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인은 결국 홀로 서란 말인가?
수산인은 결국 홀로 서란 말인가?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5.02.0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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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전주에서 (사)전북수산산업연합회 발족식이 있었다. 이날 김종주 연합회장은 발족사에서 “우리 수산인들은 정부에서 마련해주는 정책에만 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인 수산업 발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 발전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당국에 건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그는 고무됐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행사장을 꽉 메웠기 때문이다. 발족식에 이어 열린 전북수산산업발전포럼 열기도 높았다. 김 회장은 폐회사에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지역의 단체장과 의원들이 수산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새만금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전북 수산인들의 문제 해결법이었다.

여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산인들은 제시했다. 그러나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유권자가 많은 농민 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하다 보니 세력이 십분의 일도 되지 않는 수산인에 대한 생각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해당 지자체 홍보관에도 농업 이야기는 있어도 수산업에 대한 언급은 없다. 수산업이 얼마나 홀대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자리를 옮겨 이틀 뒤 22일의 국회 해삼산업 발전토론회. 이인제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장관에서 물러나자마자 노란 리본을 떼고 금배지를 달고 나온 이주영 의원은 축사에서 “000의원은 재정위원장으로 재정문제 전문가”라며 그를 한껏 치켜세우고 그를 통하면 재정문

제는 다 해결된다고 말했다. 참석한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소개했다. 진행자가 새로 온 의원을 언급하면 한 마디씩 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축사가 끝나고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내빈들이 모두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심지어 토론회를 주최한 의원까지도 자리를 떴다. 생업을 뒤로 하고 멀리 충남 태안, 보령 등지에서 참석했던 어촌계장 등은 허탈해 하는 모습이었다. 뼈 속까지 해양수산인이라는 전직 장관조차도 어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지 않고 자리를 뜨는데 누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의원들은 행사만 하고 자리만 만들어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전북수산산업연합회 회장의 말처럼 수산인들은 수산인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일어나는 수밖에 없냐는 한탄이 밀려든다. 중앙정부도, 지자체 단체장도 국회의원도 관심을 갖지 않는 수산인 삶의 문제. 생활터전을 빼앗겼다고 목놓아 소리치는데도 들어주지도 않는 그들. 이날(22일) 주제발표를 한 강학순 태안남부수협 조합장은 정부 잘못으로 옆에 중국이라는 가장 큰 해삼수출시장을 두고도 공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것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표가 적고 세력이 약하다 해서 소홀히 다뤄지고 있고, 행사 주최하고 이름만 알리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가진 정치인들이라면 그들이 아무리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허무 그 자체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수산인은 결국 홀로 서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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