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곶감
호랑이와 곶감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5.03.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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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假署名, 황사바람 막아낼 전략이 필요하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철 이른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다.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지독한 황사였다. 중국 내몽고(內蒙古)에서 불어닥친 황사먼지에 북경 인근 공업지대의 중금속먼지 까지 실려왔다는 보도다. 마스크를 쓰고, 창문을 걸어잠그는 방법 이외에는 이 지독한 황사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니 참으로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황사에 대한 유용론(有用論)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게 된다. 기상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공업화되기 이전에는 해마다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인해 우리나라의 토양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륙에서 실려오는 흙먼지에 질소, 인산, 카리, 등등의 유용한 비료성분들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의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는 측면도 있었다는 주장을 편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 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만 막을 수 있다면 황사가 오히려 좋은 비료가 될 수도 있다는 역설(逆說)이 성립되는 셈인데, 황사 바람을 맞으면서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황사바람이 잦아들던 지난 2월 25일, 그동안 지루하게 계속되어 왔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가서명(假署名)이 이루어 졌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 상반기 중에 국회 비준절차가 끝나면 마침내 한·중 자유무역시대가 열리게 된다. 바야흐로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3대 축(軸)인 미국, 중국, EU(유럽연합)와 동시에 FTA를 체결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은 역사에 기록될만한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이 지구상 73.5%를 차지하는 광활한 경제영토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광우병소동과 뒤엉켜 온 나라를 혼돈과 갈등 속으로 몰아 넣었던 한·미 FTA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정치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클 것으로 추측된다.

세계의 제조공장이라고 일컫는 14억 인구의 중국대륙과 체결한 FTA가 몰고올 바람이 중금속으로 오염된 황사 바람이 될 지 우리나라를 비옥하게 만들어 줄 축복의 바람이 될지,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교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세계 최대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대륙과의 경제통합은 양국간의 정치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그 주변 국가, 특히 북한 내부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내부에서도 한·중 FTA가 남북통일의 지렛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 한·중 FTA를 남북통일까지 이끌어내는 국가전략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事案)”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황사바람의 예(例)에서 보았듯이 한·중 FTA가 우리 경제를 비옥하게 만드는 순기능(順機能)만 가져다 주리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흔히들 FTA를 상대국가와의 위-윈(win-win)게임이라고 평가하지만, 이것 처럼 복잡하고 이율배반적인 게임도 없을 것이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이기는 쪽이 있으면 반드시 지는 쪽도 있는 법이다. 경제게임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결단하는 것이 FTA승패의 요체(要諦)다.

다시 말하자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양보받을 것은 확실하게 양보받는 것이 국가간 협상의 기본인 것이다.

앞으로 박근혜정부에서는 농수산업과 같이 비교열위(比較劣位)에 있는 산업을 어떻게 보호하느냐 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칫하다가는 정권이 바뀔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호랑이를 다루는 것은 우리들 손에 달렸다.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곶감으로 호랑이를 도망가게 만드는 우리들만의 소프트파워(Soft Power)와 중국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문화 창조적 지혜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때다. ICT강국, 대한민국의 지략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중 FTA, 한국 수산업 새로운 역사의 시작

수산업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에 가서명(假署名)한 한·중 FTA협상안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금년도 우리나라 수산물 수입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7.2%, 10억불 이상으로 단연 1위다.

반면에 대(對)중국 수출액은 3억7,000만불(2013년)로 해마다 6~7억불 이상의 무역적자를 기록해 왔다.

참고로 2012년도 수·출입 현황을 분석해 보면 수입의 경우, 낙지 15.5%(1억6,500만불), 조기 11.7%(1억 2,700만불), 갈치5.8%(6,300만불), 그리고 기타어류 5,900만불, 새우(5,600만불), 새우살(5,500만불), 아귀(4,800만불), 미꾸라지(4,400만불), 바지락(4,100만불),게(3,400만불)등 총 10억8,200만불에 이른다.

수출의 경우, 어란(4,600만불), 오징어(4,000만불), 명태(3,400만불), 김(3,100만불)을 비롯하여 대구, 참치, 넙치, 삼치, 돔, 기타 갑각류를 합쳐 총 3억7,200만불에 불과하다. 이상의 수치에서 보듯이 10대 주요 수출입품목에 대한 무역역조(貿易逆調) 금액이 해마다 7억불 이상에 이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역조현상을 뒤집어 놓고 생각해보면 앞으로 수출여건만 바뀐다면 우리나라 수산물을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더 많아 질수도 있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된다.

이번에 가서명한 한·중 FTA 협정문에서 중국 수산물 양허, 즉 중국수산물시장의 수입자율화율을 100%로 완전 개방함으로써 우리 수산물의 대(對)중국 수출이 획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조기, 갈치, 등 불법조업 대상품목과 중요한 자원 관리어종에 대해서는 양허품목에서 완전 제외하고 낙지, 아귀등은 TRQ(관세할당) 품목으로, 꽃게, 복어등은 부분 감축 품목으로 지정함으로써 국내 시장 보호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연어, 패각 등 113개 품목은 10년내 관세철폐, 새우류, 새우살 등 429개 품목은 20년내에 관세를 철폐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시적(限時的) 보호조치만으로 우리나라 수산업이 발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부터가 문제다. 정부에서도 그동안 수산업법을 정비하고 양식산업 활성화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수산업을 창조경제 핵심의 6차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인프라구축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아직도 보신주의(補身主義) 탁상행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어업인들은 어업인들대로 무한경쟁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기업가 정신의 함양을 외면한 채 정부의존적 사고에만 매달리고 있어서 걱정이 태산이다. 사고(思考)의 대전환 없이 수산업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시장은 넓고 기회는 많다. 한류(韓流)바람이 넘쳐나는 중국대륙을 공략할 곶감같은 지혜가 절실한 때다. 한·중 FTA를 기점으로 한국 수산업중흥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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