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와 슬기로운 자
어리석은 자와 슬기로운 자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09.10.19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격과 국격

 사람에게 인격(人格)이 있듯이 국가에도 품격이 있다. 이른바 국격(國格)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국격을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하기는 어럽지만, 경제규모가 크다고 해서 국격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이 높아지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수산계에도 과거 수산업이 잘 나가던 시절, 떼돈을 벌어 돼지도 키우고 어려운 시절에는 기업인수 합병으로 큰 재미를 본 ‘비호감’ 수산인들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그들의 오만함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3위권인데 국가브랜드 순위는 선진 50개국 중 33위에 그치고 있는 이 엄중한 현실을이야기하려는 것이다. 국격을 국가 브랜드가치로 계량화(計量化 )하는 작업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화, 개방화시대의 영향으로 정부, 기업,그리고 국민들의 일거수 일투족(一擧手 一投足)이 실시간으로 세계 각국에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광우병소동과 서울 거리를 뒤덮은 촛불시위, 죽창으로 무장한 강성노조의 폭력시위, 쇠망치를 휘두르는 국회의원, 전직 대통령의 투신자살 등등, 세계인의 눈에 비춰진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은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나라’ 그 자체였다. 오죽했으면 ‘가두시위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스포츠’라고 비아냥거리는 기사까지 등장했을까.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으면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반전시키고 있는 우리기업과 정부의 기적같은 성과를 한심한 정치인과 강성노조가 다 까먹고 있다는 개탄의 소리를 가벼이 들어넘겨서는 안된다.

 9.3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허탈감과 절망감으로 가득차 있다. 편법과 탈법이 일상화되어 왔던 지난날 우리들의 도덕적 자화상에 허탈해 한다. 뿐만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주의에 묶여 국무위원으로서의 업무수행능력이나 자질문제가 철저하게 함몰되어버린 채 호통과 말장난으로 끝난 청문회에 대해 국민들은 절망한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인사 청문회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 바로 그것이었다. 이런 하나마나한 인사청문회를 왜 하느냐는 것이다.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요 탈법과 불법을 밥먹듯이 자행해온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허물은 덮어둔 채 후보자들을 윽박지르고 몰아세우는 광경에 쓰디 쓴 웃음만 나온다.

 KBS 제 2TV에서 젊은이들에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 콘서트의 「씁쓸한 인생」이라는 코미디를 보는 것같다고나 할까? 전화를 받다가 자신의 감정에 몰입한 나머지 보스(Boss)의 얼굴에 온갖 오물을 끼얹는 코미디 장면과 너무나 닮았다.

 법구경(法句經)에 이런 말이 나온다. 「어리석은 사람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면 그가 곧 슬기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이 스스로 슬기롭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어리석은 것이다.」

 국익(國益)이 어디에 있는지, 국격(國格)이 무엇인지 헤아리지도 못한 채 오로지 정치적 이해타산의 노예가 되어버린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땅에 떨어진 권위와 신뢰를 회복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수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

 본지에 농수산부 박종국 수산정책실장과의 인터뷰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수산계 원로 한 분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 기사가 화제가 되었는데 “믿음직스러운 후배가 수산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정말 다행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국장은 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세가지 요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첫째로 수산인 스스로가 수산업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수산업의 현실이 어렵다 보니까 수산인 스스로 자신을 과소평가함으로써 성장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산업이 어렵다고, 소외받는다고 한탄하기 보다는 수산업을 중요한 산업으로 육성해나가는데 역량을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자면 수산업을 홀대한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수산업을 식량산업, 수출산업으로 그 품격(品格)을 높이는 일에 합심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으로 통제해온 비효율적인 어업관리시스템이 문제였으며, 세번째로 생산위주의 경쟁적조업방식 때문에 자원고갈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다시말하자면 TAC제도가 철저하게 지켜져야 수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금 우리 수산업계에는 수산업을 천직(天職)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아직도 어업을 천시(賤視)하고 바다에서 번 돈을 육지에 투자하는 사람이 사라지지않고 있음을 볼 때 서글픈 마음마져 생긴다. 대(代)를 이어 수산업을 시키겠다는 경영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래서는 안된다. 이래서는 한국수산업에 미래가 없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수산인 스스로가 수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치부하고 수산업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면 수산업 회생의 길은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슬기로운자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법구경에는 또 이런 말이 나온다. 「어리석은 사람은 한평생 어진 사람을 가까이 섬겨도 숫갈이 국맛을 모르듯이 정법(正法)을 알지 못하고, 슬기로운 사람은 잠깐동안 어진 사람을 가까이 섬겨도 혀가 국맛을 알듯이 정법을 안다.」

 지금 우리 수산인들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정법(正法)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애(自愛)의 길이요, 수산업의 격(格 )을 식량산업, 생명산업으로 높이는 길임을 가슴 속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창간 40주면 - 그 영광을 여러분께 바칩니다

『현대해양』이 창간 4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성원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969년 10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종례사장은 해양수산언론 불모의 땅에 경해입국(耕海立國)의 깃발을 달아습니다. 그 후 결코 짧지않은 40년 세월 동안 『현대해양』은 「바다의 길잡이 어민의 길잡이」로서 「수산물의 완전식량화」시대를 여는데 사운(社運)을 걸고 노력해왔습니다.

창간 40주년을 맞아 새롭게 창간하는 마음으로 더욱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해양수산업의 역사와 더불어 40년을 달려온 『현대해양』의 명예를 꼭 지켜나가겠습니다. 이제 『현대해양』은 어느 개인의 잡지가 아니라 해양수산인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여러분의 잡지라고 생각합니다.

 초발심(初發心)으로 돌아가 해양수업계의 발전과 해양수산언론의 창달을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바칠 것을 굳게 약속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과 사랑 베풀어주시길 기원하면서 창간 40주년 인사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