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유산자원을 어촌의 새로운 가치로
어업유산자원을 어촌의 새로운 가치로
  • 김정봉 수협 수산경제연구원 원장
  • 승인 2015.03.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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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봉 수협 수산경제연구원 원장

지난 1월 9일 제주도에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어업유산자원의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한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김우남 국회의원(새정치국민연합,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제주도 지역의 고유한 어업유산자원을 알리고, 어업유산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보전 및 활용계획 수립과 예산 지원의 법적근거 마련을 위한 「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개최한 것이다.

농어업유산자원이란 오랜 기간 동안 농어촌지역에서 형성되고 진화되어 온 자원 중 보전·전승할 가치가 있는 전통적 어업시스템과 이의 결과로서 나타난 농어촌 경관 및 어업활동 등 모든 산물을 말한다.

이러한 농어업유산자원은 오랜 기간 다양하게 형성되어 왔으나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훼손되고 파괴되어 가고 있는 상황으로 농어업유산자원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부족 등으로 방치되고 있다. 또 그 가치가 상실되고 있어 체계적인 보전 및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왔다.

그 결과 2002년에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시스템(GIAHS: globally importantagricultural heritage systems)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세계적으로 귀중한 어업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여 여기에 존재하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어업관련 생물다양성의 관리와 보존을 증진시킴으로써 인류의 삶과 생활을 윤택하게 한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농어업유산 보전을 통한 공동체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농어업유산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농업유산 지정관리 기준』 고시를 제정하여 국가중요농업유산을 지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주 밭담’, ‘청산도 구들장논’, ‘구례 산수유농업’, ‘담양 대나무밭’ 등 4개 농업유산이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이 중에서 ‘제주 밭담’, ‘청산도 구들장논’은 국제적으로도 농업유산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가중요농어업유산 제도 운영을 위한 법률적 근거가 단지 농림축산식품부 고시로만 운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농어업유산의 체계적인 보전과 관리,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예산확보와 제도 운영에 한계가 있어 왔다. 그러다가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개정 법률안이 지난 1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 법률에 근거해 농어업 유산의 지정, 보전 및 활용 계획 수립과 예산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요어업유산’의 지정을 위한 활동이 종전의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농업유산과 함께 추진되어 오다가 해양수산부가 부활되면서 중단됨에 따라 어업유산의 지정 및 관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어업유산의 지정을 위한 첫 단계로 국내에 산재해 있는 어업유산을 발굴하고자 하는 활동이 시작되었다. 수협중앙회의 수산경제연구원에서 ‘한국농어촌유산학회’(회장 : 윤원근 협성대 교수)에 연구를 의뢰하여 제주해녀, 남해 죽방렴 등 어업유산의 발굴에 진력하고 있다.


어업유산이란 ‘어촌주민들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여 이것의 자연·생태적 환경에 적용해오는 과정에서 만들어 낸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어업시스템과 이의 결과로 나타난 경관’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어업유산자원의 지정은 사라져가는 어업유산자원을 발굴하고 보전하여 이를 지역 브랜드로 만들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어촌 지역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업유산자원을 효과적으로 보전·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놓여 있다.

첫째, 어업유산자원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동안 축척된 고유한 어업유산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어업유산자원 발굴을 위한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둘째, 어업유산자원 발굴·지정 및 활용을 위한 지역 주민의 적극적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된 상향식 방식으로의 어업유산 발굴 및 지정이 필수적이다.

셋째, 어업유산자원의 발굴 및 보전을 통한 지역 브랜드화 창출이 중요하다. 한 지역의 어업유산자원이 국가중요어업유산과 세계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지역만의 고유한 브랜드가 형성될 것이다.

넷째, 어업유산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총괄적인 발굴 및 보전 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농업유산과 어업유산은 따로 떨어져서 지정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어업유산자원 활용, 유지 관리에 대한 계획 수립 등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다섯째, 어업유산자원 지정 및 활용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어업유산을 6차 산업까지 연계해 어업유산 가치를 높여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과 더불어 복지, 문화, 관광적 측면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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