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게와 왕밤송이게
털게와 왕밤송이게
  • 김영혜 박사/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과
  • 승인 2009.08.31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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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수산물>

 


 지난여름, 나는 한복 디자이너 효재를 만났다. 그녀의 책을 통해 그녀를 만났지만 한 여름 내내 난 행복했었다. 그녀가 쓴 책은 아무런 욕심 없이 그저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고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었지만 읽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의 여유를 전해주고 있었다.

 편안한 글과 함께 실린 사진 속의 효재는 편안함 그 자체였고, 주변의 자연과도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효재는 아마 모든 주부들의 동경의 대상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세상의 어느 주부인들 자기 삶을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효재만큼 집안일을 사랑하며 열심히 노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효재는 어릴 적부터 인형 옷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한복을 만들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한다. 아마 모든 이들이 그리는 동경의 삶이 아닌지……. 아무리 노력해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길로 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우린 이것을 팔자라 믿으며 위로 하고 사는데…….

 효재의 삶은 그렇지 않아서 동경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런지 효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절대로 주눅 들지 말고, 꼭 어른을 이겨내어서 이루어야 한다고…….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우린 자주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많은 것들을 못하게 하지 않는가? 

 어릴적 나는 직장 다니던 엄마가 싫었다. 그래서 나의 꿈은 현모양처였다. 현모양처라는 뜻이 그저 집에 있는 엄마인 줄 알았다. 비 오는 날 우산을 갖고 오는 친구들의 엄마가 부러웠고, 운동회날 또는 소풍날 도시락을 같이 먹어 주는 친구 엄마가 부러웠다.

 그러나 나는 내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그렇지 못하였다. 그러나 요사인 대부분이 직장 다니는 엄마들이라 그런지 아들들은 잘 이해 해주었다. 점심은 학교에서, 저녁은 사먹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우리집 아이들은 외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집에서 엄마 밥을 먹고 싶어 한다.

 특히 해산물로 만든 요리는 엄마가 최고라고 좋아 한다. 아들들은 ‘게(crab)’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포항시장에서 산 대게를 집에서 쪄서 발라주면 ‘마파람에 정말 게 눈 감추듯 하다’라는 속담을 이해할 정도다. 비싼 대게인지라 난 입댈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남편은 아들을 먹으라고 발라 놓은 게살을 홀랑 먹어버릴 때면 가끔 엄마와 아빠의 마음은 다른 것 같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강원도 묵호항에서 산 털게를 보물 모시듯 모셔놓고 두 마리씩 다듬어 된장을 풀고 청양고추와 양파를 듬뿍 넣고 털게탕을 해먹는다. 털게는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양이 너무 적어 대부분이 러시아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경남 통영해역에서 어획되는 왕밤송이게를 대부분의 국민들은 털게로 알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을 사다가 급속냉동해서 그런지 털게향이 시원한 수박향기 같았으며, 봄철 꽃게탕과는 또 다른 맛으로 우리 집 온 가족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좀 비싼 것이 흠이지만 여름 더위로 인해 사라진 입맛을 돋우어 주는 최고의 별미가 아닌가 싶다. 털게탕, 상추쌈 그리고 고추장에 아삭이고추로 한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왕밤송이게(Telmesus acutidens)
털게(Erimacrus isenbeckii)

 

 

 

 

 

 

 

 

 털게(Erimacrus isenbeckii)의 바탕은 연한 분홍색이고 털은 밤색이다. 갑각의 윤곽은 둥그스름한 사각형에 가까우며, 이마는 삼각형의 2개의 돌기로 갈라져 있다. 서식지는 포항이북의 동해에 분포하며, 15~300m의 진흙, 모래 또는 자갈바닥에서 서식하는 한류성 게이다.

 왕밤송이게(Telmesus acutidens)의 누르스름한 바탕에 선명한 자주색 돌기와 돌기주변의 얼룩무늬가 있다. 갑각의 윤곽은 육각형에 가까우며, 이마는 4개의 돌기가 있고 양 옆 돌기가 크고 가운데 2개는 작다. 갑각 옆 가장자리의 5개 이 중에서 3번째 것이 가장 크다. 남해동부와 동해남부 연안에 분포하며, 하조선 근처의 모래 또는 돌이 많은 바닥에 서식한다. 여름철에 하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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