화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생선회 소비확대를 위하여, 싱싱회 사업을 시작한지도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활성화가 되질 못하고 있으며, 급기야 지난달 해양수산부 국감에서는 싱싱회 사업의 부진함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싱싱회 사업의 재검토라는 언론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수백년간에 걸쳐서 형성되어온 우리국민들의 활어회 문화를 짧은 기간에 싱싱회 문화로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싱싱회 사업의 부진 원인과 대책에 대하여 먼저 알아보고 난 뒤 정책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국민는 살아서 펄떡펄떡 튀어야 가장 신선하고 맛이 좋다고 생각하는 활어회(活魚膾) 문화이고, 일본은 죽여서 3~4일까지도 먹는 선어회(鮮魚膾) 문화로 구별된다.

 특히 육질이 단단한 흰살 생선횟감 위주로 먹는 우리국민은 씹힘성의 문화이고, 지방과 맛 성분이 많은 붉은살 생선횟감을 좋아하는 일본인은 미각의 문화다. 이런 이유로 생선회와 초밥의 소비 비율이 우리나라는 약 8:2로 생선회 중심인데 반하여, 일본은 반대로 초밥과 생선회의 소비 비율이 약 8:2로 초밥 중심이다.

 

 생선회 식문화가 다르게 발전된 이유

 일본은 태평양에 접해있는 지리적인 특성상, 연근해의 가자미류, 돔류 등과 같은 소형의 정착성 어종 보다는, 100~200kg 크기의 한 마리를 잡으면 단번에 2,000~3,000만원의 횡재를 할 수 있는, 대형으로 돈이 되는 참치를 비롯한 방어와 같은 회유성(回遊性) 어종을 어획하였다.
 반면에, 한국은 일본 열도가 외해(外海)를 막고 있으므로, 회유성 어종을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넙치, 가자미류, 돔류 등과 같은 소형의 정착성 어종 위주로 어획하게 되었다.    

 또 일본인들이 많이 어획할 수 있었던 회유성이며 대형인 참치, 방어 등은 살린 상태로 활어차로 수송하거나 횟집의 수조에 보관이 어려우므로, 즉살 후에 수송 및 보관하는 선어 형태로 발전되었다.
 반면에 한국인들이 많이 어획했던, 넙치, 가자미류, 돔류 등의 정착성 어종은 활동 범위가 좁고 운동량이 적으므로, 살린 상태로 활어차로 수송하거나 수조에 보관이 가능하므로, 펄떡펄떡 튀는 활어 형태로 발전되었다.

 활어로 유통 및 보관이 어려운 회유성 어종은 즉살 후에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육질의 단단함이 떨어져서 횟감용으로는 부적합하므로, 퍼석한 선어회의 씹히는 맛을 보완하기 위하여 일본에서는 밥 위에 올리는 초밥 형태로 먹는 초밥 식문화로 발전된 것이다.
 반면에 정착성 어종은 활어상태로 유통 및 보관이 가능하므로, 우리는 필요한 때에 생선회로 조리하여 먹는 생선회 식문화로 발전되었다.

 수백년간 지속되어온 우리국민들의 생선회 식문화인 활어회 문화의 단점인 수송비(활어차 안에는 활어가 20∼30%고 나머지 70∼80%가 물), 시설비(활어차, 수조 등), 관리비(인건비, 치사율 등), 중간 마진 등의 과중한 부담으로, 생산자는 헐값에 팔지만 소비지에서는 고가인 점, 그리고 여름철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식중독과 비브리오 패혈증 문제가 생선회 소비를 둔화시켜 왔다. 싱싱회는 활어회와 선어회의 장점을 살린 것으로, 생선회 소비확대로 수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일본의 선어회는 활어를 죽인 후에 3~4일까지도 먹는 것으로, 초밥의 소비량이 많은(약 80%) 초밥 식문화와 연관성이 있다. 초밥은 밥 위에 생선회를 올리므로 퍼석해진 선어회 육질의 씹히는 맛을 밥이 보완해줄 뿐만 아니라, 혀로 느끼는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의 양이 최대로 되어서 미각이 좋아지는 것이다. 반면에 생선회 위주로 먹는 우리 국민은 육질이 단단한 활어회를 선호해온 것으로, 육질이 퍼석해진 선어회는 외면하므로 육질이 단단함이 유지되는 즉살 후 10시간까지의 싱싱회로 보급되어야만 한다.

