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기와 긴가이석태
참조기와 긴가이석태
  • 김영혜 박사/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과
  • 승인 2009.10.19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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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수산물>

 

 성묘를 하러 시골에 갔었다. 아침저녁 기온으로 보아선 가을인가 싶었는데 한낮의 햇살은 무척 따가웠다. 따가운 햇살은 아직 영글지 못한 낱알을 위해 햇님이 주는 선물인 것 같았다. 생의 마지막 결실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고개 숙인 벼, 한층 높아진 하늘 그리고 버려진 논에 무리져 있는 갈대 아니 억새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높은 억새의 키만큼 더 높아진 하늘은 가을을 느끼기엔 충분하였다. 내가 알고 있는 억새는 갈대보다는 작다고 했는데…… 논 한가운데 무리져 있는 억새의 높이가 2m이상 훌쩍 넘어 보이니 꼭 갈대 같아 보였다. 갈대와 억새는 둘 다 벼과의 풀이지만, 억새의 이삭은 하얀 색깔에다가 고운 회기비의 부채꼴 모양의 깃털을 연상하며 정갈한 맛이 있지만, 회색이나 갈색 빛깔인 갈대 이삭은 겨울 털갈이하는 들짐승의 털처럼 곱거나 가지런하지 못하고 더부룩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추석 무렵이 되면 갈대와 억새처럼 사람들을 혼동시키는 수산물이 있다. 그것은 차례상에 꼭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참조기와 침조기라 할 수 있다. 

 참조기와 침조기의 차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참조기는 우리나라 주변 수역에서 어획되는 어류자원이지만 침조기는 원양에서 어획되어지는 어류자원이다. 둘째, 참조기는 차례상이나 제상에 반드시 올라가야 될 정도로 귀하신 몸이지만 침조기는 ‘꿩 대신 닭’이라고 참조기 대신해서 차례상이나 제상에 올라간다. 셋째, 손바닥 정도 크기 이상이 되면 참조기의 몸값은 치솟아 서민들의 가슴을 서늘케 할 정도로 고가이지만 침조기는 크기와 가격은 별 상관없이 서민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준다. 이렇듯 침조기는 언젠가부터 우리 서민들의 식탁에서 참조기를 먹는 기분으로 침조기를 먹고 있다. 

 

긴가이석태(Pseudotolithus elongatus)
참조기(Larimichthys polyactis)

 

 

 

 

 

 참조기는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먹을 뿐만 아니라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고 꼭 올라가는 진짜 조기 즉 조기 중의 조기라는 의미에서 참조기라고 명명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침조기는 고가인 참조기에 비해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아 서민들이 꽤나 선호하게 된 종인 것 같다.

 물론 머나먼 곳에서 물 건너 왔지만 고가인 참조기를 대신해 뒷지느러미에 커다란 극조 즉 침이 하나 뾰족하게 나와 있다고 해서 일반 사람들이 침조기라 부르는 것 같다. 참조기와 침조기 둘 다 민어과에 속하지만, 침조기는 참조기에 비해 월등히 크고 채색도 흰편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참조기가 늙으면 침조기가 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이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요사이 침조기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져 재래시장을 제외하고 침조기의 진짜 이름인 ‘긴가이석태’를 많이 불러주고 있어 난 참 행복하다. 왜냐면 육지에 사는 동물은 우리나라에 살지 않아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확히 잘 알고 있다. 예를 들면 밀림에 사는 ‘사자’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면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잘 알고 있지 않는 가……. 그에 비하면 수산물에 대한 정식명칭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도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수산물의 정확한 이름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도다리와 문치가자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봄 도다리는 문치가자미이다. 2~3년전, 문치가자미의 자원보호를 위해 금어기가 설정되었는데도 어업인들은 도다리가 문치가자미인 줄 모르고 금어기에 어획을 하는 소동이 일어 난 적이 있다.

 연예인들은 예명과 본명이 따로 있듯이 수산물의 이름에도 예명이라 할 수 있는 지방명과 본명이 할 수 있는 국명이 있다. 우린 앞으로 수산물의 이름을 통일되고 표준화되어 있는 국명을 많이 사용하자. 그렇게 되면, 이름으로 인한 혼동은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난 침조기가 긴가이석태로 불려지는 것을 보면 참 행복하다.

 참조기(Larimichthys polyactis)는 동중국해, 대만, 일본 남부, 한국 등 태평양에 분포한다. 몸 등쪽은 암회색을 띠지만 배쪽은 희거나 황금색에 가깝다.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는 연한 황색을  혹은 갈색을 띠지만 가슴지느러미, 배지느러미, 뒷지느러미는 선명한 황색을 띤다.

 긴가이석태(Pseudotolithus elongatus)는 아프리카 서부 연안을 따라 분포하며, 몸 등쪽은 회백색을 띠며 중앙부터 밝아져 배쪽은 은색을 띤다. 뒷지느러미는 무색투명한 바탕에 2줄의 짙은 갈색 무늬가 띠를 형성하며, 나머지 지느러미는 담황색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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