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미꾸라지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09.08.3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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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천년에 용 된다 ?

 
 미꾸라지는 물이 고인 늪이나 연못, 논과 같이 진흙이 깔려 있는 곳에 서식하며, 심한 가뭄이나 급격한 온도변화, 환경오염에도 잘 견디는 생명력이 강한 물고기다.

 

△ 미꾸라지

 

 미꾸라지는 우리 주변의 논두렁이나 웅덩이 같은 곳에 서식하므로 별다른 도구나 기술 없이도 쉽게 잡을 수 있다. 따라서 고려시대에는 서민들이 미꾸라지를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고려도경은 송(宋)나라의 사신 일행으로 고려에 왔던 서긍(徐兢)이 수도 개성에 1개월간 체류하면서 견문한 것 중에서 송과 다른 점을 도화(圖畵)와 문장으로 설명한 책이다.

 미꾸라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꼭 하나있다. 상상의 동물인 용(龍)이다. 우리 선조들은 삼라만상의 생성과 이치를 음(陰)과 양(陽)의 조화로 이해하고자 한 때가 있었다. 용이나 물고기 같이 비늘 달린 짐승들도 물에 사는 높이에 따라 음양(陰陽)으로 구분하였는데, 여의주를 물고 구름 속에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용은 양(陽)으로 구분되었고, 물 밑바닥의 흙 속에 웅크리고 사는 미꾸라지는 음(陰)으로 구분되었다. 그런 연유로 용은 좋은 징조나 걸출한 인물, 성공한 사람으로 곧잘 비유되었고, 미꾸라지는 미천한 사람이나 실패자, 낙오자, 약삭빠르고 못 된 사람으로 비유되었다.

 우리 속담에 변변치 못한 사람이 훌륭하게 되었을 경우 ‘미꾸라지 용 됐다’고 하고, 미천하고 못났던 사람도 오랫동안 노력하면 훌륭하게 된다는 뜻으로 ‘미꾸라지 천 년에 용 된다’고 한다. 또한 못된 사람 하나가 온 집안이나 사회에 해를 끼칠 때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흐린다’고 하고, 하잘 것 없는 사람이 잘난 체 하며 아니꼽게 굴 때는 ‘미꾸라지 국 먹고 용트림 한다’고 한다. ‘미꾸라지 속에도 부레풀은 있다’는 속담도 있다. 이 말은 아무리 보잘 것 없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남이 가지고 있는 속도 있고 오기도 있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미꾸라지의 주둥이에는 레이더 역할을 하는 다섯 쌍의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는데, 이 수염으로 흙속의 먹이 사냥을 한다. 그래서 남성의 입가나 턱, 뺨 등에 숱이 듬성듬성하게 난 수염은 ‘미꾸라지 수염’이라 부른다. 이밖에도 돈, 권력, 신분, 가문의 배경 없이 무력하지만 공감대를 이루는 파워를 ‘미꾸라지 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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