 

 싱싱회 보급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이유는

 싱싱회 가공업체에서는 싱싱회의 생명시간인 10시간까지의 유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무시하고 육질이 퍼석해진 24시간까지 또는 그 이상도 맛이 좋다고 홍보하고 유통기간을 5일로 잡고 있다.

 싱싱회의 생명시간인 10시간을 지나서 육질이 스폰지처럼 퍼석한 초밥용 선어회를 횟감용 싱싱회로 유통하고 있으며, 이런 싱싱회를 먹어본 사람이 다시 찾지 않고 외면하기 때문이다.
 또 싱싱회의 가장 큰 장점인 저렴한 가격이 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이는 활어상태로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수송 및 보관함으로서 고가의 원인이 되는 수송비, 시설비(활어차, 수조 등), 관리비(인건비, 치사율 등), 중간 마진 등을 줄여야만 싱싱회의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활어상태로 산지에서 싱싱회 가공공장까지 수송 및 보관함으로서 가격이 싸질 수 있는 요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공비 및 유통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싱싱회가 활어회보다 더 고가로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횟감용인 싱싱회와 초밥용인 선어회를 구별해서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초밥용인 일본의 선어회가 생선회로 먹는 우리국민들의 입맛에 적합했다면,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보급하기 이전에 민간차원에서 이미 우리국민들의 생선회 식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횟감용인 싱싱회를 초밥용인 선어회와 구별해서 관리해야 한다.

 

 싱싱회 보급사업 이렇게 이끌어가야

 육질의 단단함이 활어회와 같은 정도로 유지되는 10시간까지의 유통시스템을 갖추기란 쉽지는 않을 것이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 산업화되지 못하고 있었던 점을 명심하고, 유통시스템의 확립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싱싱회의 경과시간을 외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싱싱회 전문점, 마트 등의 싱싱회를 판매하는 현장에서 싱싱회 경과시간을 판정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엄격하게 생명시간을 지키도록 관리감독을 해야 하며,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가해야 한다. 한 곳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싱싱회 산업은 붕괴될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싱싱회 전문점을 비롯한 프렌차이즈점이 생기고 있으며, 육질의 단단함이 유지되는 10시간을 지키는 업소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10시간이 경과된 싱싱회는 초밥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점에서는 싱싱회+초밥을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횟집용 싱싱회란 양식장에서 오전에 활어를 죽여서 피를 뽑고 스티로폼 상자에 얼음과 같이 넣고서 기존의 횟집으로 배달하여, 즉살 후 10시간 정도인 저녁에 손님에게 내는 것이다. 횟집에서는 활어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므로 업소주인은 선호할 것이며, 소비자들도 기존의 횟집에서 싱싱회를 접할 기회가 생긴다.

 생선회의 소비확대 뿐만 아니라 기존 횟집의 반발을 막기 위해서도, 횟집용 싱싱회도 정책적으로 함께 보급시켜야 한다. 

 

약 력

· 부산수산대학 식품공학과 학사
· 부산수산대학원 식품공학과 석사
· 일본북해도대학원 수산식품학과 박사
· University of California at Davis(U.S.A.) 객원교수
· 현 생선회전문가과정(평생교육원) 책임교수
· 현 사단법인 한국생선회협회 이사장
· 현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 수산분과 위원
· 현 부산시 부산명품 수산물브랜드 자문위원회 소위원장
· 현 부경대학교 생선회연구소 소장
· 현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 홍조근정훈장

▲  주요저서
· 생선회 100배 즐기기
· 생선회가 웰빙이다
· 생선횟감 바로 알기
· 생선회 다이제스트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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