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으로 시작되는 생명활동
밥으로 시작되는 생명활동
  • 최연매
  • 승인 2009.10.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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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어른들은 “밥 힘으로 산다”는 말을 종종 한다. 도대체 우리에게 밥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 까? 하루라도 거를 수 없는 생명유지의 단순한 수단에서 복잡한 문화의 단계로 가치상승된 우리의 주식이 밥인 것이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잊혀지지 않는 구절이 있다. 외출해서 돌아온 아내가 남편이 차려 놓은 밥상의 메모쪽지를 보고 행복해 한다는 가난한 부부 이야기로서 잘 차려진 흰쌀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를 표현한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참 가슴 찡하게 읽은 구절이었지만 요즘 자연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어딘가 잘못된 느낌이다. 백미에 대한 부분이다.

 밥을 만드는 쌀은 세계 3대 곡물인 밀, 옥수수와 더불어 오랜 세월 인류의 주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그 중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쌀이다. 지금은 식량의 자급자족 문제가 해결된 상태이고 먹을거리도 워낙 흔해서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밥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밥이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간과할 수가 없다.

△ 추수를 앞두고 있는 벼

 지난 1992년 경기도 일산의 나지막한 언덕에서 구석기 시대 유물들이 됐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그때 그곳 갈색 토탄층에서는 상당량의 볍씨가 함께 출토됐다.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 결과 그 볍씨들은 지금으로부터 4300년에서 5000전쯤의 것으로 밝혀졌다. 벼농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던 것보다 2000년이나 앞서, 단군 이래로 쌀농사가 한민족을 먹여 살려왔다는 것이 확실히 밝혀졌다.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고 했다. 이처럼 인간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밥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매일 먹는 밥이 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밥은 일상활동을 하기 위해 먹는다는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오로지 약일뿐이다. 하지만 음식이 이를 치료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음식은 인체를 구성하고, 생체활동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요소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에게 밥은 생명활동의 시작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위를 거쳐 소장에서 각종 소화 효소에 의하여 흡수되어 간을 거쳐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전달된다. 또한 호르몬이나 뇌신경 전달물질의 주요 요소로서 대사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즉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먹은 음식이 약이 된다는 의미로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건강한 육체를 만드는 예방적인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다른 차원에서 보면 결국 먹는 것에 의해서 사람의 질병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먹은 음식에 의해서 병에 걸리고 만다.

 신체는 세포가 모여 조직이 되고, 조직이 모여 기관이 된다. 이때 가장 최소단위인 60조개의 세포들이 서로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고 활동하는 것이 인체이다. 앞서 밝힌 대로 우리가 먹는 것이 신체를 이루는 성분이 되기 때문에 건강한 신체에 적합한 것을 먹어야 한다.

 요즘 유사휘발유에 대한 이야기가 떠들썩한 적이 있다. 일반 휘발유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애용(?)을 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당장은 몰라도 추후에 엔진에 심각한 무리가 온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우리 인체에도 효율적인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인체의 각 기관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올바른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어금니의 발달로 곡물과 채식을 하기에 알맞은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통곡, 현미식을 중심으로 한 곡채식 식단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 사물들을 평할 때 흔히 기(氣)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그 기란 쌀을 찧을 때 나오는 김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더 이상 쌀의 존귀성에 대해서 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흔히 ‘성주단지’라 하여 대청 한 구석에 쌀 항아리를 모셔 두었다. 쌀에 조상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까지 인식한 것이다. 이처럼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삶의 출발점은 음식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밥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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