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많이 하는 것이 일 잘하는 것인가
일 많이 하는 것이 일 잘하는 것인가
  • 이준후/시인, 산업은행 금융영업단장
  • 승인 2009.10.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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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의약소재기업을 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사장이 연구원 두 사람에게 신제품 개발을 지시하였다. 이 회사의 신제품 개발은 화학방정식 개발에서 시작된다. 즉 방정식을 얼마나 많이 개발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의약품의 원료는 식물이나 동물에서 추출하기도 하지만 화학 원소를 이용하여 방정식을 만들고 이 방정식이 물질이 되는가, 그리고 이 물질이 유효한지의 여부가 관건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 연구원은 5개의 방정식을 개발하였고 다른 연구원은 30개가 넘는 방정식을 개발하였다. 똑같이 주어진 시일 내에.

 두 연구원의 차이는 화학공부 실력의 차이가 아니라 창의성의 차이라고 친구는 말했다. 과학적 상상력이라고도 하겠다.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일 잘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식정보화 사회는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 근면, 성실의 가치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상상력에 근거한 창의력을 발휘해야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창의력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을 생각해내는 특성’이라고 나와 있는데, 문제 있는 해석이 아닐 수 없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는데 ‘새로운 생각’이라니. 이런 정의라면 세상에 창의적인 것이란 없을 터이다. 실제에 있어서 창의성이란, 아주 익숙한 것을 다른 맥락에 놓아 새롭게 느끼게 하는 능력이라 해야 할 것이다.

 즉,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이전과는 다르게 연결하는 능력 또는 정보의 맥락을 바꾸는 능력이다. 우리가 새롭다고 느끼는 것은 거의 다 이전에도 있었던 것들이다. 단지 그것들이 속한 맥락이 바뀌었을 뿐이다. 너무 익숙한 관계망을 바꾸어서 새롭게 느끼게 조정해주는 것이다.

 관성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운동하는 물체는 지속하여 한 방향으로 운동하려는 속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관성의 법칙은 운동만이 아니라 생각에도 있다.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문제는 있게 마련인데, 문제해결에 있어서 어떤 한 방향으로 생각을 하다 보면 그 방향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 뿐만 아니라 그 방향에서 지나치게 부질없는 걱정을 하게 된다. 지독한 ‘오버 씽킹(over thinking)이다.

 일 중독자는 자신이 일주일에 70시간을 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 잘하는 사람은 40시간밖에 일하지 않는다. 일 중독자가 훨씬 많은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 중독자가 일하는 방식을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일주일에 70시간을 일한다고 생각하는 일 중독자가 실제 일하는 시간은 30시간을 넘지 않는다. 나머지 40시간은 그 일에 대하여 걱정으로 보낸다. 생각의 관성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답은 다른 방향에 있는데.  생각의 관성을 깨는 것, 생각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그 법위를 벗어나는 것, 이것도 창의력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그럼, 창의력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벤처기업을 하는 그 친구가 말하는 창의력 제고의 방식은 이런 것이다. 우선 문제를 뒤집어 본다. 한 번 뒤집고 한 번 더 뒤집는다. 그리고 방향을 달리하여 본다. 당연히 앞에서 보고 시각을 바꾸어 뒤에서도 본다. 밖에서 보고 안에서도 보고, 가까이에서 보았다가 멀리서도 보고. 잠시 쉬었다가 보기도 하고.
그는 이를 ‘생각의 뒤집기’라고 말했다.

 책상에서 보다는 목욕탕이나 침대, 버스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의 뒤집기’는 다른 뇌를 사용해 보는 것을 달리 말하는 것이다. 다른 뇌의 영역에서 문제의 해결을 찾는 것이라고 전문가도 권고한다.

 상상력 제고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생각의 가지치기’이다. 가지를 잘라 내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생각의 가지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종이를 놓고 생각의 전개를 그려나가다 보면 그야말로 생각 외로 많은 ‘생각의 가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사한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정리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젠 많은 ‘생각의 가지’에서 현실에 적합하지 않는 것을 지워가다 보면 결국 현실성 있는 몇 개가 남을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적합한 해결 방안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정보화 시대도 꽤 지났다. 지금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시대. 어떨까요. 상상력을 기르는 방법으로 ‘생각의 뒤집기’와 ‘생각의 가지치기’, 참 쉽죠, 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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