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취임한 유기준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의 현장 방문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취임사에서 “현장에 답이 있다”며 “민성행정(民聲行政)을 펼치겠다”고 발표한 것과 일치한다. 업무 파악도 하고 현장의 목소리도 직접 듣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현장 방문 그 자체는 추천 할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행보가 장관이 취임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이뤄지는 ‘연중행사’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것이다.
지금 유 장관이 취임 직후 방문하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부산공동어시장, 자갈치시장 같은 수산현장, 여수광양항, 부산신항 같은 해운현장 등은 모두 직전 장관이 다녀간 곳이다. 그것도 1년 전에. 직전 장관인 이주영 장관이 작년 이 맘때 다녀갔던 곳을 지금 유 장관이 다시 방문하고 있고, 이주영 장관은 전임 윤진숙 장관이 1년 전에 다녔던 곳을 다녔다.
노량진수산시장을 예를 들어보면 유 장관은 취임 4일 만에 노량진시장을 방문했고, 이 장관은 작년 이맘때 취임 직후 방문했으며, 윤 장관은 3주 만에 방문했다. 방문 시기나 상인들의 손을 맞잡는 것(사진 참조)까지 거의 흡사하다. 1년 단위로 이뤄지는 연례행사처럼 느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해수부 장관의 임기는 짧기로 유명하다. 역대 해수부 장관들의 평균 임기는 9개월이다. 그동안 15명의 장관이 거쳐 갔다. 따라서 정책이 일관성 있게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나왔다. 9~10개월의 재임기간에 지명과 인사청문회, 취임까지 소요되는 2~3개월을 합하면 1년 마다 이뤄지는 인사가 된 셈이다. 그러니 같은 현장 방문이 1년마다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 장관은 청문회 당시 내년 총선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장관에 취임해 얼마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해수부의 현안을 해결하기도 어려운데 (총선 출마 여부를) 답변하기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내년 총선을 위해 장관직을 그만둔다면 임기가 길어야 10개월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아무리 유 장관이 유능하고 업무 속도를 낸다할지라도 짧은 기간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의욕 강하고 힘 있는 장관이 와서 오랫동안 머무르며 현안들을 풀어주고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해수부 부활을 간절히 바랐던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해마다 같은 시기에 새 장관이 찾아와 인사하고 악수해야 하는 해양수산인들의 속마음을 해수부를 책임지는 수장들이 깊이 헤아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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